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BO 개막, 팬심 잡기 총력전…편의점부터 금융까지 야구 마케팅 '홈런 경쟁'

KBO 개막과 동시에 시작된 ‘팬심 연동 마케팅’… 지금 가장 뜨거운 광고판은 야구장 밖?

2025-04-02     박가현

2025 KBO리그가 막을 올리자마자, 팬들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를 앞세운 각 산업계의 마케팅 전쟁이다. 금융, 유통, 식음료, 디지털 플랫폼 등 거의 모든 업종이 ‘야구’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소비자와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팬들은 이제 단순히 경기를 보는 관객이 아니다. 그들은 브랜드가 접근해야 할 감정적 커뮤니티이자,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핵심 소비층이다. 이에 기업들은 ‘응원’과 ‘구매’를 넘나드는 교차 경험을 설계하며, 야구를 하나의 생활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스폰서십 중심 마케팅’을 넘어서, 일상에 야구를 녹여내는 실질적 소비자 접점 전략이 다수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브랜드에게는 ‘감정에 침투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도구’이자, 팬에게는 ‘내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된다. 따라서 올해 야구 마케팅은 단지 프로야구의 부가 콘텐츠가 아니라, 마케팅 전략 자체의 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금융권: “승리하면 금리도 득점!”

쏠야구 플러스[사진 신한은행]

올해도 지방은행들은 자신들의 연고 구단과 손잡고 ‘야구 적금’ 마케팅에 나섰다. BNK부산은행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성적에 따라 금리를 추가 제공하는 예·적금을 출시했고, 광주은행은 KIA타이거즈 성적에 연동된 상품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쏠야구 플러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금융과 야구 콘텐츠를 연계하고, 팬의 활동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팬 이벤트를 넘어서, 야구 팬의 정서와 ‘금융 행동’을 연결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응원 = 금융 혜택”이라는 구조는 고객의 감정적 몰입이 실질적인 가입과 이용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고도화된 마케팅이다. 팬심이 자산이 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편의점·식음료: "굿즈보다 강력한 건 ‘추억’"

KBO 역대급 콜라보 크보빵[사진 KPC삼립 홈페이지]

유통업계는 야구의 감성적 자산에 주목하고 있다. GS25는 한화이글스의 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구단 특화 매장인 ‘GS25 한화생명볼파크점’을 3월 28일 오픈하며 팬들의 현장 경험을 강화했다. 한정판 먹거리, 구단 캐릭터 굿즈, 특화 상품들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SPC 삼립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업하여 ‘크보빵(KBO빵)’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의 패키지 안에 담긴 9개 구단별 대표 선수와 마스코트 등의 사진이 담긴 띠부씰은 MZ세대의 수집 본능을 자극하였고, 이 덕분에 출시 3일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봉을 넘어섰다.

이 마케팅들의 핵심은 ‘경기장 밖에서도 야구를 소비하게 만드는 감성적 연장선’이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팬의 추억과 소속감을 상품 안에 넣는 브랜딩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마케팅은 팬들에게 “경기장을 떠나도 야구가 곁에 있다”는 정서적 연결감을 준다.

 

플랫폼: "직관을 쇼츠로, 응원을 미션으로"

네이버 스포츠 '직관챌린지' 전 경기 내내 진행[사진 네이버 클립]

디지털 플랫폼도 팬 참여형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직관 챌린지’를 정규 시즌 전체로 확대했다. 팬들은 경기 현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클립 서비스에 공유하고, 추첨을 통해 굿즈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는 ‘AI 경기 요약’ 기능을 적용한 야구게임센터를 새롭게 개편, 시청자 맞춤형 그래픽 중계와 하이라이트 요약으로 사용자 경험을 진화시켰다. 특이한 점은 다음 날씨 서비스를 연동해 구장별 날씨도 파악할 수 있어 경기 직관을 계획하고 있는 야구 팬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안타예측에 도전하고 성공하면 상금을 얻는 ‘비더레전드’ 서비스도 마련하여 관심을 얻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야구를 ‘보는 스포츠’에서 ‘참여하는 플랫폼 콘텐츠’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이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그것이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참여와 몰입을 동시에 창출한다. 이런 마케팅은 브랜드와 팬의 경계를 허물고, 야구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로 확장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의 야구 팬들 공략, 곧 타자가 홈런을 치는 법

2025년 KBO리그 시즌 초반,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보면 단순한 협찬이나 프로모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금융상품의 우대 금리가 팬의 감정선과 연결되고, 편의점은 야구장의 연장선으로 기능하며, 플랫폼은 팬을 ‘참여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브랜드가 팬의 세계에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야구가 단지 스포츠가 아니라, 팬덤이 곧 시장이 되는 시대의 브랜드 전략 방향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팬과 브랜드의 관계가 정서적 유대를 중심으로 설계되는 지금, 야구 마케팅은 '누가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가'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의 싸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