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위한 네고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

■ 베스킨라빈스의 네고왕 출연이 가져온 대박적 수익

지난 2021년 8월 9~11일 3일간 배스킨라빈스는 프랜차이즈 기업을 찾아가 상품을 네고(할인)하는 협상과정을 담는 유튜브 웹예능인 ‘네고왕’과의 프로모션으로 기존 15,500원에 판매하던 쿼터 아이스크림을 10,000원에 판매하고, 기존 3,300원으로 판매하던 블록팩을 2+2로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진행하였다. 쿼터는 5,500원을, 블록팩은 6,600원을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한 것이다. 행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행사 기간동안 SNS에는 쿼터 및 블록팩 구매 인증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왔으며, 다수의 배스킨라빈스 매장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소비자들로 인해 대기시간이 늘어났고, 예상을 초과한 손님 수로 인해 쿼터 컵의 물량 부족과 블록팩의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네고왕 행사로 인한 수익률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네고왕 할인 행사 기간 동안 배스킨라빈스 매장에 방문한 고객 수는 150만명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평소의 3배가 넘는 고객 방문 수이다. 배스킨라빈스 가맹점들의 평균 총매출은 지난해 동일 기간과 비교하였을 때 3배가 증가하였고, 특히 행사 할인 품목인 블록팩과 쿼터 제품의 매출은 평소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 3일동안 한 달치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다이닝코드_베스킨라빈스 강남중앙점 리뷰사진
다이닝코드_베스킨라빈스 강남중앙점 리뷰사진

■ 베스킨 라빈스의 네고왕 출연 논란

과거 이삭토스트, BBQ 등 수많은 기업의 네고왕 출연이 소비자들의 환호를 부른 것과는 다르게 배스킨라빈스의 네고왕 출연에는 논란이 생겨났다.

치킨, 떡볶이 같은 제품과는 달리 경쟁 브랜드가 많지 않은 배스킨라빈스의 특성 상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 분명한데, 손님이 몰려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네고왕 계약서에는 1인 1메뉴로 한정했지만,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가맹점의 경우 카드를 바꿔 사용하면 무제한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또한 해피포인트 사전 예약 주문과 매장 방문 주문을 동시에 진행하여 주문량은 과도하게 많아지는 반면, 인력은 한정적이고 아이스크림을 퍼담는 작업이 유난히 손목을 많이 쓴다는 점 때문에 돈은 SPC사가 벌고 재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부린다는 소비자들의 걱정과 아르바이트생들의 직접적인 불만이 다수 존재하였다.

베스킨라빈스 공식 인스타그램
베스킨라빈스 공식 인스타그램

■ 점주의 행사 비용 부담에 대한 비판과 SPC사의 반박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은 본사가 네고왕 행사에 따른 부담을 100%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과거 이삭 토스트, 걸작떡볶이치킨 등 많은 기업들이 본사 부담 100%를 요구하는 네고왕 측의 제안을 승낙하는 모습을 보여왔기에 네고왕 시청자들은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어주려하는 기업과 네고왕의 방식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배스킨라빈스는 본사와 점주의 부담 비율을 6:4로 설정하면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점주에게는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아이스크림을 제외한 드라이아이스, 포장값 등은 원래부터 온전히 점주의 부담이기에 몰려드는 손님으로 인한 추가적인 포장비용과 인건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점들에 대해 SPC사는 본사와 가맹점주의 부담 비율이 6:4는 맞으나, 블록팩 추가 증정은 100% 본사 부담이라며 반박하였다. 또한 공정거래법에 의거하여 행사 진행에 대해 가맹점주의 약 88%의 동의를 받았으며, 이벤트 참여여부는 선택사항인데 8곳을 제외한 1,563곳의 가맹점은 이벤트에 참여한 점을 강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네고왕 행사 시 본사가 꼭 100% 부담하는 것은 아닌점을 지적하며,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행사 비용을 본사가 50% 이상 부담하게 되어있는데, 자사는 60%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SPC관계자는 이익이 되지 않으면 가맹점주들의 참여율이 이렇게 높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매장마다 실적도 좋아 네고왕 행사에 대한 점주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였다. 

베스킨라빈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베스킨라빈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 사실 이례적 할인률이 아니었던 베라의 네고왕 행사

배스킨라빈스의 할인혜택을 잘 이용해왔던 소비자들과 알바생들은 배스킨라빈스에서는 원래 복날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왔으며, 이번 네고왕 행사는 그렇게 파격적인 할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2019년도에는 초복 이벤트로 쿼터를 9,9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2020년도에는 말복 이벤트로 아이스크림 쿼터사이즈를 구매하면 패밀리사이즈로 크기를 무료 업그레이드 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가격으로 따지면 6,500원의 할인이므로 사실상 이번 이벤트보다 더 높은 할인율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네고왕 할인 기간은 기존 말복 행사 기간과 같았으며, 배스킨라빈스 측에서 진행한 추가적인 말복행사는 없었다. 다시 말해, 몇 년 전부터 진행해오던 할인 행사를 갑작스러운 네고왕 할인처럼 꾸며 수익률을 대박 낸 것이다. 

달라스튜디오 유투브 커뮤니티
달라스튜디오 유투브 커뮤니티

■ 베라의 네고왕 마케팅은 성공한 것일까?

수익률로만 판단한다면 네고왕 프로그램을 활용한 배스킨라빈스의 마케팅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논란과 구설수로 인해 배스킨라빈스와 SPC사의 이미지는 네고왕 출연 전보다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네고왕 시즌1에서 동종업계 브랜드인 '하겐다즈'를 섭외한 영상의 좋아요는 13만, 싫어요는 1.9천이며, 댓글은 1.5만개이다. 거의 모든 댓글은 하겐다즈에게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배스킨라빈스를 네고한 영상에서 좋아요는 3.5만, 싫어요는 3.9천명이며, 7.3천개의 댓글이 달렸으나 본사 100%부담이 아닌 점을 비판하고 알바생들의 고생을 토로하는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 대다수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높은 수익률로 성공한 마케팅 사례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업의 이미지를 해치는 마케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베스킨라빈스의 행사는 과연 SPC사에게 득이 되었을까 실이 되었을까?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