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 지옥 - 지금 우리 학교는의 연이은 성공가도
OTT와 투자환경 개선이 겹쳐 더욱 컨텐츠 파급력 강화돼

대한민국의 문화 경쟁력을 나타내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즉,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정서가 세계에서도 잘 먹힌다는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긍심을 채우기 위한 말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간 대한민국의 문화컨텐츠 사업의 해외 성공담을 보았을 때 분명 맞는 말이다.

예전부터 한국의 영상 컨텐츠는 해외에서도 잘 통해왔다. 일본에서 ‘욘사마(배우 배용준의 일본식 애칭)’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한류라는 말을 탄생시킨 ‘겨울연가’나 중동에서 배우들이 귀빈 취급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허준’ 등은 이전부터 한국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잠재력은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OTT 서비스의 활성화로 전 세계의 컨텐츠 진입 장벽이 낮은 현 상황에서 제대로 그 진가를 뽐내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대한민국 미디어 컨텐츠의 성공 사례와 그 이유를 알아본다.

 

- 대한민국 미디어 콘텐츠, 얼마나 성공했나

오징어 게임 / Netflix 제공
오징어 게임 / Netflix 제공

 

현재 대한민국의 성공한 컨텐츠를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단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다. 지난 2021년 9월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종합 1위를 달성하였으며 역대 OTT 콘텐츠 중에서도 시청 시간이 가장 높았다. 넷플릭스 역시 이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의 주가를 기록했을 정도로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오프라인에서도 인기는 여전했는데, 오징어 게임을 주제로 한 팝업 스토어에 몇백 미터의 줄이 늘어섰다는 해외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렸을 뿐 아니라 인터넷 역시 오징어 게임 관련 밈(meme)이 쇄도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에 공개된 한국 블록버스터형 드라마 ‘지옥’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넷플릭스 월드 랭킹 1위를 석권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기생충'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생충'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편, 대중성뿐 아니라 평론가의 호평을 받은 콘텐츠도 존재했는데 2019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사회 계층 간의 문제를 날카롭게 담았다는 평가와 함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으며, 이외에도 해외에서 받은 상은 200개가 넘는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챙긴 것이다.

 

- 대한민국 미디어 콘텐츠, 왜 성공했나

'휴머니즘'은 만국 공통의 코드이다 / pixabay 무료 이미지
'휴머니즘'은 만국 공통의 코드이다 / pixabay 무료 이미지

 

대한민국의 영상 콘텐츠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주제의식이 있다. ‘신파’로 대표되는 가족적 유대와 휴머니즘에 관한 내용이다. 국내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고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해외에서는 이 코드가 주효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인간 간의 유대 등은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도 해외 콘텐츠보다는 조금 더 소시민적인 내용들이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주로 다뤄지는 계층 간 격차 등의 사회 고발적 주제 역시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는 내용이기에 많은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가장 한국적인’ 주제의식이 ‘가장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OTT 서비스의 활성화와 제작비 지원 환경이 날개를 달아줬다. 이전에 언어적 문제로 접근이 어려웠던 한국어 콘텐츠가, OTT의 활성화로 다국어 더빙이 지원됨으로써 세계인의 접근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자국어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여 자막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데, 이전에는 수익 문제로 잘 지원되지 않던 더빙이 OTT의 컨텐츠 유통력을 담보로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소 낮은 제작비 환경을 글로벌 대기업 투자자인 넷플릭스가 부담하게 되면서 컨텐츠의 영상미 역시 크게 상승하였다.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블록버스터’형 장르의 드라마인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이유이다. 정리하자면, 한국에서 이전부터 잠재력이 있었던 고유의 정서가, 컨텐츠 제작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여러 환경의 변화와 합쳐져 세계적인 시너지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문화의 여러 가지 갈래에서, 대한민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음악이든, 영상물이든, 게임이든, 전 세계의 인터넷 컨텐츠에는 한국어가 송출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 경쟁력을 계속해서 발전시킨다면 대한민국의 제조업 신화를 이을 또다른 버팀목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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