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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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 속 고아로 태어나 천대받았던 주인공 해리,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지만 기적 같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히딩크호, 가난한 형편에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다가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자수성가한 정치인까지...

이들은 어려운 역경을 겪었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처음부터 능력 있고, 화려하며, 성공한 사람들에게 대중들의 시선은 1차적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승리자들보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약자인 언더독(underdog)을 응원하고 공감하는 대중들도 많다. 이를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라고 한다.

언더독 효과는 주로 스포츠 경기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름 없고 유명하지 않은 팀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팀이 경기를 한다면 대중들은 이기기 어려울 것 같은 팀에 동정표를 던지고 내심 이들이 기적적으로 이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기적이 일어나면 언더독의 반란이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언더독이 열정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스토리가 알려지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언더아머의 광고모델 스테판 커리 / 출처 : 언더아머 홈페이지
언더아머의 광고모델 스테판 커리 / 출처 : 언더아머 홈페이지

언더독의 반대말은 탑독(topdog)이다. 탑독은 승리자라는 뜻으로 경쟁이나 경기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우월한 상대를 의미한다. 실력이 좋은 운동선수나 스포츠 스타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쉽고 그러한 화제성을 바탕으로 광고모델로서 높은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 스포츠 전문회사 언더아머2013년 당시 실력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스테판 커리를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모델로 선택하면서 언더독 마케팅전략을 내세웠다. ‘최고가 아닌 가능성으로의 가치를 내세운 언더아머는 커리를 비롯한 가능성이 돋보이는 2, 3인자들에 대한 후원을 계속했다. 이후 이들이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수록 언더아머는 이들이 역경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광고전략으로 이용했고, 출시한 제품들 역시 베스트 셀러에 올라 결과적으로 선수와 기업 모두 긍정적인 상생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미국 렌터카 회사 ‘AVIS’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라는 2등 마케팅을 내세우며 당시 70%의 지배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1등 회사 허츠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성공했다. 진라면은 신라면에 열세인 상황에서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이 되지 않겠어라는 광고를 선보인 적이 있고, 대한생명(현 한화생명보험)은 삼성생명에 열세인 상황에서 지금은 2등이다 그러나...’라는 광고를 선보인 적도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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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더독 효과가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 투표가 이루어지기 9일 전 기간을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으로 설정했다. 유권자들이 선거 막바지의 표심을 의도적으로 못 읽게 하기 위함인데, 다수의 행동과 여론을 따라가고자 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와 선거에서 열세에 있는 후보자에 표를 주고자 하는 열세자 효과(underdog effect)를 막기 위함이다. 특히 이 효과들은 부동표의 결정에 영향을 미쳐 주체적인 판단으로 투표를 못하게 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위키커먼스
출처 : 위키커먼스

빈곤 마케팅 또한 부정적인 언더독 효과의 사례이다. 빈곤 마케팅이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시키고 모금을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빈곤 마케팅의 광고에서는 의도적으로 힘없이 안겨있는 어린아이의 눈을 클로즈업 하거나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등 동정심을 유발하는 영상이 노출된다. 물론 영상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것은 자명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고 모금을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경쟁 수단으로 변질해버린다면 대중들은 특정 이미지의 편향에 갇히게 되고 매체는 더 많은 모금을 유도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모금을 많이 이루어낸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이전에 그 과정이 윤리적이고 인도적인 고민이 고려되었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할 때다.

 


 

언더독 스토리는 크게 초라한 시작, 희망과 꿈, 역경 극복으로 이루어져있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역경을 노력으로 극복한 이야기는 사람에게든 브랜드에게든 진정성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때로는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정심을 유발하여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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