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억제...생애가치에 따른 고객 선별해

"내가 하는 광고의 절반은 낭비되고 있는데 어느 쪽 절반인지 모르겠다."

광고마케팅 선구자로 불리는 존 와너메이커가 한 말이다. 19세기에 그가 한 고민은 21세기, 지금의 마케터들에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한 명의 고객을 획득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진짜 돈 쓸 고객을 찾아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할 이유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할까?

 

-디마케팅이란?

‘디마케팅(Demarketing)’은 ‘줄이다(decrease)’의 ‘de’와 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로 1971년 필립 코틀러와 시드니 레비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알려졌다. ‘전체 또는 특정 고객들의 수요를 일시적/영구적으로 감소시키고자 하는 마케팅 활동’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인지시켜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반적인 활동이다. 소비자에게는 만족감을, 기업에게는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디마케팅’은 기업들이 가치가 낮은 고객들에 한해 자사 상품에 대한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적절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장기적인 수익의 극대화를 노린다.

출처:GOOGLE

이러한 독특한 마케팅의 등장 배경에는 ‘체리피커’가 자리해있다. ‘골라 먹는 사람’이란 뜻의 체리피커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자신의 실속만을 차리는 데 관심을 둔 소비자를 뜻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야 합리적인 소비일지도 모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소비 없이 혜택만을 누리려는 얌체 고객이 제일 큰 골칫거리이다. 실제로 파레토 법칙에 의하면, 전체 고객의 100% 중에서 20%가 수익의 80%에 기여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을 체리피커 고객들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디마케팅 전략, 즉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고객들을 생애가치(LTV)에 따라 구분해 가치가 높은 순서에 따라 로얄티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이하 낮은 가치에 해당하는 고객들에게는 디마케팅 전략을 실행해 다른 곳으로 가게 만든 것이다.

 

-은행업계의 디마케팅

출처: 국민은행

2017년 2월, KB국민은행은 창구거래 수수료를 일부 고객에게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거래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고객이 ATM이나 인터넷·모바일뱅킹에서 할 수 있는 입출금 업무 등을 영업점 창구에서 할 경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한국씨티은행은 계좌 잔액 1,000만원 미만의 고객에 한해 오프라인 점포의 창구를 한 차례 이상 이용할 경우 월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사실상 은행 창구 이용에 제약을 두겠다는 것.

은행측은 이번 조치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수익에 도움되지 않는 고객을 쫓아내고 우량 고객에만 서비스를 집중하는 이른바 디마케팅 전략으로 해석되었으며, 대다수 고객의 반발을 사는 역효과를 잠시 맛보기도 했으나 이윽고 잠잠해졌다.

 

-보험업계의 디마케팅

출처: KB실비보험

자동차보험은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적자 1조원을 넘어섰다. 손해율 역시 90%에 육박했다. 이후 당국의 규제완화로 지난해 적자는 반 이상 줄어들었고 손해율도 7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또다시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손보사들의 시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디마케팅이 현실화 되고 있다. 대형사에 비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사들은 보험료를 인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악사손보, 롯데손보, 더케이손보, 흥국화재 등은 시장점유율이 12.3%에서 11.1%로 1.8%포인트 떨어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는 정부의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돼 물가 안정 등의 이유로 사실상 통제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연계영업도 무시할 수는 없어 팔고는 있지만 과도한 가격경쟁이나 너무 많이 팔게 되면 또 문제가 될 수 있어 자체적으로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표면적 디마케팅

출처:GOOGLE

표면적 디마케팅이란 계획적으로 생산량을 제한하거나 판로를 봉쇄하여 입수를 어렵게 함으로써 욕망을 억제시킨 후 수요의 증가를 막는 마케팅이다. 이는 수요의 감소가 목적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수요의 증가를 막음으로써 브랜드의 희소성을 높이거나 가치를 높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랑스 맥도날드 "햄버거는 주 1회 식품으로 적당하다" 라는 카피로 광고를 진행했다. 프랑스는 햄버거나 살을 찌게 해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인식이 강해서 불매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나라 중 하나였는데, 이러한 프랑스의 특성에 맞춰 진행된 이 마케팅은 시간이 지나면서 맥도날드는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포지셔닝이 되어 오히려 프랑스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덕분에 그 해 유럽에 있는 맥도날드는 소비자가 두 배 가량 늘어나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당장 매출 수익을 올리는 것에 급급한 마케팅이 아닌, 고객들의 생애가치를 따져 궁극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디마케팅은 자칫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질 수 있으니, 따라서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속성을 잘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실행해야 비로소 고객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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