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열의 근간이 된 교보생명 창업주 신용호에 대해 깊이 알아보자.

“독서는 마음의 양식”
어린 시절 도서관 벽에서 한 번쯤 본 듯한 기억이 있는 문구일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지겹도록 듣고, 때로는 강제적으로 책을 펴보았을지 언정 바빠지는 현실에 독서는 자꾸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2022 청년 책의 해 추진단’과 함께 ‘2022년 청년 책의 해 홍보디자인 공모전’을 주최하여 책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한 바 있다. 그전에도 2020년에는 청소년, 2021년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유사한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인터넷이나 방송 콘텐츠가 활성화되고 지면보다 화면이 익숙한 세대가 차츰 증가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책의 중요성’을 외치는 세상을 만든 시작점은 바로 교보문고에 있다.

교보 생명 본사 사옥 야경 / 교보생명 공식 홈페이지 미디어센터
교보 생명 본사 사옥 야경 / 교보생명 공식 홈페이지 미디어센터

교보문고는 신용호 교보생명보험 창업주가 1980년 설립한 대한민국의 도서 판매 기업이자 서점 브랜드이다. 1990년대 이후 영풍문고 등 기타 서점 브랜드가 점차 등장하였으나,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파악하려면 창업주 신용호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도서  표지 / 교보문고 홈페이지
도서 표지 / 교보문고 홈페이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자란 신용호 前 전 회장은 19살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해방과 6.25 전쟁을 연이어 겪으며 무너질 대로 무너진 대한민국에서 교육열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 몇 안 되는 열정이자, 부모 자식 관계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보존될 자원이라 생각했다.

1958대한교육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교육보험의 흐름은 진학보험 등으로 이어졌고 차후 생명보험의 영역까지 다루게 되며 대한민국 고도성장기를 든든하게 뒷받침한 혁신적인 시도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당시 안정 궤도에 들어서고 있는 ‘교보생명’을 기반으로 광화문 한복판에 서점을 세운 파격적인 결정은 신용호 前 회장의 인문학적 소양과 인본주의적 철학을 깊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이것 저것 빼 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을 주지 말 것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 취급하여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이는 신 前 회장이 교보문고를 설립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운영지침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가치관 아래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책을 디딤돌 삼아 성장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 깊이 녹아들어 있다. 

뿐만이 아니다.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는 매 계절마다 바뀌는 글판이 있다. 1991년 시작된 글판은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한 문구로 시작되었다. 1998년 IMF를 겪은 이후에는 시나 명언, 최근에는 노래 가사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문구가 게시되고 있다.

교보문고는 모회사인 교보생명 입장에서만 보자면 골칫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하면 교보생명이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교보문고는 법률 상 위반되는 지점인 셈이다. 이는 교보생명이 상장 적격성을 판단 받는 과정에 있어서도 큰 장애물이 된다. 교보문고의 설립이 금산분리법이 제정되기 15년 전이었다는 점, 이윤 창출보다는 공익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임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 45억의 적자를 기록한 '애물단지 자회사'의 거취를 이처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교보문고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카우리 독서테이블 / 교보문고 공식 홈페이지
교보문고 광화문점 카우리 독서테이블 / 교보문고 공식 홈페이지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고집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의 노력 덕분에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책을 향한 의지가 살아 숨 쉴 곳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출판문화 협회에서 지난 2021년 발간한 『2020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교보문고의 매출액은 2020년 6942억 원, 2021년에는 7909억 원에 달했다. 

시대가 변화하고, 경제가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역할은 더 이상 이윤 창출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을 중시하고 문화를 선도하며 나아가 사회에 공헌하는 단계까지가 모두 소비자의 신뢰도이자 충성도로 이어진다. 예술 특히, 문학/음악/미술 등으로 대표되는 순수예술에 있어서 자본의 개입은 오랜 시간 배척받아왔다. 달갑지 않은 시선 탓에 혁신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올바른 고집이 가질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하며 행동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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