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만의 매력과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색상의 신비

사람들은 로고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색상을 중시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타났다. /  출처: Signs.com
사람들은 로고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색상을 중시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타났다. / 출처: Signs.com

로고(logo)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쉽게 대중들에 전달하고 각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담아낸 의미가 단시간에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력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잘 만든 로고가 기업의 정체성으로 이어지는데, 사람 대부분은 로고를 단편적인 상으로 기억한다. 미국의 디자인 업체 사인즈닷컴(Signs.com)이 진행한 실험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작위로 선정한 150여 명을 대상으로 유명 로고 10개를 직접 그려보도록 했는데, 오히려 ‘색상’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구직자를 대상으로 <브랜드와 컬러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94.4%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컬러가 중요한가?”에, 86.4%가 “특정 컬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는가?”에 동의했다.

이처럼 시각적 요소는 소비자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매력을 지녔기에, 여러 기업은 상징 색을 활용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컬러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곧 특정 색에 대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주입해 브랜드와 제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특히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인지도를 제고하기 편리하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기능과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자, 타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부각할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카콜라의 빨간색, 카카오의 노란색, 포카리스웨트의 파란색. 이처럼 컬러 마케팅에 성공한다면 대중들의 사랑과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 그렇다면 여러 사례를 살펴보며, 올바른 컬러 브랜딩의 방향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최고의 서비스, 최고의 제품을 보라, 마켓컬리

고급화 전략을 취한 마켓컬리는 보라색을 채택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 출처: 마켓컬리
고급화 전략을 취한 마켓컬리는 보라색을 채택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 출처: 마켓컬리

온라인 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는 ‘보라색’을 브랜딩에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유기농 식재료를 취급하면 서도 초록색을 피해 뻔함을 탈피했고, 기존 식품 업계가 식욕을 돋운다 하여 빨간색을 내세운 것과 달리 다른 길을 선택했다. 오히려 보라색과 자사의 정체성을 설득력 있게 연결 짓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었다. 보라색은 가시달팽이 분비액을 방울 씩 모아 몇 달이나 햇빛에 말려야 얻을 수 있는 염료여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귀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주요 고객층이었던 여성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마켓컬리가 추구하는 친환경적 경영에 동참한다는 만족감을 준 것이다. 또한, 동틀 녘이 자연스레 연상돼 업계 최초로 도입했던 새벽 배송을 강조할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거래액은 2조원을 넘어섰고, 전년 동기 64% 상승한 매출을 기록했다. 

 

시원하게 초록, ‘테라’

하이트진로가 부진했던 실적을 극복하고자 출시한 테라는 기존 맥주와 구별되는 청량감을 내세우며 초록색 패키지를 선보였다. / 출처: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부진했던 실적을 극복하고자 출시한 테라는 기존 맥주와 구별되는 청량감을 내세우며 초록색 패키지를 선보였다. / 출처: 하이트진로

2019년 3월 하이트진로는 테라(TERRA)를 출시해 ‘맥주 = 갈색 병’ 공식을 깼다. 오비맥주의 카스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고, 수입 맥주의 거센 공세로 내리막길을 걷던 상황에서 시장의 판세를 뒤집고자 감행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자외선에 취약한 맥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갈색을 선호하던 기존과 달리, ‘초록생’ 병에 담아낸 것이다. 맥아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한 탄산을 사용한 만큼, 청정함을 드러내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표면의 소용돌이 문양의 음각과 더불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디자인이 톡톡 튀는 맛과 잘 어울려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역대 주류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팔리는 제품이 되었다. 출시 후 1000일 동안 누적 판매량이 23억 6000만 병을 넘기며, 1초당 27병의 실적을 보여줬다. 

 

브랜드만의 철학을 반영한 컬러가 중요

이처럼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차별화된 색상을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소비자의 호감을 사 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본질에서 벗어난 시도는 도리어 역효과가 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미국의 케첩 제조업체 하인즈가 2000년 출시했던 ‘녹색 케첩’이나 해태 음료가 기획했던 2001년의 ‘옐로 콜라’는 소비자의 공감을 사지 못해 실패의 역사로 남았다. 결국, 컬러 마케팅은 최소한 브랜드와 색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조화를 이룰 때 성공을 거둔다. 이목을 끄는 독특함도 좋지만, 소비로 이어지려면 전달하고 싶은 가치와 색상이 긴밀하게 관련해야 한다.

페스룸은 반려동물을 위한 욕실 용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노란색과 파란색을 강조했다. / 출처: 페스룸(PETHROOM)
페스룸은 반려동물을 위한 욕실 용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노란색과 파란색을 강조했다. / 출처: 페스룸(PETHROOM)

국내 반려동물 욕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페스룸(PETHROOM)’는 색상 조합을 잘 활용해 자신들의 철학을 전하는 좋은 사례이다. 적록 색약인 반려동물들이 인식할 수 있는 노란색과 파란색을 브랜드의 색상으로 내세워 진정으로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인간이 자각할 수 있는 색의 스펙트럼은 한정되었다, 그럼에도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녹여낸다면 소비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다. 기업들도 분발하는 만큼, 우리도 각자의 퍼스널 컬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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