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관람 거부 운동…디즈니 침묵 중

영화 '뮬란' 포스터/디즈니

오는 17일 국내 개봉을 앞둔 디즈니 영화 ‘뮬란’이 중국의 반인권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SNS에서는 ‘보이콧뮬란(#BoycottMulan)’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는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관람 거부 운동이 퍼지고 있다.

관람 거부 운동은 두 가지 이유로 거세지고 있다.

먼저, 뮬란 역할을 맡은 배우 유역비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뮬란 역을 맡은 배우 유역비가 자신의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웨이보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며 “나를 비난해도 된다. 홍콩은 수치스러운 줄 알라” 등의 글을 남겼다.

지난해 8월 논란이 된 유역비 인스타그램/유역비 인스타그램 캡쳐

당시 홍콩에선 시민들이 송환법(범죄자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홍콩경찰의 모습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고 있었다.

영화 ‘뮬란’이 차별과 탄압에 맞서는 캐릭터인데 이 역할을 맡기로 한 주연배우가 홍콩 경찰의 만행을 옹호하며 논란이 불거진 것.

또한, 지난 4일 디즈니는 뮬란을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온라인 개봉했는데, 엔딩 크레딧에는 “촬영에 협조해준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공안국에 고맙다”는 내용을 담았다. 

‘신장 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며 위구르족을 강제로 구금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은 지역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이 지역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보통 거절하는데 디즈니에게만 촬영을 허가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뮬란 논란을 보도하면서 디즈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뮬란 보이콧 운동을 다룬 분석 기사에서 "(뮬란이) 민족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에 대한 분노를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슈아 웡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보이콧뮬란' 관련 사진/조슈아 웡 트위터 캡쳐

한편, 홍콩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한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보이콧뮬란’ 해시태그와 함께 “뮬란을 보는 건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촬영 장소 중 한 곳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이콧뮬란에 이어 ‘진짜뮬란(#RealMulan) 해시태그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을 주도한 아그네스 차우가 진짜 뮬란이라는 의미다. 아그네스 차우는 조슈아 웡과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만들어 반중국 민주화 시위에 동참했다. 유역비의 발언에 맞서 아그네스 차우를 소환한 관람 거부 운동이다.

논란과 관련해 디즈니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인 만큼 디즈니가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뮬란에 제작비 2억달러(2천357억원)를 투입한 디즈니가 중국 시장 흥행을 위해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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