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집콕족의 홈카페 단골메뉴에서 국제적 유행까지

유튜브 채널 'The Happy Noona'에 올라온 달고나 커피 만드는 법 영상 썸네일 / The Happy Noona

뜻하지 않게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달달하게 물들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달고나 커피’가 대유행처럼 번졌다.

달고나 커피의 시작은 배우 정일우였다. 지난 1월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 식당에서 커피를 마신 후 "학교 앞에서 팔던 달고나 같은 맛"이라고 극찬했는데, 이 커피의 제조법이 공개된 후부터 ‘집콕족’들이 너도나도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커피가루와 설탕을 각각 두 스푼 넣고 뜨거운 물을 추가해 꾸덕한 거품이 날 때까지 400번 저어 만드는 이 커피는 집콕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인 챌린지였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 유행은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달고나커피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16만 7천개, 달고나커피만들기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1만 4천 7백개에 이른다.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데에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관련 제품들 또한 구매율이 급증하고 있다. G마켓은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월 기준, 한 달 동안 홈카페 관련용품 판매량이 전월보다 평균 27.4% 증가했다고 밝혔다. 품목별 판매 신장률은 에스프레소 머신 47%, 캡슐커피 31%, 전동그라인더 29%, 드립커피머신 21%, 커피메이커 9% 등으로 나타났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의 핵심인 '400번 젓기'에 큰 도움을 준다는 다이소의 전동거품기 또한 올해 2월 판매량이 12월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EXO 멤버 세훈 / MBC

너도나도 달고나 커피 만들기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국내 글로벌 인기의 중심인 연예인들도 방송을 통해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인기 아이돌 그룹 EXO의 세훈이, 스타 실시간 개인 방송 어플 플랫폼 V앱에서는 월드스타 BTS의 멤버들이 달고나 커피 만들기 챌린지에 동참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달고나 커피 만들기는 국내 유행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데에 이바지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이후 구글에서 '달고나 커피' 검색량이 1800% 증가했다고 한다. 또 달고나 커피의 영어명으로 통하는 'Dalgona'는 최근 30일동안 83개 국가 내 커피 카테고리에서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이 검색됐다. 유튜브에도 '달고나 커피' 만들기 도전 영상이 급증했으며,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6일까지 유튜브에 올라온 달고나 커피 콘텐츠의 조회 수는 1월 1일~3월 14일 대비 세계적으로 500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한국의 최신 트렌드에서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달고나 커피가 세계 각지로 전해지며 서로의 심심함을 달래고 격리 생활을 공감·응원하는 '마법의 레시피'가 됐다"며 "세계인이 여전히 연결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탐앤탐스의 신메뉴 홍보 포스터 / 탐앤탐스

달고나 커피 만들기의 선풍적인 인기에 따라 카페업계와 식품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달고나 커피는 궁금하지만 400번 젓기라는 노동에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들을 타겟팅한 다양한 달고나 음료와 디저트가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탐앤탐스, 공차, 커피빈, 요거프레소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달고나 음료를 출시하고 있으며, 이는 작년말 유행한 흑당을 이을 최신 유행 신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농심의 신제품 '달고나맛 쫄병스낵' / 농심

음료 뿐 아니라 달고나를 활용한 다양한 간식거리도 출시 중이다. 농심은 '쫄병스낵' 달고나맛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의 쫄병스낵 모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별사탕과 달고나맛을 가미한 이 스낵은 뉴트로콘셉트의 패키지 디자인까지 사용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편의점 CU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달고나 디저트 라인을 순차적으로 출시 중이다. 달고나 크림을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상품으로, 마카롱, 크림 케이크, 롤 빵, 캔디 등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김석환 BGF리테일 스낵식품 팀장은 "코로나19로 집에서 디저트를 즐기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디저트 매출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홈카페족들이 가까운 점포에서 다양한 디저트를 만날 수 있도록 상품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코로나19라는 전무한 재난사태 속에서도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며 버텨나가고 있다. 어려운 시기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되어 헤쳐 나가는 사람들, 이들이 있기에 코로나 위기 극복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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