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나이키 에어맥스 97, 머리에는 1990년대 유행했던 헤어밴드, 아날로그 카메라. ‘복고 감성’이 떠오른다. 최근 경험하기 어려워진, 신선함을 유발하는 ‘옛 것’에 흥미를 느끼고 이는 1020세대에서 핫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경험했던 ‘옛 것’에서 ‘그리움’을 느끼는 ‘레트로’와 달리,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뉴트로’가 2019년 소비문화 트렌드로 떠올랐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의미하는 영문자 ‘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retro’의 합성어이며, ‘새로운 복고 흐름’을 의미한다. ‘레트로’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새로운 과거, ‘뉴트로’는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뉴트로’ 감성은 패션, 음식점, 거리, 디자인 등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소비·문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나이키 에어맥스 97 실버 등 과거 1990년대 유행했던 일부 ‘복고 제품’은 재발매 이후 이미 품절 상태이며, 에어맥스 97 실버 운동화의 경우 개인 매물로 나와 발매가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을지로 3가의 거리에서도 복고 감성이 물씬 풍긴다. 옛날식 인테리어와 소품, 음식이 도드라졌고 과거 유행했던 옷차림이 즐비하다.

 복고 뉴트로 제품은 옛날 향수를 그리워하는 4050 중장년층이 아니라 그때 그 시절 물건들을 본 적도 없는 1020세대에게 더 인기이다. 1020세대는 이러한 제품을 ‘레어템’으로 생각하고 모은 소장품을 SNS에 자랑삼아 인증샷을 올리기도 하며 복고에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오래된 물건을 새롭게 재현한 ‘뉴트로’ 트렌드는 클래식한 감수성에 빠진 102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1020세대가 ‘뉴트로’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회귀본능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20~30대를 대상으로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4%가 ‘현실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라고 답했다. 10대와 20대에 번지고 있는 과거로의 회귀는 속도감에 지쳐 있는 현재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불안감을 느끼고, 더 편안하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과거 아날로그 감성으로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뉴트로’ 감성은 종로 익선동, 중구 을지로 2가 등 낡고 쇠락한 골목상권을 부활시켰다. 을지로 상권은 노후 지역이던 인쇄소 골목 특유의 낡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뉴트로’ 감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가게로는 디저트카페 ‘혜민당’을 꼽을 수 있다. 가게에서 느낄 수 있는 옛 감성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1020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복고패션을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 패션도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과 대중매체를 통해 복고풍을 꾸준히 접해온 10대들은 ‘옛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커졌고, 이를 그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또한 복고적 향수와 현대적 감수성을 결합한 ‘뉴트로’ 패션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기업이 급성장하기도 했다. 휠라는 복고풍 코트화(테니스화 콘셉트 운동화)를 신제품으로 내놓았고, 이에 10대들이 열광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뉴트로’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의 결합물이다. 1020세대는 복고 감성이 풍기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아날로그 감성을 따르는 동시에 디지털 소통 창구인 SNS를 이용한다. ‘뉴트로’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의 성공적인 결합물로 각종 산업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트렌드이다.

 전문가들은 뉴트로가 2019년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며 메가트렌드로 자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미영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복고 호감도가 높아 뉴트로는 지속 발전하는 트렌드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유통·패션 업체들이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소비 주체자의 취향을 고려해 옛 것을 참신하게 재해석한 제품으로 승부해야 시장에서 성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