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목표는 크든 작든, 개인적이든 조직적이든 달성해야 할 사명을 품은 단어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먼저 세워야 하는 것이 바로 ‘목표’이다. ‘월 매출 OO억 달성’ ‘브랜드 인지도 OO% 증가’ 같이 경영 목표를 세우는 것은 쉽지만, 목표에 이르는 길은 생각보다 명확하지가 않다. 세상은 복잡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목표에 이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길을 가리켜 주는 것이 바로 ‘전략(strategy)’이다.

 

전략은 ‘상황’에 맞게 펼쳐져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욕구가 컸던 만큼 세상에는 많은 전략서들이 존재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매뉴얼화가 되어서 그대로 따르면 될 정도로 잘 정리된 요약서들도 많이 있다. 전략서를 보면 마치 문제에 대한 답이 제시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략을 잘 펼치기 위해서는 항상 상황을 살펴서 이에 맞는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적인 부분이 따른다. 상황을 잘 읽어 이에 맞는 전략을 쓸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기존에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상황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써왔던 방법이 잘 안 먹히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렇다. 4차 산업혁명으로 비즈니스 판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상황에 맞는 전략을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같지만 다른 환경이다. 이는 물리적 세계와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다.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지각변동은 ‘플랫폼’으로부터 발생한다

최근 디지털에서 먹히는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이다. 에어비앤비, 우버, 오늘의집, 당근마켓, 지그재그 등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구조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의 수혜를 보고 있다. 플랫폼 모델이 가진 구조적인 특징은 비즈니스의 세부 조직들이 통합된다는데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생산과 마케팅과 유통이 디지털 시스템 위에서 연결되어 나타난다. 고객 데이터에 기반해서 상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고, 상품을 만들어 플랫폼에 올리면서 고객을 끌어 모으는 작업을 하는 동시에 판매로 연결시킨다. 비즈니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소비자에 밀착되고 스피드도 빨라진다. 소비자가 다양한 생활의 접점에서 모바일 폰에 접속하는 만큼, 개인 이력, 로그 반응, 콘텐츠 반응, 구매 행태, 상품 리뷰 등 다양한 관점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는 모이고 분석된다. 여기에서 비즈니스의 지각변동이 발생한다. 플랫폼으로 바뀐 사업의 전 영역으로 데이터의 형태를 띄고 ‘소비자’가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당신의 기업은 ‘소비자’를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예전부터 마케팅은 소비자를 대변해왔다. 지각변동의 이전에는 사업의 결과로써 소비자 반응을 체크해 왔지만, 지금은 사업의 운영에 소비자를 투입시켜야 한다. 둘 다 소비자를 활용하고 있지만, 모든 단계의 끝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것과 단계의 처음부터 소비자를 반영하는 것은 접근부터가 다르다. 전자는 소비자가 ‘성과’로 나타나지만 후자는 소비자를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모든 과정에 소비자를 자산으로 쓴다는 것. 어떻게 가능할까?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출처: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2019)’의 블로그 재구성)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출처: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2019)’의 블로그 재구성)

 

소비자는 어떻게 마케팅의 ‘4P’를 바꾸는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근접하게 되면서 마케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케팅은 고전적으로 4가지 기둥으로 움직여 왔다. 우리가 4P라고 불리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은 마케팅 전략의 큰 축이다. 최근에는 마케팅의 근간이라고 하는 4P가 소비자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마케팅협회가 규정하는 마케팅의 정의를 보면 마케팅은 ‘고객, 파트너, 사회 전반을 위해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고, 전달하고, 소통/교환하는 일련의 과정, 제도, 활동’을 의미한다. 여기서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고, 전달하고, 소통/교환하는 일’이 바로 4P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에서는 가치있는 제품을 만드는 방법,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 유통시키는 방법, 촉진시키는 방법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① Product : <상품·서비스>에서 <콘텐츠·경험>으로

먼저 ‘가치있는 제품’을 살펴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품이 아니라 ‘가치’이다.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소비가치 역시 달라지게 된다. 이미 디지털은 상품을 진열해 놓는 오프라인의 대체 공간으로서의 영역을 넘어섰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모바일 폰을 들고 생활하면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외관으로 보기에는 모두 모바일 폰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누구는 주말에 볼 영화를 애매하고 있고, 누구는 모임통장으로 돈을 송금하고 있고, 누구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있고, 누구는 메타버스에 진입하여 남의 나라 대학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일상의 전반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가치 역시 상품의 범주를 넘어서야 한다. 제품과 브랜드는 매개이고, 고객의 일상에서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와 경험으로 상품과 서비스가 기획되어야 한다.

 

② Price : <상품 규정>에서 <가치 규정>으로

‘가격’은 어떠한가?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 어디선가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가격은 ‘가치’를 셈으로 규정해 놓은 것과 같다. 고객은 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이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지갑을 연다. 그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가격 정책이다. 오프라인에서와 달리 디지털에서의 지불 가치는 그때 그때 다르다. 고객이 접하는 채널이 무진장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널 자체가 개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변수를 더해 상품을 패키지화 하면 가격은 더욱 알쏭달쏭 해진다. 패키지도 ‘매스’가 아닌 ‘퍼스널’로 입혀진다. 구독 서비스의 등장이다. 가격이 커머스 플랫폼에 따라, 개인화된 고객에 따라, 제공되는 시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니 정찰제라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채널이 워낙 많다 보니 ‘디지털에서 가격을 얼마로 어떻게 매길 것인가’가 기업의 또 다른 난제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역시 상품이 아닌 가치에 집중하면 문제를 좀더 심플하게 풀 수 있다. 가치의 크기는 누가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가치는 설계자에 따라 그 크기가 결정된다. 따라서 디지털에서의 가격 역시 우리가 만들어 제공하는 고객 경험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법이다.

 

③ Place : <매장의 매대>에서 <고객의 일상>으로

몇 년 전, 디지털이 고도화되는 중에 옴니채널(omni-channel)이라는 화두가 제기되었다. 오프라인에 온라인 채널까지 더해지니, 파편화되고 있는 채널들을 한데 모아서 전략을 짜기 위해 소위 ‘옴니채널’이라는 채널 연계 전략이라는 것이 등장한 것이다. 지금은 옴니채널의 진화 버전으로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옴니채널이 채널 중심의 전략이기 때문에,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는 지금의 디지털 현상을 담기에는 다소 핀트가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비자 중심으로 판이 다시 짜여지면서 개인의 동선을 탐색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유통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고객의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제품이 고객을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화 마케팅이다. 유통이 고객을 따라 움직이게 되니 배달 비즈니스가 탄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제품이 매장의 매대를 떠나 디지털의 고객 일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일상을 점유하기 위한 교환가치는 더욱 고도화되는 중이다.

 

④ Promotion : <브랜드 독백>에서 <소비자와 티키타카>로

‘촉진’은 마케팅 중에서 특히 광고·프로모션 팀에서 담당하는 주요 과업이다. 이 팀에서 하는 일은 ‘소비자와의 밀고 당기기’이다. 지금까지의 밀당은 주로 광고와 프로모션이 담당해왔다. 광고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로 고객을 당기고, 판촉을 통해 고객을 구매로 미는 일이 그것이었다. 디지털에서는 어떠한가? 광고가 따로 존재하는가? 판촉이 구매에 얼마나 강력한 툴인가?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광고보다 제품을 경험해 본 소비자 입에서 나오는 추천이 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24시간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생성되고 확산되고 있으니, 기업이 이를 막을 길은 없다. 단지, 이들과 소통을 하면서 우리 비즈니스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길 뿐이다. 상품 메시지를 업로드 하기 보다, 소비자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브랜드 떡밥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는 편이 디지털 생리에 더 맞다. 플랫폼을 잘 만들어 놓고 고객들이 오길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처럼 바보같은 일은 없다. 소비자들이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쿵짝을 맞춰주어야 한다. 플랫폼은 활성화가 전제되었을 때 생명력을 얻는 곳이다. 이제 소비자와의 소통은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었다.

 

소비자로 인한 마케팅 4P의 변화 (출처: 브랜드 유니버스 플랫폼 전략(2021))
소비자로 인한 마케팅 4P의 변화 (출처: 브랜드 유니버스 플랫폼 전략(2021))

 

잘 보았는가? 소비자가 기업의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더 이상 소비자는 판매의 대상으로서의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사활을 걸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할 공생의 ‘파트너’여야 한다. 예전부터 기업 활동의 가치를 결정하고 그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소비자’였지만, 지금처럼 소비자의 위상이 높아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의 목표는 소비자가 아니라 매출이었다. 기업들이 매출 성과에 집착할수록 소비자를 대변하는 마케터는 CEO를 포함한 모든 임원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입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져온 '소비자 중심 경영'은 소비자를 기업 비즈니스의 일선에 데려다 놓고 있다. 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마케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타이밍이다. 그리고 디지털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마케터들은 우리 손에 든 마케팅이라는 전략 도구를 시급하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켜야 할 과업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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