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객이 줄어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호텔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노력을 살펴보자

최근 해외 주요국이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방역 수칙을 완화하며, 움츠렸던 여행 심리가 회복할 기미를 보였다. 영국이 여행객 자가격리 지침을 해제하겠다고 밝혔고, 동남아 국가들도 차례로 국경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19가 이미 유행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접어든 양상을 보여 결국 각국이 빗장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뒤늦게 확산한 한국의 경우 확진자 수가 매일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덕분에 해외에서 여행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한편 국내 호텔 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았다. 올해에만 25곳이 폐업 및 휴관을 결정한 가운데,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 유례없는 바이러스가 확산세를 2년 넘게 이어가자, 여행객의 발길이 끊겨 객실 가동률은 점차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21년 관광을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은 212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린 2020년의 12.8%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외부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집은 주거하는 공간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를 소화하는 표현의 장으로 변화했다. / 출처: pixabay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외부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집은 주거하는 공간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를 소화하는 표현의 장으로 변화했다. / 출처: pixabay

 

하지만 극심한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경영 악화를 극복해 간 호텔들이 있다. ‘홈코노미(Home+economy)’로 대표되는 비대면 문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내수 시장을 공략한 덕분이다. 특히 호텔은 여행지에서 머무는 숙박장소라는 상식을 깨트려 분위기를 누리는 여가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집과 호텔의 경계를 무너뜨려 새로운 주거 형태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그 결과, 종합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의 집계에 따르면 4~5성급 특급호텔 예약 건수가 12월에 작년 연초 대비 111% 성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트렌드의 흐름에 편승한 호텔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호텔을 집으로: 호텔로 출근하는 사람들


감염병의 확산과 함께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며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인구 밀집을 줄이는 차원에서 노동 환경 역시 재택근무를 중심으로 개편되었다. 사무실 근무와 비교해도 업무 능률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집은 단순히 주거공간을 넘어 개인의 경제활동과 휴식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확대했다.

호텔 업계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일하는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의 장으로 유혹한 것이다. 반복되는 장면의 집을 떠나와 고급스러운 객실과 다양한 부대시설도 함께 즐기자는 취지였다.

숙박 상품 외에 판매하지 않던 호텔 업계가 '데이유즈' 패키지를 선보여, 안전하면서 고급스러운 업무 공간을 원한 직장인들을 사로잡았다. / 출처: 글래드 호텔
숙박 상품 외에 판매하지 않던 호텔 업계가 '데이유즈' 패키지를 선보여, 안전하면서 고급스러운 업무 공간을 원한 직장인들을 사로잡았다. / 출처: 글래드 호텔

 

서울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호텔은 합리적인 가격에 당일 투숙할 수 있는 호텔로 출근해패키지를 출시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안전한 업무 공간이 필요했던 직장인들에게 휴식까지 선물한 고육지책이었다. 유독 국내에서는 대실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인식 때문에 터부시되었지만, 도전적인 시도 끝에 고객의 호응을 받으며 틈새 전략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선 하이원 리조트는 퇴근 이후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재충전할 수 있도록 장기 투숙 상품을 내놓았다. ‘일주일 살기부터 한 달 살기까지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하며 업무를 보고 싶었던 직장인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집을 호텔로: 호텔 굿즈로 집 꾸미기 열풍


홈코노미는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소비로도 이어졌다. 그동안 새로운 가구는 새집과 함께 장만한다는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자신의 취향, 깊게는 삶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집 꾸미기가 주목받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인테리어 용품점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호텔에서 경험한 특별한 순간을 일상에서도 누리고 싶은 소비자들 또한 늘어났다. 각 유명 호텔에서는 호텔의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를 내놓았다.

각 호텔 특유의 향기를 담아낸 디퓨저를 개발하고, 온라인으로 판매 경로를 확대하며 집 꾸미기 굿즈로 인기몰이 중이다. / 출처: 더 플라자
각 호텔 특유의 향기를 담아낸 디퓨저를 개발하고, 온라인으로 판매 경로를 확대하며 집 꾸미기 굿즈로 인기몰이 중이다. / 출처: 더 플라자

 

인천의 파라다이스시티는 자사 특유의 향기를 담아낸 디퓨저를 개발해 선보였다. 일반적인 디퓨저보다 고가의 제품이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5배 이상의 판매량을 보여줬고, 재구매율이 60%에 육박한다고 한다. 더플라자 호텔 역시 2018년부터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디퓨저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택배 배송을 지원하지 않음에도, 코로나 이후 매년 10~30% 성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호텔만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침구류는 단연 인기 품목이다. 롯데 호텔은 이번 달 온라인 사이트 이숍을 통해 비대면 판로를 개척했고,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오프라인 굿즈 점포를 열어 다양한 상품을 자랑했다.

 

내수를 넘어 세계로 다시 도약할 차례

유례없는 불확실 속에 많은 산업이 타격을 입었고, 해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호텔 업계는 그중에서도 오랜 침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한 이들을 중심으로 재개를 꾀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호텔을 내 집처럼 편히 쉬면서 일할 수 있으며, 그때의 경험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양방향의 마케팅 전략 덕분에 회복세에 올랐다. 앞으로는 세계적으로 방역 완화 추세가 강화하는 가운데, 이제 호텔 업계가 국내와 해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획을 어떻게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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