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서비스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서비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 않나? 의료 서비스, 공공 서비스, 심지어는 그 흔한 자장면 시킬 때도 “군만두는 서비스입니다.”라는 말을 듣지 않는가? 서비스. 서비스. 사전에 나와 있는 뜻을 짚어보자. 박은태의 경제학사전에 의하면,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과정 밖에서 기능하는 노동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용역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편리함을 주는 것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서비스라 하겠다. 원래 상품이라는 건, 재화(유형의 제품)와 용역(즉, 무형, 서비스) 나뉘어 있었다. 즉, 보통 우리는 서비스라고 언급하는 건 제품(스마트폰)을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부차적인 무형의 무언가(A/S 서비스)를 말했다.

따라서 서비스는 재화에 부가되는 어떤 것이며, 그 자체로 상품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이제는 서비스는 제품을 둘러싼 모든 것, 제품차별화의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서비스가 제품의 본질이며, 제품의 경쟁력을 주도하며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verything as a service

창문을 열어 주말의 은은한 아침 햇살을 즐긴다. 딩동, 하고 벨이 울린다. 나가보니 상자가 와 있다. 짐작이 간다는 듯 미소 지으며 상자를 연다. It`s surprise! 평소에 관심 있었던 최근 립 스테인이다. 평소 그녀가 설정해둔 관심 분야를 반영하여, 기업에서 최신 트렌드의 화장품을 ‘알아서’ 보내준 것이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서브스크립션 박스라는 구매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박스란 일정액을 지급한 소비자가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소비재 군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경험해볼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소비 형태다. 방금 소개한 사례는 서브스크립션 모델 중 가장 인기 있는 서프라이즈 서브스크립션을 소개한 것이다.

이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물건 자체를 파는 것은 아니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여러 기업의 상품을 구성하는 무형의 무언가, ‘서비스’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상품 그 자체에 집중하는 마케팅보다 서비스를 중시하는 개념을 만물의 서비스화라 한다. 만물의 서비스화는 크게 두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전통산업의 서비스화 경향과 신산업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서비스 위주로 재편되는 경향이다. 서비스와의 두 경향과 사례, 활용 전략을 살펴보자.

전통산업의 서비스화 강화

1. 기존 제품의 서비스 강화

코웨이는 원래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었지만, 그와 관련된 서비스인 홈케어 서비스를 더 강조해 성공한 사례로 유명하다. 홈케어 서비스는 전문 관리인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관리한 필요한 제품을 체계적으로 청소해주고 점검해주는 서비스다. 2011년 최초로 홈케어 사업을 시작한 코웨이는 홈케어 부문에서 본격적인 사업 첫해인 2012년 홈케어 부문에서 24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코웨이는 2015년 매출 1천208억 원으로 사상 첫 1천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천68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

2. 렌탈과 공유

국내 양대 밥솥 제조업체 중 하나인 쿠쿠의 주력 사업은 무엇일까? 당연히 밥솥 매출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밥솥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9월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밥솥 제조업체 쿠쿠의 올 상반기(1~6월) 전체 매출 중 밥솥이 차지하는 비중은 53.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포인트 줄었다. 반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해외 렌탈가전 매출 비중은 늘고 있다. 쿠쿠홈시스가 해외렌탈가전 사업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쿠쿠홈시스는 쿠쿠가 밥솥 이외 렌탈가전사업을 해외에서 확대하기 위해 올해 초 분사한 회사로 쿠쿠전자가 만든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대여하고 있다. 쿠쿠홈시스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렌탈 25만 계정을 돌파하며 급속도로 매출이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인의 작년 연간 매출이 550억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502억7688만 원을 기록했다. 쿠쿠 전체 매출 중 쿠쿠홈시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4.34%로 절반에 육박했다. 공유사업 역시 인기다. 소비자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값비싼 임대료나 높은 위험을 감당해야 했던 창업자들의 부담을 낮춰줄 이른바 사장님들에게도 공유 시대가 온 것이다. 창업 초기 창업가에게 필요한 사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처음 설립된 공유 오피스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번역가, 변호사 등이 주로 사용했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개념으로 시작된 ‘서비스드 오피스’에서 입주 기업 간의 협업이 가능한 ‘공유 서비스’를 갖추자 혁신의 시험장으로 진화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회의실의 사용빈도, 회의실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 패턴을 예측해 공간 디자인의 다양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어떤 공간이 입주자들에게 효율적이며 긍정적인 네트워킹에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국내로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부터 국내 대기업들까지 공유 오피스를 선택하며 공유 오피스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다.

위위크 긴자 식스.

신산업의 서비스 중심 비즈니스 모델

1. 온디맨드 산업에서의 서비스화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란 모바일 기술 및 IT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온디맨드 경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개인 운전기사, 비서, 집사까지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뿐 아니라, 시간 절약까지 도와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면, 2013년 창업한 메디캐스트(Medicast) 사는 온디맨드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디캐스트는 스마트폰 앱 또는 PC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의료 서비스를 신청하면 환자의 위치와 교통 상황을 살펴본 뒤 성별, 언어 등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환자에게 의사를 보내준다. 보험처리 등 진료비 계산도 앱을 통해 진행되며 원할 경우, 원격 진료(telemedicine)도 가능하다.

2. Free-MIUI

부분 유료라고도 불리는 이 비즈니스모델은, 무료(free)와 프리미엄(Premium)을 결합해 만든 단어이다. 기본 기능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고급 기능들을 활용하려면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링크트인, 드롭박스에서 이 모델을 사용한다.

활용 전략

방금 살펴본 전략에서 알 수 있듯이 서비스는 상품에 부가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특징을 결정짓는 주요한 원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어떻게’ 서비스화를 추구해야 할까. 그 활용전략을 살펴본다.

1. 서비스 디자인

서비스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우선이다. 너무 바쁘고 메마른 현대인에게는 시간과 감정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간을 절약해주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마저도 어루만져주는가? 서비스를 설계할 때, 서비스화를 시도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두는 점이다. 이때 필요한 개념이 서비스 디자인이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 대여, 소비, 향유 및 그 과정으로부터 얻게 되는 경험 가치를 향상할 수 있도록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 체계를 고객(제품 사용자, 서비스 이용자) 중심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각기 다른 처지인 사람들의 입장을 전부 고려하는 인간 중심적 접근이다. 고객 각각의 다양한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용자 중심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적용해 얻은 아이디어를 적용해 탄생한 새로운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디자인 최종안(전면) 이를 위해 한국전력공사, 에너지관리공단, 행동심리학자 등 다양한 직군의 의견이 종합되었다.

전략 2. 서비스의 고객 지향적 핵심가치 확보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서비스화를 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가치로 편리함, 절약, 새로움, 틈새시장, 개인화를 꼽았다. 이를 갖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SK플래닛이 2016년 만든 의류 렌탈 서비스 ‘프로젝트 앤’은 5월 3일을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초창기 이 서비스의 개척자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던 원투웨어, 코렌탈 등은 더 일찍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의류 렌탈 서비스는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유·아동 아이템의 경우 사용 기간이 짧고 처분할 물량이 금방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공략한 틈새시장인 ‘코너마켓’은 유·아동 의류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자체 클리닝과 반품 시스템을 갖춰 공유 플랫폼이라기보다 일반 쇼핑몰처럼 이용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Are you ready for this?

이제 단순히 좋은 제품을 잘 만드는 기업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제품에 부가된 서비스가 소비를 주도하는, 바야흐로 서비스화 시대가 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짚어보고 싶은 점은,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이다. 최근 논란이 된 카카오 카풀이 그 사례다.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 택시에는 택시를 잡기 힘들다. 이런 시간대엔 운행하는 택시가 적기 때문인데, 그 대안으로 카카오가 승차 공유, 카풀 서비스를 곧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이런 부분이 틈새시장으로 승차 공유가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볼 수는 있지만, 승객 감소를 우려한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이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여러 현실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면 버릴 수밖에 없다. 기업은 혹시 새로운 서비스 영역이 안고 있는 필연적인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하고, 정부 역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와 기획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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