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불어온 '재출시' 바람

'팬슈머'의 목소리를 담은 식품업계의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팬슈머란 팬과 컨슈머의 합성어로 한 대상에 일방적인 애정을 쏟고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획하고 투자하는 등 상호작용에 방점을 두는 적극적인 팬으로서의 소비자를 지칭한다. 다소 엉뚱하지만 색다른 발상으로 접근해 브랜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아이디어 뱅크'로 활약하고 있다. 농심켈로스의 '첵스 파맛'과 팔도의 '팔도 만능비빔장', 삼양식품의 '불닭소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도록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돌아온 우리의 메뉴

 

사라졌다 부활한 햄버거 / 출처: (위부터) 맘스터치, 맥도날드
사라졌다 부활한 햄버거 / 출처: (위부터) 맘스터치, 맥도날드

식품업계가 단종됐던 제품을 잇달아 재출시하기에 나섰다. 고객들의 성원과 요청에 힘입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지난해 맘스터치의 '할라피뇨 통살버거'가 재출시됐다. 메뉴를 개편하면서 퇴출당한 9개의 버거 메뉴 중 재출시가 결정된 것은 할라피뇨 통살버거가 유일하다. 해당 버거가 메뉴에서 빠지자 맘스터치 본사엔 제품을 되살려달라는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첫선을 보인 후 2018년 자취를 감췄던 맥도날드의 '맥런치'도 재출시됐다. 재출시 3주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됐으며 맥도날드 전체 햄버거의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제면소의 부활 / 출처: 제일제면소
제일제면소의 부활 / 출처: 제일제면소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소비자들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 별미 면 요리 전문 브랜드인 '제일제면소'를 부활시켰다. 제일제면소는 지역 특색을 살린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프리미엄 원료를 사용하는데 원가 부담이 높아 판매가 중단된 제품이다. 소비자들의 판매처 문의와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자 브랜드 재출시를 결정했다. 부활과 함께 '제일제면소 부산밀면'과 '제일제면소 속초 코다리냉면'을 판매했다.

돌아온 추억의 과자

추억을 함께했던 과자가 돌아왔다 / 출처: 오리온
추억을 함께했던 과자가 돌아왔다 / 출처: 오리온

2016년 공장 화재로 생산라인이 소실돼 단종됐던 오리온의 '태양의 맛 썬'이 2018년 4월 재출시했다. 재출시 이후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으며 매출액으로 따지면 94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오리온은 '치킨팝', '배배', '와클' 등 추억의 과자를 내놓고 있다. 특히 와클은 15년 만에 재출시된 제품으로 먹으면 먹을수록 당기는 단짠 맛의 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다.
롯데제과는 3년 만에 후레쉬민트껌을 다시 출시했다. 1972년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껌과 국내 껌 시장을 대표한 제품이지만 2017년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최근 민트초코와 같은 민트맛 제품이 인기를 끌며 재출시가 결정됐다.

10년만에 돌아온 바둑 초콜릿 / 출처: CU
10년만에 돌아온 바둑 초콜릿 / 출처: CU

CU의 '최강 미니 바둑 초콜릿'은 단종된 지 10년 만에 재출시됐다. 지난 1월 출시한 이 초콜릿은 1월 한 달 동안 5만 개 이상 판매되고 매출 순위도 초콜릿 카테고리 내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바둑 초콜릿은 2000년대 후반 단종된 상품으로 30ㆍ40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재출시 요청이 잇따랐다.  

한정판 제품, 정식 제품으로 승격 


한정판 제품들이 정식제품으로 출시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수량 한정, 기간 한정으로 출시된 제품들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며 상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정식제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의 질을 개선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한정 기간 연장에 이어 정식출시까지 고속행진 / 출처: 롯데리아
한정 기간 연장에 이어 정식출시까지 고속행진 / 출처: 롯데리아

한정 판매될 예정이던 롯데리아의 '사각새우더블버거'가 소비자 인기에 힘입어 정식 출시됐다. 올 1월 한정제품으로 선보인 사각새우더블버거는 출시 1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0만 개를 돌파하며, 1월 한 달에만 총 100만 개가 판매됐다. 사전 예상치보다 2배 넘게 판매되며 일부 매장에서 재고가 품절되기도 하는 등 인기몰이를 이어가자 롯데리아는 한정 판매의 기간을 2월까지 연장했다. 연장 운영에도 1월 대비 누적 판매량이 약 20% 상승했고, 2월 누적 판매량이 100만 개를 돌파해 두 달간 총 200만 개가 판매됐다. 이에 롯데리아는 사각새우더블버거를 정규 제품으로 전환했다.
KFC의 닭껍질튀김도 일부 매장에서 기간 한정으로 판매됐던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문의와 요청에 따라 상시 판매로 전환됐다. 원래 닭껍질튀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부 KFC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제품으로 한정 출시 당시에도 해외에서 닭껍질튀김을 맛본 소비자들이 출시를 요청해 국내시장에 발을 딛게 된 것이었다. KFC는 정식출시에 맞춰 함께 제공되는 살사소스의 풍미를 한층 개선했다.

너구리 RtA / 출처: 농심
너구리 RtA / 출처: 농심

지난해 1월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던 농심의 '앵그리 RtA'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 대비 3배가량 매운 국물맛과 홍합과 오징어, 미역 등 해산물 재료로 구현한 풍부한 해물 맛이 인기요인이었다. 한정판 제품명인 RtA는 온라인상에서 너구리를 지칭하는 '밈'으로 작용해 밀레니얼 세대 펀슈머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를 끌었다. 앵그리 RtA는 '먹방' 유튜버 사이에서 필수 시식 제품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시장 반응에 힘입어 앵그리 RtA가 정식 출시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 차례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기존 고객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신제품과 달리 수요량이나 주요 소비자 연령층 등 일정 부분을 예측하기 비교적 쉽기 때문에 제품의 재출시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