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운명과 식민주의에 대한 단호하고도 연민 어린 시선”

출처: 노벨상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 노벨상 공식 인스타그램

탄자니아 출신 압둘라자크 구르나 노벨문학상 수상, 35년만의 아프리카계·흑인 수상자
지난 7일, 탄자니아 출신의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으로 발표됐다. 구르나는 1948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에서 태어났지만 1960년대 말 난민 신분을 가지고 영국으로 이주했다. 1987년 첫 소설 ‘떠남의 기억’(Memory of Departure)을 펴냈고, 지난해에도 소설 ‘사후’(Afterlives)를 출간하며 꾸준히 소설가로 활동해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 대해 “문화와 대륙 간 차이에 놓인 난민의 운명과 식민주의의 영향을 단호하면서도 연민 어린 시선으로 통찰했다”라고 설명했다.

구르나의 수상은 35년만의 아프리카계·흑인 수상자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여겨지는 노벨상의 한 분야이다. 그 권위는 여전히 인정받고 있으나,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유럽 남성을 중심으로 선정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18명 중 여성 수상자는 16명뿐이고, 유럽 출신이 81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유럽 중심으로 수상자가 선정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최근에는 노벨문학상 측이 다양성을 고려하여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도 최근 수상자들이 서양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에 올해 수상자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결국 구르나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진실에 대한 헌신' 담은 구르나의 작품들, 식민지·난민·인종차별 주로 다뤄

구르나의 작품은 대체로 식민주의의 비참함이나 난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떠남의 기억’(Memory of Departure, 1987), ‘순례자의 길’(Pilgrims Way, 1988), ‘낙원’(Paradise, 1994), ‘바닷가’(By the Sea, 2001), ‘황폐’(Desertion, 2005), ‘사후의 삶’(Afterlives, 2020) 등이 있다. 실제로 데뷔작인 ‘떠남의 기억’은 탄자니아 혁명을 다루고 있고, ‘낙원’은 1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탄자니아 소년의 삶을 그렸다. 이처럼 그는 작품에서 비극적 역사와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바탕으로 식민지와 난민, 인종차별 등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에 노벨상위원회는 “구르나의 소설 속 인물들은 문화와 대륙의 차이, 전통과 새로운 삶의 차이, 결코 해결되지 않는 불안정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하며, 구르나의 ‘진실에 대한 헌신’을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라고 밝혔다.

"과거보다 훨씬 더 폭력적인 현대사회", 국내에서도 구르나 작품 주목받을 전망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가 분열을 겪고 있고, 난민 문제도 세계적인 논쟁의 주제로 떠오른 만큼, 그의 수상이 의미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현재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만큼 그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구르나 역시 자신의 수상 이유에 대해 “세계는 1960년대보다 훨씬 더 폭력적으로 됐다”며 “더 많은 사람이 분투하며 테러 국가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된 그의 작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의 분열이나 난민 문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구르나의 작품이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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