오랜기간 동안 유재석을 뒷받침해준 자기관리와 배려

대한민국에서 ‘국민MC’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릴 사람은 아마 유재석이 아닐까 싶다. 국민MC로 주목 받은 기간이 길어서 이쯤이면 오래 했다는 말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굳건하게 위상을 지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조사한 올해 7월 6일부터 8월 6일까지의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에서도 역시 유재석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며 온갖 연예 사건사고와 구설수가 만연한 연예계 속에서, 이렇게까지 오랜 기간 동안 정상에 있는 건 기적적인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예능계의 한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유재석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MC’ 유재석의 롱런에 대해 알아보자.

(출처=유재석 프로필 사진/나무위키)
(출처=유재석 프로필 사진/나무위키)

긴 무명생활,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1991년 KBS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유재석은 10년 동안이나 무명 개그맨으로 살아왔다. 유재석도 당시에는 절박했던 시기가 존재한 것이었다. 유년시절부터 ‘재미있는 아이’로 불렸던 유재석은 반에서 오락부장을 맡기도 하고, 고등학생 때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며 개그맨의 꿈을 키워 KBS 대학개그제에 출연했지만, 대상이 아닌 장려상 수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이 드러나 선배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개그맨 데뷔 이후에도 대사가 거의 없거나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맡았고, 대사를 잘 외우지 못해 개그맨의 삶을 포기할 것을 고민했다. 일이 없던 유재석은 6개월 간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해왔는데, 할 수 있었던 역할은 동물의 탈을 쓰고 나와서 지나다니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첫 캐릭터가 ‘메뚜기’로, 현재 유재석의 유명한 캐릭터이다.

<동거동락> 이후 전환점, 그 이후 이어진 도전들

천천히 인지도를 쌓던 유재석에게 행운이 찾아왔는데, 당시 인기 스타였던 고 최진실이 “메뚜기 탈을 쓴 사람이 재미있다.”라고 말하면서 <동거동락>의 패널과 MC를 맡게 된 것이었다. 이는 유재석 인생에서의 전환점을 맞게 해준 프로그램으로, 특유의 진행능력과 맛깔스러운 입담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유재석은 <공포의 쿵쿵따>, <위험한 초대>, <진실게임> 등에서 깐족거리는 진행자 역할을 맡았으며, 김제동과 함께 진행한 <해피투게더>나 강호동과 함께 진행한 <X맨을 찾아라>에서는 편안하고 자상한 태도로 게스트를 대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 시기부터 ‘국민MC‘라는 칭호가 붙었다. 2005년에는 유재석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을 이끌어가게 되었는데, 그의 전철과 100 달리기, 목욕탕 물 나르기 등과 같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땀 흘리며 도전하는 모습은 <무한도전>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2006년부터는 <공감토크쇼 놀러와>, <런닝맨>, <놀면뭐하니>, <유퀴즈 온 더 블럭> 등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12년 연속으로 연예대상을 수상한 개그맨이자 MC가 되었다.

꾸준한 자기관리, 배려와 따뜻함

무명 개그맨인 시절에 ‘초심을 지키겠다‘라고 말한 유재석은 지금까지도 성실한 생활 태도, 방송 태도로 유명하다. 꽉 찬 스케줄을 소화하는 유재석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운동과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집에 머물 땐 여러 대의 TV를 보며 트렌드가 어떠한지 파악한다. 유흥을 잘 즐기지 않고, 종종 논란이 생기는 연예인들처럼 부동산 투자도 하지 않아 재산과 관련한 구설수도 없다. 이러한 놀랍고 절제된 생활 태도는 유재석의 롱런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유재석은 인성으로도 유명한데, 동료들 사이에서의 미담도 많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진행하는 개그맨 이승윤은 “유재석 선배님이 무명 시절에 차를 태워주고 목욕탕에 가서 등도 밀어주셨으며, 밥도 사주시고, 용돈까지 주셨다”라고 말했다. 개그맨 장동민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일면식도 없는 유재석에게 전화했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감히 이해하겠니”라며 위로의 말을 건냈다고 한다. 또한 유재석은 10년 넘게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는데, 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수많은 기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거나 자랑하지 않아 겸손한 면모도 지녔다. 유재석은 국민MC로 떠오른 후 그에 맞게 모범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성격이 그에 맞춰서 변한 것 같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몇 십년간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바, 유재석은 꼭 국민MC가 되었기 때문에 변한 것은 아닌 듯하다.
유재석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 한 명 한 명을 모두 배려하는 세심한 진행 스타일로 유명하다. 많은 게스트가 나오는 <‘런닝맨>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 촬영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힘든 신인 연예인에게도 말을 걸어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 후배들 이상으로 솔선수범하며 방송을 이끌어 나간다. 이렇게 유재석이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자기관리, 초심, 따뜻한 배려가 있지 않았을까.


오랜 기간동안 이러한 요소들이 쌓이며 유재석의 압도적인 위상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와 2010년대를 관통해 지금까지 국민MC의 자리를 지켜온유재석의 행보에 감탄이 나온다. MC를 넘어 한 명의 직업인으로 존경 받을 만한 인생역정이다. 정상의 위치를 이렇게나 꾸준하게 지키는 연예인은 앞으로도 등장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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