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04 꾸준하게 이어지는 Real Beauty 캠페인, 그러나 주의해야...

코즈 마케팅의 선두주자, Dove

2004년 이래 일반인을 꾸준히 광고 전면에 내세워 인종, 나이, 체형 등 사회통념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출처: 유니레버(Unilever)
2004년 이래 일반인을 꾸준히 광고 전면에 내세워 인종, 나이, 체형 등 사회통념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출처: 유니레버(Unilever)

“아름다움이란 본인이 가진 최상의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다.” 세계적 미용 브랜드 도브(Dove)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사회를 바꾸고 싶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많았기 때문이다. 총 13개국, 18~64세의 여성 4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7%가 스스로 외적 요소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게 ‘Real Beauty’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본인을 찾자는 취지로 세상에 메시지를 던졌다. 2004년에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들을 광고에 내세웠다. 이제껏 뚜렷한 몸매와 이목구비, 새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젊은 여성이 등장하던 공식을 탈피한 것이다. 완벽한 아름다움의 고정관념을 전면 도전하며, 해당 광고 캠페인은 일반 지면 광고 3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Nivea, Johnson & Johnson, Neutrogena 등 굵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도브의 인지도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사람들은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해 감추는 경향이 강했다. 몽타주 전문가의 그림을 두고 볼 때 타인이 설명한 출연자의 모습이 훨씬 밝게 웃는 경우가 많았다. / 출처: Dove Us 유튜브 캡처
사람들은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해 감추는 경향이 강했다. 몽타주 전문가의 그림을 두고 볼 때 타인이 설명한 출연자의 모습이 훨씬 밝게 웃는 경우가 많았다. / 출처: Dove Us 유튜브 캡처

파격적인 시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로 우리 인식 속의 편견을 두들기는 마케팅을 지속해왔다. 2013년 유튜브에 공개된 ‘Real Beauty Sketches’는 2주만에 조회수 7340만회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상에는 FBI 몽타주 형사와 여성이 장막을 사이에 두고 등장한다.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범인의 모습을 그리는 데 특화된 전문가는 두 장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하나는 여성이 스스로 묘사한 말을 듣고, 다른 하나는 다른 이의 설명을 듣고. 결과는 놀랍게도 남들이 묘사한 모습이 실제와 더 가까울 뿐더러 훨씬 아름다웠다. 도브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잘못 표현하고 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도브는 일찍이 고객들 삶 속의 문제에 집중해 자사의 가치를 제안해왔다.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은 이처럼 기업과 연결된 사회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사익과 사회가 마땅히 지향할 공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의 신념과 가치관을 반영하기에 자발적인 구매 활동을 자연스레 이끌어 낸다는 장점을 지닌다. 최근 자기정체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 발맞춰 더욱 주목받는 추세이다. 이른바 ‘착한 소비’이다. 소비 활동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록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자의 의도와 달리 엇나가기도 한다. 부정적인 시선을 초래하기도,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적절한 표현 방식을 찾아야 공감을 일으킬 수...

9초 분량의 영상 앞 부분에 흑인 여성이 옷을 벗자 백인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이 연출돼 논란에 휩싸였다. / 출처: Dove 페이스북 캡처
9초 분량의 영상 앞 부분에 흑인 여성이 옷을 벗자 백인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이 연출돼 논란에 휩싸였다. / 출처: Dove 페이스북 캡처

2017년 도브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광고는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었다. 9초 분량의 영상에 흑인 여성이 옷을 벗자 백인 여성으로 변하고, 백인 여성이 다시 옷을 벗자 또 다른 여성으로 변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흰 피부가 검은 피부에 비해 우월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제껏 신념의 근원으로 삼았던 진정한 아름다움에 역행하는 시도였고, 그 많은 의사 결정을 거치고도 이런 광고가 나왔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도브는 “해당 콘텐츠가 도브의 바디 제품이 세상 모든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보이고 다양성을 축복하는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후반부에 백인 여성 다음으로 아시아 인종의 인물이 등장하며 모두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라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영상에 출연했던 나이지리아 모델 로라 오구니에미(Lola Ogunyemi)가 ‘저는 피해자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뉴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결국 잘못된 전달 방식을 택하며,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를 하얗게 만들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6가지 모양의 바디워시 용기를 내세워 모든 체형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 출처: 유니레버(Unilever)
6가지 모양의 바디워시 용기를 내세워 모든 체형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 출처: 유니레버(Unilever)

같은 해 ‘Celebrate the many shapes and sizes of beauty’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 역시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도브는 “굴곡이 많든 날씬하든, 키가 크든 작든 아름다움은 몇 백 몇 천만 가지의 체형으로 표현된다”며, 6가지 모양의 바디워시 용기를 소개하며 그런 다양성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깨끗이 샤워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하지 어떤 모양이 자신의 몸매와 어울릴까 고민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여성 신체에 대해 평가를 내림으로써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말하였다. 모든 제품이 흰색인 점도 앞선 인종차별의 연장선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두 사례 모두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며 대중의 공감은 고사하고 외면을 받았다. 오랜 세월 꾸준히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했음에도 ‘겉만 치장한 착함’이라는 공격을 받기까지 했다. 한 평론가는 이를 두고 ‘실수가 반복되면 의도’라며, 코즈 마케팅의 한계점을 지목했다. 결국 코즈 마케팅은 감성을 자극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이기 때문에, 메시지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진정성을 갖추고 풀어나가는 게 관건이겠다. 특히나 MZ 세대가 소비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착한 기업과 윤리적 소비에 흥미를 갖고 지갑을 연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하던 시대에서 특정 브랜드를 구매해 자신을 역으로 드러내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브랜드 가치와 사회적 문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또한 진심으로 이를 접근할 때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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