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계에 불어오는 ‘프리미엄’의 바람

인디텍스와 H&M이 브랜드 고급화에 나서

2019-11-07     이가연 기자

‘19만 원대 니트와 29만 원대 롱코트’ 모두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이다.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자라(ZARA)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인디텍스가 프리미엄 전략을 선보인 결과이다.

갈라시아 라코루냐에 위치한 첫 번째 자라 매장 / 구글

스페인의 대표적 패션기업 인디텍스는 1975년 ‘자라’라는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빠르게 제공하는 ‘패스트패션’을 선보였다. 이후 인디텍스는 세계 패션 리테일 1위 자리에 올랐고 자라(ZARA)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마시모두띠(Massimo Dutti)의 ‘에프레이(Après) 스키 컬렉션’ / 마시모두띠 공식홈페이지

인디텍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든 건 1991년 자라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마시모두띠(Massimo dutti)’를 론칭하면서부터이다. 자라가 합리적인 가격에 트렌디한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였다면 마시모두띠는 고급스러운 재질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자라와 마시모두띠의 소매 가격 차이는 약 5배 이상이다. 현재 마시모두띠는 75개국 78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약 1조 8천 억 원이다.

인디텍스가 프리미엄 전략에 뛰어든 것은 고객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인디텍스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모든 스타일의 의류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을 목표로 했다. 이에 따라 일찍이 다양한 소비층을 대상으로 저가와 고가를 아우르는 브랜드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인디텍스와 라이벌로 거론되는 H&M 역시 후발주자로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다. H&M은 브랜드의 다각화를 목표로 2007년 H&M의 상위 브랜드로 COS를 내세웠다. COS는 연 매출 8000억 원 규모를 자랑하며 국내에서 마시모두띠보다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철 입고 버리는 옷’으로 인식됐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젊은 층을 염두에 두고 고급화에 나섰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이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