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지배하는 자가 결과를 지배한다

 Product Placement Advertisement. 줄여서 PPL. 박문각의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상표 인지도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기법을 이른다. 기업측에서는 화면 속에 자사의 상품을 배치, 관객(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 이미지를 심어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상품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킬 수 있고, 영화사나 방송사에서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광고기법, 이라는 정의 자체는 판매담당자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주제일 것이다. 오죽하면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때, 숨겨져 있는 PPL 상품을 캡처하는 것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상황이다.

KBS 드라마 김과장 캡처 화면. 집에서 술 한잔하는 상황에서는 술병에 박힌 로고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고, 어지러이 놓인 소품들 속 블루투스 스피커는 PPL인지도 모를 정도로 스쳐 지나가지만, 시청자 스스로가 PPL 장면을 캡처해 퍼뜨려 화제가 되었다.

 이렇듯 PPL은 잘 알려진 광고방법이지만, 어떻게 해야 PPL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본 지에서는 성공한 PPL의 사례들에서 정석적인 방법을 따른 PPL 원칙의 사례와 그 원칙에서 다소 엇나간 PPL 변칙의 사례를 비교·분석하여 PPL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PPL의 원칙; 현실성과 공감

 드라마 간접광고는 브랜드와 작품의 스토리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성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고 PPL의 상품만 툭 하고 튀어나온다면, 드라마에 몰입해 있던 시청자는 자연스레 몰입이 깨지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시청자는 일단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를 튼 것이지, 물건 강매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이 원칙은 당연한 것 같지만, 지켜지기 쉬운 것은 아니다. 광고가 아닌 듯 자연스럽게 녹이려는 제작사와 자사 브랜드만의 특징을 더 노출하고 싶어 하는 광고주 간의 의견 충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쪽의 욕구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조화가 시청자 마음을 울려야 광고 효과가 제대로 먹힌다.


 올 초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제작 지원한 블럭제빵소는 이 원칙의 미덕을 잘 지킨 모범 사례다. 블럭제빵소는 당일 생산·당일 판매 원칙의 100% 유기농 수제 식빵 전문점이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블럭제빵소는 하루 두 번 빵이 나오는 설정과 그날의 모든 빵은 해가 지기 전에 매진되는 장면 등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현실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덕분에 소화가 잘되는 빵으로 소개하면서 블럭제빵소가 자부하는 특성을 고스란히 담으며, 시청자의 공감까지 확보하며 총 52회분이라는(연장 2회 포함) 긴 스토리 안에서 황금빛 내 인생은 최고 시청률 47.5%로 종영했다.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블럭제빵소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예비창업주의 가맹 가입 문의 또한 많이 늘어난 상태다.
 

PPL의 변칙; 엇물리고 어긋나기

 그런데 앞서 언급한 PPL의 정석과 완전히 대비되는 사례가 있다. 드라마 야왕의 올리비아 로렌이다.

 올리비아 로렌은 세정그룹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배우 수애를 전속모델로 기용했다. 올리비아 로렌 역시 PPL 전략을 썼는데, 수애 주연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 제작지원을 하며 수애 스타일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수애

 그런데 야왕의 경우는 조금 특이하다. 여기서 수애는 주다해 역할을 맡았는데, 주다해는 야왕의 거의 주요 악역이라도 해도 될 만큼 악독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허지웅 씨는 "주다해는 효도르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평했고, 실제로 주다해가 한 짓을 살펴보면 의붓아버지 살해, 자신의 꿈을 위해 남편을 성매매하게 했고 시신 유기죄로 감옥에 들어가게 한 것도 모자라 사제폭탄으로 제거하려는 시도까지 하였다. 503과 716의 형량을 다 합쳐도 못 이길 으뜸의 범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무려 영부인까지 되었으니, 시청자분들 혈압이 얼마나 올랐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왜 난 가질 수 없는 거지? 이런 것쯤은 내가 가져도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재밌는 건, 로렌의 광고 전략이다. 야왕 방영 전후에 수애가 촬영한 올리비아 로렌 광고가 나왔다. 수애가 막장 악녀로 이 드라마에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드라마 방영 후에는 수애가 나오는 광고를 빼는 게 맞다. 시청자가 수애의 이미지가 좋게 나오는 올리비아 로렌 광고에 현실성을 느낄 리도 없고, 공감하지도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고의 마지막 문구가 "나를 잊지 마세요"로써 원래는 여자 정체성을 잊지 말라는 뜻의 문구였으나, "나를 믿지 마세요"라고 들린다는 이야기가 흔했다. 어떤 글에서는 '올리비아 로렌이 이런 잘못된 PPL로 망하면 어떡하냐'라는 의견을 개진할 정도였다.

발랄한 수애의 모습. 그러나 위의 총을 들고 악녀 기운을 발산하는 모습과는 너무 괴리감이 심하다.

 하지만 올리비아 로렌은 드라마 덕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여성들은 매회가 끝나면 수애가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에 대해 검색했다. 심지어 세정 함현종 이사는 "수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의상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고객들이 옷을 사면서 '수애가 왜 그리 독하냐'며 한마디씩 꼭 하는데 웃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브랜딩이나 PR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 부분은 의견이 분분하다. 잘못된 PPL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 PPL을 역효과를 내게 했을까?

 노이즈 마케팅이란 개념이 있다. 자신들의 싸움을 각종 입방아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으로, 그 상품에 대한 호기심만을 부추겨 상품의 판매로 연결하는 판매 기법이다. 주다해는 엄청난 악역으로 드라마에 나왔지만, 올리비아 로렌에 나오는 수애는 무척이나 단아하다. 당연히 이 괴리는 잡음, 즉 노이즈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괴리감이 심한 광고를 내보내는 회사는 도대체 어디인가?' 좀 더 적극적인 시청자라면 직접 이 회사를 검색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시청자라도 회사의 이미지는 강렬하게 남았을 것이다. 물론 올리비아 로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광고를 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PPL의 원칙에서 벗어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원론에 끼워 맞추는 것보단, 상황을 파악하고 다루는 것이 열쇠

 드라마 미생,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은 우리가 성공한 PPL을 꼽으라 할 때 주로 나오는 사례들이다. 이 드라마 PPL 사례들은 원칙을 잘 지킨, 즉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점에 착안하여 블럭제빵소는 아예 적극적으로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개입해, 드라마 이야기에서부터 본인들의 상품 특징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했고, 수많은 사례가 검증했듯 성공했다. 하지만 올리비아 로렌은 자신의 전속 모델이 매우 독한 악역으로 나와서 원칙적인 전략을 쓰긴 어려웠다. 그래서 아예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PPL의 사례에서는 변칙적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검증된 전략을 활용했고 역시 성공을 거두었다. 인간은 어떤 걸 실행하려고 할 때 주로 일반화된 법칙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 실행하려고 애쓴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일반화된 법칙은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삶에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예외마저 기회로 만들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마케팅은 항상 목표, 자사, 경쟁사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PPL도 다르지 않다. 무작정 원칙에 맞추기보다는, 그 원칙을 활용할 상황이 되는지, 드라마와 자사 상품을 둘러싼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상황을 지배하는 자가 결과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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