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사전신청 기간 동안만 46만명 몰려…핵심은 ‘단순화’

딱딱한 금융 용어들과 복잡한 가입 과정 등으로 인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에게 철저히 외면 받아온 모바일 증권앱 시장에, ‘토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 / 출처 = 토스증권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 / 출처 = 토스증권

“첫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이하 MTS)이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약 30개의 증권사에서 MT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변화와 발전 속도는 매우 더뎠다고 생각한다. 토스증권이 이런 시장의 상황을 한번 바꿔보겠다. 정체된 시장을 혁신하고, 새로운 모바일 투자의 표준을 제시하겠다.”

모바일 송금 어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대표: 이승건)는 지난달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약 12년 만의 새로운 증권사인 ‘토스증권’의 출범을 알렸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주식거래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토스증권의 신개념 MTS 서비스를 소개하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새롭게 분류한 토스증권산업분류기준(TICS), 모바일에 최적화된 UX/UI, 음악차트 같은 종목순위표, 이해하기 쉬운 용어 사용 등 토스증권이 도입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소개하면서, "토스증권의 MTS는 자산가가 아닌 소액투자자, 투자입문자를 위한 쉽고 친절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증권가에 입성한 카카오페이증권과 같이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온라인 전용 서비스이다. 기존에도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같은 MTS 서비스가 존재했지만 이들은 오프라인 지점을 함께 운영 중이고, 계좌 개설 및 인증 등 여러 개의 앱을 함께 설치해야만 실제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번거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토스증권은 1,800만명이 이용하는 기존 토스 앱 하단의 증권 탭에서 이용 가능하고, 계좌 개설부터 인증까지 모두 하나의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해결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토스에 가입되어 있다면 핸드폰 인증, 타 은행/증권사 계좌 인증을 통해 5분 내로 토스증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숫자 4자리+알파벳 1개로 이루어진 5자리 암호나 지문, 안면 인식 같은 생체 인증을 통해 손쉽게 로그인할 수 있다.

토스증권 사전신청 이벤트 배너 / 출처 = 토스증권 홈페이지
토스증권 사전신청 이벤트 배너 / 출처 = 토스증권 홈페이지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17일까지 진행한 사전신청 이벤트에는 약 46만명이 몰렸다. 이벤트를 통해 사전신청자에게 정식 서비스 런칭 전 먼저 이용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기본 3개월, 초대한 친구가 사전 신청 시 최대 6개월에 달하는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했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 기간 이후 토스증권의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는 0.015%로, 타 MTS 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IBK투자증권의 0.1%, KB증권의 0.12%보다는 저렴하고 0.015%의 키움증권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가 책정되었다. 토스증권과 결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거래량 1위 MTS 서비스 로빈후드(Robinhood)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토스의 수수료 유료화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이에 대해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토스증권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고객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객 중심의 서비스와 편리한 고객 경험에 집중해 충분히 토스증권의 팬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증권은 여타 MTS와 달리 MZ세대를 타겟으로 소액투자자도 이해가 쉽도록 앱을 구성했다. 기존의 MTS가 HTS를 모바일로 옮겨온 것에 불과했다면 토스증권은 설계단계부터 모바일 환경 최적화에 방점을 두었다. 박재민 대표는 "국내 첫 MTS가 시장에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HTS의 기능을 최대한 MTS에서 구현하려다 보니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접근이 너무나 어려웠다"며 "토스증권은 투자 입문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다양한 실험과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이번 MTS를 시작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토스증권이 여타 주식 거래 플랫폼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한 ‘필살기’는 무엇일까? 두가지로 압축해봤다.

토스가 제시한 새로운 산업분류기준인 ‘토스증권사업분류기준(TICS)’ 구현 예시. / 출처 = 토스증권
토스가 제시한 새로운 산업분류기준인 ‘토스증권사업분류기준(TICS)’ 구현 예시. / 출처 = 토스증권

- 토스증권산업분류기준(TICS) 도입

기존 초보 투자자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봉차트와 주가의 기술적 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이격도, 이동평균선, 틱차트 등은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데에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왔다. 토스증권은 이런 정보들을 삭제하고 매수주체, 매매현황, 체결강도, 거래량 같은 복잡한 투자정보까지 과감히 덜어내는 선택을 했다.
대신 약 2200여개 상장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하여 234개 업종으로 새롭게 세분화한 토스증권사업분류기준(TICS)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음악 스트리밍’, ‘2차전지’와 같이 기존 증권사 MTS에서 찾기 힘들었던 산업분류를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중에 나와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름에 맞는 기업과 산업분류를 자동으로 분류해줘 검색의 간편성도 높였다. 가령, ‘메로나’를 검색한다면, “메로나는 빙그레의 브랜드입니다.”라는 메세지와 함께 빙그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정보 탐색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자들이나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토스증권의 ‘구매 Top 100’ 데이터 제공 예시 / 출처 = 토스증권
토스증권의 ‘구매 Top 100’ 데이터 제공 예시 / 출처 = 토스증권

- 이해하기 쉬운 용어 사용과 깔끔한 UX/UI
기본적으로 토스증권은 ‘중학생도 바로 이해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초보 투자자들에게 있어 주식 시장의 진입 장벽 중 하나로 여겨졌던 ‘매도’, ‘매수’같은 어려운 용어 사용도 ‘판매하기’, ‘구매하기’ 같은 직관적인 용어로 변경했다.

UX(유저 경험)와 UI(유저 인터페이스)도 극도로 단순화했다. 기존 토스앱 하단에 증권 탭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기존 토스 앱의 단순화된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가져왔다. 페이지에 사용된 컬러와 메뉴 구성을 상당히 심플하게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거래 완료, 계좌 개설 시 꽃가루를 화면에 뿌려주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도 추가하여 재미를 줬다.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을 골랐다면 4~5번의 터치로 해당 종목의 구매를 마칠 수 있게끔 설계되어 ‘간편한 투자 경험’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구매 Top 100’, ‘관심 Top 100’, ‘영업이익률 Top 100’ 같이 음악 차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순위표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제/한 달/세 달/1년/5년전에 알았더라면…’ 정보를 제공하여 해당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산업군의 이름과 수익률을 순서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역시도 기존 증권사 MTS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요소다.

박재민 대표는 “개발 초기부터 사용자 집중 인터뷰를 통해, 주식 투자 초보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란스럽다고 지적한 부분은 과감히 제거하고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한편 토스증권을 비롯한 카카오페이증권 등 신생 투자사들이 투자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작년 말부터 개발자를 비롯한 다양한 IT인재를 영입하는 데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스증권은 올해 3월 입사자까지 1억원 규모의 스톡 옵션을 제공하고, 경력직에게는 1.5배에 달하는 연봉 인상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부터 키움증권을 비롯한 개인 투자자 중심의 기존 증권사들도 잇따라 MTS 개발에 공을 들이면서, 금융 업계 내 개발자의 몸값은 날이 갈 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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