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와 결과가 일치하기 위한 조건: 기본을 지켜라

“서울의 가로수길, 망리단길, 경리단길, 부산의 피프(PIFF)거리, 대구의 닭똥집 골목...
이 거리들이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특화된 먹을거리 덕분!
하지만! 하루 평균 3000명이 식당을 시작하고, 하루 평균 2000명이 식당을 폐업한다.
전체 자영업 중 폐업 업종 1위가 바로 요식업!
그만큼 죽어가는 음식특화 거리도 많다는 것!

그래서!! 그동안 <3대천왕>과 <푸드트럭>으로
식문화 활성화, 창업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요식업계와 방송가의 유일무이한 캐릭터!
<장사의 신> 백종원 대표와 연예인으로 꾸려진 백종원 사단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죽어가는 거리 살리기>에 도전한다.
일명  지역경제 심폐소생 프로젝트!!
백대표의 치명적인 독설을 극복하고 <장사 필살기와 궁극의 레시피>를 전수 받아
절대 망하지 않는 거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드라마틱한 감동도 느낄 수 있다.”

 

 인용문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 식당의 기획 의도이다. 프로그램 사이트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프로그램을 직접 시청하지 않으셨다면 그저 그런 느낌밖에 못 받았겠지만, 골목 식당의 애청자라면 실소를 금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 사진을 보면 자연히 알게 되실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기본이 없어 아예, 아예 안돼. 이건 정말 외식업에 대한 모욕이에요, 모욕! 내가 오늘 실망한 건 여러분들이 장사라는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너무 준비를 안 하고 들어온 거야. 여러분처럼 인터넷 대충 뒤져갖고 레시피 찾아보고 성공하면 누구든 하게? 이래선 안돼, 외식업은. 그리고 거짓말까지 하고! &#8211; 화면에서 나온 방송분에서 백종원이 한 말이다. 자료화면 SBS 제공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좋은 의도의 프로그램이, 어쩌다가 백종원 씨의 인내심 시험 프로그램으로 변질하게 되었을까? 간단하게 이유를 짚어보자.

 기획 의도에 나와 있듯, 우리나라 자영업, 특히 그중에서는 요식업의 미래는 녹록지 않다. 절반은 1년도 못 가 망하고, 30%는 3년 이내에 망하며, 15%는 10년 이내에 망하고, 나머지 5%도 거의 다 20~30년 이내에 망하는 세계라는 평이 있을 정도. 한식재단(현재는 한식진흥원)이 펴낸 책인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에 의하면 서울특별시에 창업한 지 50년이 넘는 음식점은 겨우 28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요식업의 세계가 얼마나 엄혹한지 보여주는 통계다.

 방송의 프롤로그에서, 백종원 역시 '상권 살리기'는 매우 거대한 일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획에 넌지시 반감을 내보였지만, 제작진 측에서 이를 제대로 숙고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종원은 정말로 전문가로서 이 소재를 살리는 것이 어려운 데다, 잘못 접근하면 죽어라 욕먹을 입장임을 알고 있어 매우 진지한 태도로 의견을 논했으나, 제작진은 얼렁뚱땅 넘기는 태도로 일관하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주로 위기에 처한 요식당 들을 다루게 되다 보니, 제대로 그 바닥을 알아보지도 않고 뛰어든 사람들을 포착하게 되고, 결국 기획 의도와 달리 골목마다 기본도 안된 식당들을 백종원이 고군분투하며 살려보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프로그램으로 변해버렸다. 오죽하면 한 시청자는 백종원이 생불이라며 칭송하고, 정신 건강까지 걱정하는 논평을 남겼을 정도다.

 결과만 보면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7%까지 올라가는 등, 꽤 호조를 보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실패한 마케팅’ 사례로 분류한다. 백종원은 한국스포츠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발언한 바 있다. ‘골목 식당을 보는 분들은 ‘어떻게 저런 수준의 식당들을 섭외했을까’라며 궁금해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들은 식당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나라 대부분 식당의 현실이다. 저는 ‘이렇게 운영할 거라면 식당 하지 마세요.’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이 말이 단지 요식업계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 방송 자체도 기획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본래 의도와 얼마나 엇나갔는지는 앞서 언급한바,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도 금언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케팅의 영역이 변수가 많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는 일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토대는 있는 법. 너무 잔가지만을 좇다가 기본 내공을 기르는 일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이 글을 읽는 마케터들에게 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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