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 '트루먼쇼'

이 장면을 본적이 있는가? <트루먼 쇼> 영화에서 주인공 트루먼은 전 생애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며 생활 곳곳에 PPL이 난무하는 추구하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자 피해자였다. 이 장면은 트루먼이 자신의 생애에 대해 의심하며 아내를 추궁하는 와중에도 아내가 제품을 소개하느라 여념이 없어 웃음을 일으키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17년이 흘렀다. 한국의 TV에서는 주원이 전화 한 통이면 스위스 계좌에서 20억 원을 인출할 수 있는 김태희에게 ‘직방’ 어플로 ‘논현동 5000/ 75’ 매물을 권하고, 사춘기에 뛰쳐나온 육성재는 뜬금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 PPL은 이런 식으로 드라마와 예능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몰입감을 깨트려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에서, 점차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진다는 여론이 돌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PPL을 ‘대놓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의 농심 스파게티

농심이 제작지원 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방송 이후, 7월 출시한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 제품은 ‘채시라 스파게티’란 키워드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성공적인 협찬 효과를 얻고 있다.

‘이별이 떠났다’는 동명 웹 소설 원작으로 엄마로 살면서 받은 상처로 인해 삶을 포기한 50대 여자와 이제 막 엄마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20대 여자가 함께 동거하며 벌어지는 드라마다. 드라마 막바지에 노출되면서 화제를 모은 스파게티 제품은 ‘영희’의 성공을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출처: 농심 홈페이지

드라마는 영희가 토마토 스파게티 제품을 개발해 가정주부에서 식품회사 팀장까지 승진하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영희는 우연히 마트에서 시식사원에게 조언해준 것을 계기로 오랜 가정주부 생활을 정리하고 식품회사에 재취업하게 된다. 이후 스파게티를 너무 좋아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들 여자친구 정효(조보아)의 바람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이때 얻은 아이디어로 사내 제품 아이디어 공모전서 입상을 하게 되면서 토마토 스파게티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토마토 스파게티 제품의 성공으로 영희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대리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막을 내린다. 방송에 노출된 스파게티 제품은 실제로 농심에서 개발해 출시한 제품으로 이번 드라마 제작지원에 참여했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 제품이 개발되는 과정도 드라마 내용과 닮았다”며, “드라마에서 아들 여자친구에게 아이디어를 얻은 영희(채시라)에 의해 스파게티 제품이 탄생 한 것처럼 농심에서 운영 중인 주부 모니터 분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예능 ‘무한도전’에서도 PPL...

지난 2월 24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다양한 제품의 간접광고가 노출됐다. 해당 방송분에서는 1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원조 아이돌 그룹 H.O.T가 등장한다. H.O.T를 위한 공연을 기획한 무한도전 측은 무대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밝히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출처: MBC 예능 '무한도전'

특히 공연에 필요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등장한 PPL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개그맨 유재석 등 무한도전 멤버들은 공연장의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코카콜라의 수분보충 음료 토레타를 벌컥 벌컥 마시는 익살스런 모습을 보였다. PPL로 제작비를 벌어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무한도전은 각종 PPL로 2,50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 올림픽 홀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공연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자 무한도전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이 공연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음료수로 지은 LED와 떡볶이로 만든 조명, AI 스피커, 동영상 앱, 스포츠 의류가 지어준 명품무대”라는 주옥같은 명언을 쏟아냈다. 이날 무한도전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5.8%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웹예능 통해서도 PPL...

출처: 신서유기

나영석 PD가 지난 4일 네이버 TV캐스트로 선보인 국내 최초 웹예능 ‘신서유기’는 PPL 중 가장 극단적인 시도다. 나영석 PD는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이승기·이수근·은지원의 입을 통해 구글·라인·샤오미·갤럭시·유니클로를 묵음 처리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홈쇼핑 방송처럼 샤오미 배터리를 천천히 클로즈업했고, 유니클로 로고를 CG 처리해 자막에 넣는 소박한 가상광고(그래픽을 활용한 PPL)도 시도했다. 제작발표회 때 밝혔듯 예능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순수한 재미, 그리고 광고주의 러브콜이란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공짜 PPL을 전면 배치한 것이다.

tvN [삼시세끼] ‘정선편’에서 간접광고도 토막광고도 아닌 신유형 PPL을 시도했다가 방송통신위원회 경고 처분을 받았던 나영석 PD는 규제를 피해 도망간 것이 아니다. 종편은 이전부터 하고 있던 가상광고가 드디어 지상파 드라마·예능에도 허용되고 ‘씨그램과 함께하는 냉장고를 부탁해’ 식의 제목광고가 가능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드디어 시행되었다. 나영석 PD는 지속적으로 법칙이 바뀌는 시장에서 광고주들이 가장 주목하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 스스로 들어가 새로운 룰을 제안한 것이다.

출처: 유튜브 와썹맨 채널

특히나 요즘 유튜브에서 뜨고 있는 ‘웹예능’에 연예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른 박준형의 유튜브 채널 ‘와썹맨’은 정식 오픈 두달 만에 구독자 수 57만명을 찍는 기염을 토하며, 30일자 기준 126만명을 돌파했다. ‘와썹맨’은 박준형이 전국 각지의 즐길거리를 찾아 체험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여타 예능과 다르지 않지만, 웹예능 특유의 B급 정서와 박준형의 약간은 어눌한 한국어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여기에 JTBC 출신 제작진의 독특한 편집이 이를 절묘하게 버무렸다. 비속어, 간접광고(PPL) 모두 거침없다. 오히려 제작진이 나서서 ‘돈 주면 이 자리에 광고해 드려요’라고 자막을 넣기도 할 정도다. 최근 방영됐던 강원도 양양 ‘서핑’편에서는 박준형이 서핑 중 수중 카메라를 잃어버리자 제작진이 ‘카메라 값을 채워야 한다’며 박준형을 닦달했다. 박준형은 젖은 머리에 왁스를 바르며 ‘협찬 광고’를 선보였다.

 

시청자를 가장한 소비자들은 이제 드라마와 예능의 PPL이 광고인지 아닌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는다.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tvN [미생]처럼 작품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의 ‘웰메이드 PPL’을 하라고 주문한다. 애매모호한 PPL 관련 규제에서, 시청자들의 요구 또한 점차 모호해지는 중이다. 이 아슬아슬한 선을 잘 타기 위해, 마케터들은 더욱이 시장의 트렌드를 발빠르게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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