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장기적 번영을 위해 금융 성과뿐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은 주주, 직원, 고객, 지역 공동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로움을 끼쳐야 한다."

 

 블랙록(Black Rock)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Laurence D. Fink) 회장이 연초 주요 글로벌 투자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의 일부다. 블랙록은 6조 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이 서한은 뉴욕 월가는 물론 세계 자본시장에 적잖은 울림과 파문을 낳았다.' 사회적 영향(Social Impact)'과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앞으로 투자자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명확한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 서한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정의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뿐만이 아니라, 기후·환경·빈곤·양극화·불평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임팩트 비즈니스(Impact Business)'의 제도화를 알리는 서막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우리니라는 어떨까. 뿌리 깊은 야근문화, 현재 재벌 기업 총수 중 횡령, 배임 등 각종 죄로 교도소에 안 간 사람들이 거의 없는 암울한 현실……. 그러나 아무 생물이 자랄 수 없을 듯한 척박한 진흙 속에서 여린 연꽃이 피어나듯, 꿋꿋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기업, 기업들이 없진 않았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당신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겠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법률 제9706호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기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설립하여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향상 및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LH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것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포항 이재민 453가구 주거지원과 구호 활동 등으로 주거안전대 역할을 한 것, 대규모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동반성장을 견인한 것 등이 그 사례다.

 특히 공사 현장의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 현장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세워 시행한 것이 주목된다. LH는 전국 360여 개 건설 현장을 운영하는 대형 발주기관이기에 미세먼지 감소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워터커튼, 분진흡입 청소 차량 등 건설 현장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건설 현장 인근 주거지에 대기 질 측정 장비를 설치해 상시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대책의 주 내용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경영성과 역시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LH는 경영 혁신을 통해 최대 당기순이익 달성, 꾸준한 부채 감소도 동시에 해냈다. 그 원인에는 박상우 LH 사장의 노력이 있었다. 박 사장은 2016년 3월 취임 이후 ‘내부체질 개선’, ‘새로운 미래영역 개척’, ‘고객과 동반발전’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개혁해 나갔다. 결국,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LH는 2017년 당기순이익 2.8조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박 사장은 LH의 부채 감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5년 137.9조 원에 달했던 부채 규모는 점점 줄어들어 2017년은 130.9조 원으로 감소세를 보인다. 특히 금융 부채는 2015년 98조에서 2017년 78조로 큰 규모로 줄었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앞으로 더 부채를 줄여나갈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때로는 어려워도 해야 할 때가 있다

 물론 앞의 사례처럼 사회적 가치와 이윤 추구를 동시에 추구하기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태생이 ‘이윤 추구’인 기업일 경우에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곤란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블랙록(Black Rock)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Laurence D. Fink) 회장이 지적했듯,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손가락질을 받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사회적 가치와 이윤 추구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만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아 이윤 추구가 가능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우린 한쪽을 추구하려면 나머지 한쪽은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젠 우리는 다 같이 승리할 수 있는, 공생의 길을 추구해야 나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마냥 쉬운 길만 선택하려고 하진 말았으면 한다. 쉬운 것이 무조건 생존으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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