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사재기부터 의료기관 마스크 품절까지 ‘첩첩산중’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 / 경북일보

대한민국은 코로나에 점령당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우한 폐렴’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환은 감염자의 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고 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만 (2월 15일 16시 기준) 28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백신이 여전히 개발되지 않은 지금 확진자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마스크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몰에서 이 수요 폭등의 결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1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G마켓에서 팔린 마스크는 지난주 대비 4380% 급증했다. 일반 마스크와 황사·독감 마스크는 최대 4437% 더 팔려 동이 났다고 한다. 온라인몰 위메프는 설 연휴 기간인 1월 24일부터 27일까지 KF94 마스크 판매가 전 주 대비(1월17~20일) 3213% 급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편의점 CU는 1월 20일부터 일주일간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마스크 매출이 전월 대비 10.4배 급증했다고 한다.

온라인몰 마스크 판매 현황 / 네이버쇼핑 캡쳐

홈쇼핑업계에서도 수요 폭등은 마찬가지였다. CJ오쇼핑은 1월 31일 새벽 심야 재방송이나 도깨비 방송 편성에 투입할 예정이었던 ‘국제약품 마스크’를 28일 T컴(CJ오쇼핑 플러스)으로 특별 편성했다. 이 날 마스크는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6000세트(2억2000만원)가 55분만에 완판됐다. 또 현대홈쇼핑은 마스크 판매 방송을 총 5회 추가로 편성하며 물량도 기존보다 약 70%가량 늘렸는데도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이 긴급 편성한 ‘위케어 황사마스크’ 방송에선 준비한 물량 500세트(판매액 약 2500만원)가 5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이러한 수요 폭동으로 인해 이득을 챙기려는 이들도 있다. 바로 비정상적으로 마스크의 가격을 올리는 소위 ‘사재기’를 하는 자들이다. 1단계 유통업자들이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올려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마스크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판매자의 마스크 가격 폭리와 사재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박종한 마스크제조업체 대표는 “안 좋은 상태를 이용하는 그런 모든 행위들이 엄벌되어야 된다고 봅니다."라고 강하게 밝혔다. 또 정부와 경찰도 나서 사재기와 제품 가격 담합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손 소독제도 마스크와 비슷한 상황이다. 손 소독제는 마스크보다 원료 공급업체나 제조업체 수가 적기 때문에 마스크만큼이나 구하기 어렵다. 손 소독제 판매량을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약 2527% 올랐으며, 가지고 다니며 손과 휴대품을 소독할 수 있는 휴대용 액상형 손세정제는 7400% 넘게 판매량이 급상승했다.

손 소독제 만들기 영상 / 유투브 '보여주는 약사' 채널

수요 폭등으로 인한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소비자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유투브와 맘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손 소독제를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품절 사태로 손 소독제를 구입하지 못한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보고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어린 자녀를 둬 가장 건강 문제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동네 공방들에 요청해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 소독 젤이나 소독제 스프레이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휴대용 손세정제 대신 알코올 솜을 구매해 가지고 다니는 소비자들도 생겨났는데, 이 마저도 주문량이 원활하지 않고 제조사에서 품절상태가 된 곳이 많다고 한다.

이제는 일반 온/오프라인몰에서만 품귀현상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의료기관에서조차 마스크 품절대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지 않은 개원가에 N95 마스크가 부족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병원협회와 논의해 의료기관 마스크 보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의료기관 직통 마스크 공급라인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백신 개발은 여전히 완료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향한 소비자들의 걱정 가득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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