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854일 만에 1위…해체 직전 걸그룹을 살린 ‘군인’들의 힘

또 하나의 역주행 신화가 쓰였다. 멜론 주간 차트 기준 3월 2, 3주 동안 1위를 차지한 브레이브 걸스의 2017년 발표곡, <Rollin’>(이하 ‘롤린’)이 그 주인공이다.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 신화를 시작시킨 유튜버 ‘비디터’의 댓글 모음 영상. / 출처 = 유튜브 ‘비디터VIDITOR’ 영상 캡쳐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 신화를 시작시킨 유튜버 ‘비디터’의 댓글 모음 영상. / 출처 = 유튜브 ‘비디터VIDITOR’ 영상 캡쳐

브레이브 걸스는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가 설립한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대표이사 강동철)’ 소속 걸그룹으로, 이번 역주행을 통해 데뷔 후 5년 만에 멜론, FLO, 벅스, 지니 등 국내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하게 되었다. 동시에 SBS <인기가요>에서도 로제, 샤이니 같은 경쟁자를 제치며 3월 셋째 주까지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발매 당시 최고 기록이 멜론 실시간 차트 기준 190위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역주행 성공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시작은 유튜버 ‘비디터VIDITOR’의 영상 <브레이브 걸스_롤린_댓글모음>이 지난 2월 24일 게시되면서부터였다. 해당 영상은 발매 당시 브레이브 걸스가 여러 군부대에서 진행했던 ‘위문 열차’ 무대의 교차 편집본과 익살스런 댓글을 엮은 형태를 띄고 있다. “음방보다 이런 무대에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더 보기 좋아보이네. 진짜 재밌게 무대 즐기는 것 같음”처럼 브레이브 걸스가 즐겁게 무대에 임하는 태도를 칭찬하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18년 군번인데 16년 군번한테 인수인계받고 20년 군번한테 인수인계 하고 나옴”과 같이 본인의 군생활을 추억하는 댓글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군통령’이라고 불리며 오랫동안 군부대 내에서 탄탄한 팬층을 형성해온 브레이브 걸스는, ‘유튜브’라는 잘 나가는 플랫폼의 파급력 위에 올라타 그 잠재력을 온전히 터뜨릴 수 있었다.

- 브레이브 걸스의 두가지 성공 요인: ‘밀보드 차트’의 위력, 그리고 멤버들의 휴먼 스토리

이들의 성공 요인을 두가지 측면으로 분석해 보자면, 첫번째로 ‘군인’이라는 새로운 팬덤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군 부대에서의 위문 공연은 효과성과 수입 측면에서 기획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을 뿐더러 군인의 음반, 혹은 기기 사용이 상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걸그룹의 위문 공연은 직접적인 수입으로 연결되기 힘든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인기 있는 걸그룹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군부대까지 위문 공연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브레이브 걸스는 2016년 현재의 2기 멤버들이 데뷔한 이래 꾸준히 군부대에서의 공연을 이어왔다. 이를 통해 미국의 빌보드 차트를 패러디한 ‘밀보드 차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1위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장병들 사이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구축해왔다. 또한 육해공군 할 것 없이 수많은 군부대에서의 국방TV <위문 열차> 공연 영상이 이미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현재는 전역한 수많은 예비역들의 댓글이 결국 ‘댓글 모음’이라는 2차 컨텐츠까지 이어져 폭발적인 버징(Buzzing)을 이끌어 낸 것이다.

따라서 이번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을 계기로 기피성 공연이라 인식되던 군부대에서의 위문 공연이 새로운 ‘팬슈머(Fan+consumer: 팬과 소비자의 합성어)’ 콘텐츠의 잠재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전 브레이브 걸스는 해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 출처 = 유튜브 ‘디글’ 캡쳐
불과 한 달전 브레이브 걸스는 해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 출처 = 유튜브 ‘디글’ 캡쳐

두번째로는 브레이브 걸스 멤버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꼽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연예계는 학교 폭력과 왕따 및 따돌림 등 스타들의 과거 논란으로 물들었다. 잇따른 논란에 피로감을 느끼던 대중들은 브레이브 걸스가 오랜 무명 기간을 극복하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그려내는 것에 열광하고, 이들의 훈훈한 과거 이야기에 다시 한 번 감동하게 된 것이다.

역주행의 시발점이 되었던 위문 공연 영상에서도 이런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연병장 위 작은 무대에서 모래바람을 맞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멤버들의 태도를 칭찬하는 댓글이 상당 수 게시되어 있다.
또한 브레이브 걸스 멤버들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하며 밝혔던 이들의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방송을 통해 “역주행 영상이 게시되기 하루 전에 숙소에서 짐을 뺐다”고 고백한 브레이브 걸스의 멤버 유정의 속사정과 카페 개업 준비, 패션 사업 진출 등 각자의 미래를 위해 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해체를 위해 매주 수요일에 모여 회의를 했다는 브레이브 걸스의 민영은 "팀을 정리하기 위해 만나려 했던 수요일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 수요일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현재 해당 유퀴즈 영상은 210만 조회수(3월 28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브레이브 걸스의 프로듀서이자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용감한 형제’는 이번 Mnet의 프로그램 <TMI News>를 통해 "이제 빛을 봤으니 오랫동안 실력 있고 잘하는 친구들로 대중들에게 인식이 돼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이번 역주행 신화의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