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 없이 변화를 유도하다

걸어 올라가면 피아노 소리가 나는 대구의 도시철도 계단 / 대구시 공식 블로그

2009년, 폭스바겐은 스톡홀름의 오데플란역에 걸어 올라가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을 설치했다. 이는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의 일종이다. 소리 나는 계단은 우리나라의 지하철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혼잡을 방지하기도 하고, 시민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에서의 운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강압 없이 사람들의 변화와 행동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넛지 마케팅'이라 한다.

넛지 마케팅은 기업의 사익을 위해서, 또는 공익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피아노 계단이 공익적 넛지 마케팅의 대표적 예인데, 대구 도시철도 신매역은 시민들이 피아노 계단을 1회 이용할 때마다 시에서 10원의 기부금을 적립하기로 협약했다. 계단의 설치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기부까지 실천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한 셈이다.

장난감이 들어있는 비누 / Youtube

비영리 단체 '블리키돕포호프' 역시 좋은 사례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이들은 비누로 손을 씻는데 익숙지 않다. 이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수인성 전염병이 유행했고, 단체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들어 있는 비누를 공급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 자연스럽게 비누를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수인성 전염병 발생률이 70%나 감소했다.

넛지 마케팅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대표적 사례로는 대형 마트를 예로 들 수 있다. 대형 마트의 계산대에는 종종 껌, 사탕, 초콜릿, 혹은 건전지, 문구류 등이 진열되어 있다. 진열된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제품들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계산을 하는 도중 무의식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계산대의 줄을 길게 늘여 트린 이유도 그러하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추가적인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 '넛지 마케팅'의 일종이다.

한편, 넛지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넛지 마케팅에 익숙해져 특정 행동 유도에 면역이 되어가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을 의식하게 된 소비자들은 넛지 마케팅에 반감을 가지게 되고, 오히려 따르지 않게 될 수 있다. 넛지 마케팅은 공공의 목적,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 훌륭한 마케팅 기법이지만, 실행에 있어서는 충분한 연구를 통해 알맞은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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