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걸어갈 자취

 

오뚜기의 대표적인 HMR / 오뚜기 공식 홈페이지

식품업체 오뚜기는 HMR(가정간편식ㆍHome Meal Replace-ment)의 포문을 열며 레토르트(retort) 식품의 시조로서, 그 좌표를 그려 왔다. 오뚜기가 1981년 출시한 3분카레는 ‘1세대 HMR’로 꼽힌다. HMR이 생소했던 당시 소비자들은 3분카레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3분카레는 간편함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이렇게 3분카레는 출시 1년만에 400만개가 팔리며 혁신적인 레토르트 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후 오뚜기는 레토르트 식품 확대를 위해 생산시설을 신설하며 간편 카레 시장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오뚜기의 카레 시장점유율은 80%대(메리츠증권 추정치ㆍ2019년 4월 기준)에 달한다.

오뚜기 3분카레가 국내 HMR 시장의 기점이 된 지 38년, HMR은 다원화됐다. 즉석밥, 국ㆍ탕ㆍ찌개류는 물론 안주류까지 HMR 형태로 식탁에 오른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HMR시장 규모는 2조7421억원(이하 농림축산식품부‧2017년 기준)으로 커졌다. 지난 3년간(2015~2017년) 63%가량 성장한 결과다.

그러나 카레ㆍ짜장류 등 1세대 HMR 시장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오뚜기의 카레ㆍ짜장류를 포함한 3분요리 생산 실적은 지난해 1억4780만개로 전년(1억5077만개) 대비 2%가량 감소했다. 오뚜기의 HMR 시장점유율 역시 32.6%를 기록했던 2016년에 비해 2018년에는 26.8%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오뚜기는 간편함이라는 무기 외에, 소비자를 새롭게 자극할 동인을 찾을 때다. 더 이상 소비자는 간편함만으로 HMR을 선택하지 않는다. 단순히 '속도'라는 간편함의 요소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 간편한 조리 시간으로 경쟁하던 일변도의 HMR 시장은 사라졌다. HMR 시장에서 맛ㆍ식감ㆍ영양소 등의 요소를 다원적으로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동향이 이를 구체적으로 방증한다.

HMR을 통해 맛과 영양까지 얻으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HMR 보양식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오늘날의 HMR 시장에 맞게 오뚜기 역시 보다 세분화, 다원화된 HMR의 자취를 그려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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