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워싱이 기업 가치 발목 잡았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40조 대가 치러

유럽 자동차 업계 배기가스 조작·토탈에너지스 ESG 워싱 혐의 피소 ESG 성과관리·정보공개 표준화로 신뢰 회복해야

2025-01-14     조영현

글로벌 시장에서 ESG 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기후 공시 규정을 도입하며 ESG 경영 표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전 세계 20여 개국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에 따라 2025년~2027년 사이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ESG 개념 (출처: KRX ESG 포털)

국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주요 기업들과 경제단체들은 2025년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탄소중립,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 친환경 제품 개발, 지속 가능 전략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수립하며 글로벌 ESG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ESG 경영이 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심각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바로 'ESG 워싱'이다. 환경(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인 그린워싱에서 확장된 이 개념은, 기업이 실질적인 ESG 성과 없이 허위 또는 과장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들은 제품 패키지에 재활용 마크를 표시하면서도 실제로는 재활용할 수 없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탄소배출 감소 효과를 과대 홍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ESG 워싱이 기업의 평판과 소비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ESG 워싱으로 인한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진정성 있는 ESG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 '디젤게이트' ESG 워싱...40조원 대가 치렀다

ESG 워싱 중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형은 제품 관련 워싱이다.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보다 더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여 소비자들에게 호도하는 마케팅을 펼치곤 한다. 이러한 ESG 워싱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디젤게이트(Dieselgate)' 스캔들을 들 수 있다.

2015년 발생한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디젤 차량의 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대규모 사기 사건이다. 이 스캔들에는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인 아우디, 포르쉐, 스코다, 세아트뿐만 아니라, 스텔란티스 산하의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펠,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등 유럽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이 연루되었다.

▲디젤게이트 관련 Volkswagen 시장 가치 변화 (출처: MarketWatch)

2000년대 초반, 디젤 자동차는 가솔린 차량보다 수백 배 높은 질소산화물(NOx) 배출로 인해 환경 문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유럽 자동차 업계는 '클린 디젤' 기술을 내세우며 디젤 엔진이 오히려 가솔린 엔진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허위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러한 기만적 홍보는 10년 넘게 지속되었고, 2015년 폭스바겐이 2009년 이후 생산된 약 1,100만 대의 차량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진실이 드러났다.

▲Volkswagen MSCI ESG Ratings (출처: MSCI)

이 사건의 여파는 막대했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만 48만 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해야 했으며, 180억 달러(약 21조 4천억 원)의 벌금과 피해보상금을 포함해 총 350억 달러(약 40조 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마르틴 빈터코른 당시 폭스바겐 그룹 CEO는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회사의 주가는 2015년 최고점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MSCI ESG 평가에서 2017년 최하 등급인 CCC를 기록했으며, 2021년 이후 현재까지 B등급에 머물러 있어 ESG 전 부문에서 심각한 신뢰도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친환경 기업' 주장한 토탈에너지스의 민낯...유럽 불공정 소비자 행동 규정 지적

최근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ESG 워싱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실현 불가능한 친환경 목표를 공시하여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투자자 기만형 ESG 워싱의 대표적 사례로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가 주목받고 있다.

▲TotalEnergies MSCI ESG Ratings (출처: MSCI)

토탈에너지스는 2021년 기업명을 토탈(Total)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하며 '#MoreEnergiesLessEmissions'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 많은 에너지 생산과 더 적은 탄소배출이라는 모순된 약속이었다. 회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 배출량의 40%, 유럽 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30% 감축이라는 구체적 목표까지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MSCI ESG 평가에서 2023년 이후 AA등급을 유지하며 겉으로는 우수한 ESG 경영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2024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 후원을 둘러싼 논란은 토탈에너지스의 ESG 워싱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 후원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행되는 환경 파괴를 은폐하기 위한 ESG 워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동아프리카 원유 파이프라인(EACOP) 프로젝트를 통해 우간다 서부 앨버트 지역부터 탄자니아 탕가 항구까지 약 900마일 구간에서 하루 23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하며 아프리카의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스포츠 후원으로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토탈에너지스가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1월, 프랑스 검찰은 토탈에너지스를 ESG 워싱 혐의로 공식 기소했다. 환경 NGO 와일드 리걸(Wild Legal), 시 셰퍼드 프랑스(Sea Shepherd France), 다윈 클라이맥스 연합(Darwin Climax Coalitions)은 토탈에너지스가 "화석연료를 생산, 판매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라는 주장으로 유럽 불공정 소비자 행동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21년 지구환경변화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토탈에너지스는 1970년대부터 이미 화석연료 추출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도별 CDP 응답기업 수 (출처: CDP Korea Climate Change and Water Report 2022)

최근 들어,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투자자가 인식하면서부터 기후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 비영리 모니터링 단체 CDP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는 18,760개 기업이 자발적 기후정보공개에 참여했으며, 이는 2003년 대비 82배나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ESG 워싱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점차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토탈에너지스의 사례는 ESG 워싱이 단순한 마케팅 수준을 넘어, 기업의 근본적인 윤리성과 신뢰성을 훼손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ESG 워싱 해결 키워드는 '진정성'...기업ㆍ정부ㆍ시민사회 협력 필요

최근 ESG 워싱 문제는 기업의 평판과 재무적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되고 있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력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SG 경영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진정성'과 '실행 가능성'이 핵심이다. 기업들은 달성할 수 있는 ESG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비즈니스 전략과 효과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지원 체계를 마련하여 기업들의 ESG 경영 내재화를 도울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ESG 성과관리와 정보공개의 표준화도 중요한 과제다.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성과 측정 기준과 공시 체계가 마련된다면, ESG 워싱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 관계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글로벌 ESG 규제가 정착되어 가는 과도기적 시점이다. 이 시기에는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건설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ESG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ESG 워싱 문제의 해결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력적 노력에 달려있다. 기업은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추구하고, 정부는 적절한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시민사회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때,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경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