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Fan)이자 소비자(Consumer)인 팬슈머
기획과 소비는 물론 날카로운 비판까지 다방면에서 관여해

거리에 나온 '팬'들 / Pixabay 제공
거리에 나온 '팬'들 / Pixabay 제공

‘덕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몰입하여, 그것과 관련된 팬(Fan)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하는 ‘덕후’와 특정 행동을 나타내는 어미 ‘~~질’ 이 결합한 단어이다. 단어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와 연관된 행동을 하는 일종의 취미생활이라고 볼 수 있다.

관련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댓글을 남기거나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덕질’의 대상도 상당히 넓은 편인데, 특정 인물이나 영화, 드라마를 넘어 게임, 자동차, 음식 등의 소비 브랜드까지. 다양한 산업의 발달과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은 폭넓은 ‘덕후’를 양상하게 되었다.

이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경제의 주체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팬슈머(fansumer) 현상이다.

 

팬슈머 현상이란

팬슈머란, 팬(Fan)+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특정 컨텐츠에 ‘팬심’을 기반으로 깊게 관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그동안 특정 컨텐츠의 팬들은 경제 활동에 있어서 소비를 하는 데에 그쳤다. 컨텐츠 회사 등 ‘덕질’의 대상이, 굿즈 등 관련 제품을 만들면 그것을 구매하는 것에 만족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슈머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간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제품의 투자나 기획, 제안을 진행하고 소비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팬’임에도 불구하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무언가 새로운 컨텐츠가 등장하면,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이름은 소비자라는 뜻의 '팬슈머'지만, 동시에 생산자나 마케터 역할까지 자처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 기반에는 브랜드와 자신을 일체화하여, ‘브랜드의 흥행이 곧 나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흔히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의 원동력 중 하나가 행동에 대한 변화가 보이는 ‘자기효능감’이다. 자신의 제안과 비판으로 브랜드가 변화하는 것을 보며 이러한 효능감을 충족시키고 팬심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팬슈머의 힘 – 기획과 의사결정

최근 화제성이 높았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10'. 결승 투표를 시청자 투표로 진행한다. / 제공 Mnet
최근 화제성이 높았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10'. 결승 투표를 시청자 투표로 진행한다. / 제공 Mnet

 

최근 팬슈머와의 시너지를 통해 떠오르고 있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아이디어를 특정 플랫폼에 올렸을 때, 해당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하는 소비자들이 투자를 진행해 실제 제품으로 나오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팬슈머는 특히 이 펀딩 과정에 자신의 돈을 사용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의 영향력 확장을 꾀하기 때문이다. 결국 팬으로부터 시작된 아이디어는, 그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다수의 팬들로 인해 실현되고 경제적 가치를 낳는다. 기획과 소비 모두 그들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2020년 게임사 ‘넥슨’에서 진행된 ‘네코장’을 들 수 있다. 게임에 열광하는 팬층에게, 팬 크리에이터가 게임 상품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마음에 들어하는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성황리에 많은 펀딩이 이루어졌고, 실제 판매도 많이 이루어졌다.

한편, 팬슈머들은 컨텐츠 진행의 의사결정에도 관여한다. 최근의 '쇼미더머니'를 비롯해 '프로듀스' 시리즈 등 최종전을 시청자 투표로 진행한 수많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이 팬슈머들의 의사결정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투표해서 우승하도록 만들거나, 연습생을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과정 등은 팬들이 특정 컨텐츠의 진행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이다.

 

팬슈머의 힘 – 비판

그러나, 팬슈머들이 무조건 팬 컨텐츠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컨텐츠에 깊게 관여하기 때문에 이들이 컨텐츠에 가하는 비판 역시 날카롭다. 이들은 컨텐츠에 높은 도덕성과 퀄리티를 요구하며,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심한 물의를 일으킬 경우에는 공동 선언문이나 불매를 진행하는 등 행동력 역시 강한 편이다.

그렇기에, 연예계 등 한때 소통이 경직되어 있고 일방통행 식으로 진행되던 산업들이 더욱 팬들의 의견을 듣는 데 혈안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팬슈머의 컨텐츠 개선을 위한 노력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피드백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팬슈머는 컨텐츠의 여러 부분에 관여하는 강력한 주체이다. 많은 컨텐츠들은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이들에게서 호응도, 비판도 받을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팬을 무시하는 컨텐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팬슈머 현상은, 팬에게는 자기효능감을 주고 컨텐츠는 개선되는 상호 이익 구조로써 건강한 컨텐츠 시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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