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적인 개입으로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행동 경제학의 넛지(Nudge),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좌)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왔지만 막상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우) 자연스러운 계단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소리가 나는 계단을 설치했다. / 출처 (좌) Medium (우) 폭스바겐 유튜브
(좌)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왔지만 막상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우) 자연스러운 계단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소리가 나는 계단을 설치했다. / 출처 (좌) Medium (우) 폭스바겐 유튜브

건강을 위해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정작 입구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사람들. 누구나 계단을 이용하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신체에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순간의 귀찮음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선택을 장려할 수 있을까? 폭스바겐은 “아주 작은 즐거움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의 행동을 바꾸게 하며,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주제 아래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지하철역에 피아노 건반 모양의 계단을 설치한 것이다. 센서도 부착해 사람들의 발걸음에 맞춰 소리도 나오게 만들었다. 그 결과 평소보다 66%의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갔다. 누군가는 음악을 연주하려고 노력하기도, 누군가는 몇 번이나 왕복하기도 했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에 따르면 이와 같은 간접적인 개입을 ‘넛지’라고 설명한다. 넛지는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의 사전적 정의를 가진다. 그렇기에 직접적인 강요가 아닌 부드러운 접근을 통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의사결정과 행동을 이끌 수 있다고 제안한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마케팅 세계에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은 광고와 판촉이었기에 기업이 의도한 바에 따라 소비자가 결정하도록 경로를 설정했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에 접어들며 고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았다. 능동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비교하며 구매하고, 나아가 적극적인 요청으로 스스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에 제품의 홍보에 치중한 마케팅에서 벗어나, 넛지 개념을 활용해 고객의 흥미를 이끌어 자연스러운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장려하는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빛나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자극한 ‘넛지 마케팅’의 사례를 만나보자.

 

제조일자 표기로 ‘신뢰감’ 상승, 서울우유

유통기한을 비교하며 신선도를 판단한 고객들의 모습을 보고, 제조일자를 병기하며 새로운 신선함의 기준을 제시했다. / 출처: 서울우유
유통기한을 비교하며 신선도를 판단한 고객들의 모습을 보고, 제조일자를 병기하며 새로운 신선함의 기준을 제시했다. / 출처: 서울우유

서울우유는 제품 상단에 유통 기한과 함께 ‘제조일자’를 업계 최초로 표기하며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켰다. ‘신선함을 위한 두 줄’ 슬로건 아래 대중들이 우유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신선함에 대한 믿음을 준 결과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자체 실시한 광고 효과 조사에서 응답자의 98%가 제조일자 병기가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섬세한 고객의 관찰로부터 출발했다. 마케팅 팀원들이 시장 조사를 진행할 때 많은 고객들이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며 제품을 비교하는 상황을 목격했다. 유통 기한이 많이 남을수록 신선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각 제조업체별로, 같은 제품이라도 유통 기한이 달라질 수 있어 이는 잘못된 믿음이었다. 그렇게 서울우유는 새로운 신선함의 기준을 더한다는 차원에서 제조일자의 아이디어를 더해 업계 1위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소비와 함께 쉽게 실천하는 기부, 미네워터 바코드롭

소비자가 생수를 구매할 때 동의하면 기부 바코드를 찍어 손쉬운 기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 출처: 제일기획
소비자가 생수를 구매할 때 동의하면 기부 바코드를 찍어 손쉬운 기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 출처: 제일기획

2012년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미네워터 바코드롭(Minewater Barcodrop)’은 소비와 동시에 기부를 할 수 있는 참신한 방법을 제시하며 큰 호응을 받았다. 1000원짜리 생수 한 병을 구매할 때 기존 바코드 외에 기부 바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유통사(훼미리마트), 제조사(CJ제일제당)이 각각 100원씩 부담해 총 300원이 아프리카 식수 정화 사업에 전달된다. 1원에 500ml의 물을 정화할 수 있어, 한 명당 300명의 식수 한 병을 마련해줄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성행했던 기부 캠페인은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을 부각시키는 등의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어 모금을 장려했으나, 정작 기부 방식이 ARS, 계좌이체, 모금함 등의 부수적인 행동을 수반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해 실제 도움까지 이어지게 만들겠다는 취지와 달리 다수가 귀찮음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기부를 쉽게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 셈이다. 덕분에 작년대비 매출이 3.5배 성장했으며, 그 결과 2억 원 가량의 유니세프를 통해 전달할 수 있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의 윤리와 가치관에 부합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기업의 이미지 재고에 기여했다.

 

쌀과 보험? 흥미를 유발한 상품 홍보, 삼성생명 미(米)

삼성생명의 보험 상품에서 이름을 따와 쌀을 출시하며 흥미를 자극했고, 라벨의 QR 코드를 찍으면 상품 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출처: 마켓컬리
삼성생명의 보험 상품에서 이름을 따와 쌀을 출시하며 흥미를 자극했고, 라벨의 QR 코드를 찍으면 상품 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출처: 마켓컬리

삼성생명은 지난해 10월 삼성생명 미(米)를 출시해 자연스럽게 고객의 관심을 유도했다. 보험 산업은 지금까지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보장까지 계약하게 만들어, 자발적으로 가입한 경우가 적다는 인식을 받았다. 특히 미래의 불확실성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진 MZ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더욱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삼성생명은 그 일환으로 보험과 연관성이 적어보이는 당해 수확한 햅쌀을 내놓은 것이다. 주요 보험 상품에서 이름을 따와 백미, 귀리, 보리의 3종 곡물을 1.5kg 내외로 재사용 용기에 담아 선물 세트로 판매했다. 라벨 측면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상품 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어, 참신함을 통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노렸다. 보험과 직결되지 않는 상품이지만 그만큼 호기심을 자극해 자발적으로 상품을 찾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넛지’가 활용되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넛지도 분명한 한계점을 지닌다. 기업의 공익적 목적 외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순간, 오히려 소비자의 반감을 살 수 있다. 이미 소비 자본주의 사회의 과도한 홍보에 지쳤기에 넛지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기만을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드라마 시청 중 개연성에 맞지 않는 과도한 PPL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녹이는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목표한 고객층에 맞춰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앞선 사례들은 모두 기업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받아들이도록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한 예이다. 이처럼 숨겨진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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