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국가적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여..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주개발의 주체가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으로 옮겨진, 일명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주 개발에 대한 민간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며, 점차 우주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뉴 스페이스’의 시발점은 1991년, 미-소 냉전의 종말이다. 소련이 붕괴하며,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도 종점에 도달했다.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고, 진행 중이던 많은 사업도 취소됐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우주 왕복선의 사업도 축소되며 발사 및 개발비용의 부담이 가중됐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민간 기업의 우주개발에 대한 요구가 커졌지만, 이를 해결하기엔 사업의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당시에는 우주개발 사업을 국가가 주도하며, 주로 각국의 위상을 높이고자 진행됐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이끌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불’가능했던 상황을 ‘가능’으로 뒤집은 건, 미국의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출현이었다. 이들은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통해 로켓을 재활용하며, 당시 문제였던 발사 비용을 절감했다. 민간 기업 최초로 ‘팰컨1’이라는 우주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팰컨 9’ 로켓도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개발의 역사를 새로 써갔다. ‘팰컨 9’은 주로 폐기하던 로켓 추진부를 재활용해 제작한 로켓이다. 재활용을 통해 로켓의 단가를 낮춰,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최근에는 로켓 하단의 1단을 재활용한 ‘팰컨 헤비’의 발사에도 성공하며, 로켓 및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민간기업 주도의 우주개발 길을 연 스페이스X. 이들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도 이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루 오리진’이 그 주인공이다. 블루 오리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주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설립한 회사이다. 이들은 높은 기술력으로 스페이스X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우주 관광 상품은 ‘뉴 셰퍼드’이다. 캡슐 형태로, 지상 130km 지점까지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 이미 5차례 시험 발사를 완료한 상태이며, 관광객을 싣고 수직으로 이륙 및 착륙이 가능하다. 비용은 약 2억 2,000만 원이다.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모습을 구경하고자 대기 중인 탑승객이 수백 명 이상이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본 우주여행을 현실화한 순간이다. 현재 블루 오리진은 달에 화물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뉴글렌(New Glenn)'이라는 대형 로켓을 개발 중 이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모두,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현실화해 민간기업의 우주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뉴 셰퍼드’의 착륙 모습 / Blue Origin 공식 홈페이지

일본 또한 우주개발 사업 대열에 합류했다. 2017년부터 유망한 벤처기업을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신규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주개발과 관련된 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위성 발사 시, 낙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정부가 민간 보험기업과 함께 보상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투자와 관련 법률 적용에 힘을 아끼지 않으며, 민간 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투자로 득을 보고 있는 기업이 있다. 일본의 대형 건설 업체인 ‘오오바야시구미건설’이다. 이들은 2013년부터 ‘우주 엘리베이터 실용 연구개발팀’을 설립해,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특수 훈련을 받지 않아도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상품의 핵심이다. 오오바야시구미건설은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만들고, 우주 중간마다 정거장을 구축할 계획이라 밝혔다. 2025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2050년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아직 연구단계인 이들의 사업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 보인다. 엘리베이터 가동 시, 운석의 충돌과 제트기류 형성 등의 돌발 사고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세간이 집중하고 있다.

오오바야시구미건설의 ‘우주 엘리베이터’ 모형도 / 위키피디아

이렇듯 국외의 많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사뭇 달라 보인다. 정부는 2026년부터 민간 기업의 우주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며, 2030년부턴 위성 발사를 민간이 주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개발단계에 도달한 선도국과 달리, 아직 국가적 방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 문제는 지난 7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과학기술정책 대토론회’에서도 언급됐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우주개발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국가적으로 민간 우주개발을 위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김성규 거대공공연구정책 과장은 “기존에 우주개발 사업을 이끌었던 연구원 및 기관의 역할을 점차 줄이고, 민간 기업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며 미래의 국내 우주개발 기본 방향을 밝혔다.

‘과학기술정책 대토론회’에서 언급된 국내 민간주도의 우주개발 사업 문제는 ‘불안정한 예산’, ‘제도적 개선’, ‘인력 부족’이다. 실제 ‘우주산업 실태조사 2017’에서 공공연구기관, 대학, 기업체의 인력 비중을 비교해본 결과, 기업체 인력이 가장 적음을 확인했다. 이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접근하지 못한, 우주산업화의 초기 단계임을 시사한다. 국내 민간주도의 우주개발을 높이기 위해선, 선도국의 정책 및 기술을 표방하기보단 여러 민간기업의 특성과 눈높이를 고려한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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