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에서는 유통업체 ‘타깃(Target)’이 임신부 옷, 신생아용 가구 등 임신부들에게 보낼만한 쿠폰 우편을 한 여고생에게 보냈다. 당시 그 학생의 아버지는 고등학생에게 이런 우편을 보냈다고 타깃에게 항의를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설마 고등학생이 임신했으리라고는, 그것도 하물며 잘 아는 사람인 자기 딸이 그랬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리라.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며칠 뒤 그 학생은 실제로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언뜻 섬뜩하기까지 한 이 이야기는 바로 빅데이터 분석 덕분에 가능했다. 2002년 타깃은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앤드루 폴을 영입해 ‘임신 예측 모델’ 등을 개발했다. 타깃은 매장이나 온라인에서의 구매 상품 데이터, 타깃 등록 회원 데이터, 인터넷상에서 유아용품이 검색된 데이터, 고객의 나이, 자녀 유무 등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임신 중인 고객이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어떤 구매패턴을 보이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방금의 사례는 빅데이터 마케팅을 언급할 때 가장 첫 손으로 언급된다. 많은 판매담당자들은 신 고객의 정보를 아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이 원하는, 필요로 하는 상품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을 꿈꾼다.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는 수요에 딱 맞아떨어지는 공급을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만큼 합리적인 경영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허상으로만 들리는가?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빅데이터 기술은 자신을 다룰 수 있는 자가 곧 마케팅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속삭인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를 알아보자.

빅데이터 분석 마케팅의 선두주자, 에코마케팅

광고대행사 기업인 에코마케팅은 최근 들어 호실적을 보인다. 영업 중심의 여타 광고대행사와 비교하여 높은 인당 생산성 (2017년 기준 인력 당 약 1.7억 원 추정)과 영업이익률(최근 3개년 평균 42,1%)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빅데이터 마케팅에 있다. 미디어랩/애드테크 사업이 상대적으로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면, 에코마케팅은 15년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표적화해 유효한 고객군에 노출한다. 이러한 분석은 많은 성공사례를 끌어냈는데,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을 진행했던 대여업계 대표 주자 A 사가 에코마케팅의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 계획을 접한 후, 신규 방문자 수 150% 증가라는 대기록을 세운 사례, 경쟁이 치열한 교육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A 사가 매출을 전년 대비 64% 성장시킨 사례 등이 그 예이다.

메신저 QQ: HOPE NEVER DIES (빅데이터로 잃어버린 아이를 찾다)

보통 우리가 빅데이터 마케팅을 말하면 빅데이터 분석은 소비자를 표적화하는 도구로서의 쓰임을 먼저 떠올린다. 트렌드 지식 사전에 따르면, 빅데이터 마케팅에 대해 빅데이터에 의존해 고객의 구매 정보를 분석,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콕 찍어 마케팅하는 이른바 추천 마케팅이라고 소개한다. ‘마이크로 마케팅(Micro Marketing)’이라고도 소개한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전형적인 타깃 마케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그 자체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콘텐츠나 캠페인의 메인 소재로 활용한 사례들도 있다. 아래 소개할 텐센트가 그 예다.

중국에서 어린이 실종사건은 매일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실종 아동 중 단기간에 발견되는 아동은 극히 소수다. 이른 시일 내에 아이를 찾지 못한 가족들은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당시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기 때문에 아이를 찾을 확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텐센트의 메신저 QQ는 자신들이 보유한 10,000,000명의 얼굴 사진 샘플 분석을 통해 어릴 때의 얼굴을 추적하여 성인이 된 모습으로 변환시켜주는, 연령 변화에 따른 추적 안면인식 앱 ‘QQ알러트(QQ ALERT)’를 개발했다. 잃어버린 아이의 어릴 적 사진을 토대로 5년 뒤, 10년 뒤의 얼굴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QQ알러트’를 통해 총 286건 중 176명이 성공적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텐센트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얼굴 사진 샘플)를 통찰력 있게 해석하여 중국의 주요 문제 중 하나였던 실종 어린이 문제를 멋지게 해결해주는 실체(QQ알러트)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보통신업계를 대표하는 자신들의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텐센트는 ‘칸 라이언즈 2017’에서 골드를 수상했다.

이상과 허상, 무엇이 우리의 미래일까

사례를 죽 읽다 보면 빅데이터 분석은 우리에게 대단히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멋진 도구로 보인다. 더군다나 아이티 강국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라면 더욱 그러할 것 같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7년 조사에서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도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인 7.5%에 불과했고 인공지능(AI) 기술 격차는 1.8년에 달했다. '내 모든 걸 아는' 빅데이터…가명 정보 보호가 관건 MBC 뉴스에 따르면,기사보험개발원에 있는 자동차 수리 이력이나 보험금 신청 명세 같은 개인정보를 활용하면 허위 매물인지 아닌지, 사고 이력이나 시세 AS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엔진 같은 핵심부품의 수리 여부나 리콜 명세, 압류나 저당 여부같이 구매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은 제공이 되질 않는다. 중고차 거래 앱 회사의 송상훈 씨는, "차대번호와 차량번호는 (개인을) 식별 가능한 정보다라고 기준을 잡고 있다 보니까. 저희가 데이터를 받는 데 제한이 있다."라고 답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커나가기가 대단히 힘들다." 라고 언급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기타 제반 법령의 문제와 빅데이터를 오픈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행태가 복합적으로 꼬여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가까운 일본의 예만 봐도 빅데이터 기반이 되는 개인정보 수집단계에서는 대상자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제삼자 제공 등 이후 단계에 들어갈 때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에 의하면,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를 1.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 주체와의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 5. 정보 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 주체 또는 제삼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 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때에만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데이터 보석함'도 문제다.

  예를 들자면, 법원이 쥐고 있는 하급심 판례를 공개해야 법률 소비자의 접근권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15년이 넘었지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정부는 이제부터 규제를 풀고 데이터 강국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겠다고 한다. 빅데이터 마케팅이 우리에게 새로운 현실을 줄 가능성은 있으나, 그 가능성이 현실로 오기까지는 국가의 노력이 절실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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