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거부감 없어

출처: 우아한형제들

이 글씨체, 무척 낯익지 않은가. TV•인쇄 광고, 상품 패키지 등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글씨체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한나체’다.

지난 2012년 10월, 배달의 민족은 전용 폰트인 ‘한나체’와 ‘주아체’를 대중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이후 추가 개발한 ‘도현체’까지 개인•상업용으로 폭 넓게 활용되며 배달의 민족은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높게 쌓아가고 있다.

 

‘폰트 마케팅’이란 상호, 회사 로고와 같은 직접적인 브랜딩 요소와 더불어 전용 폰트를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기업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마케팅이다. 특히, 배달의 민족과 같이 폰트의 라이선스를 개인과 기업에게 허가한 경우에는 대중들이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보다 자연스러운 광고•홍보효과가 연출되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다양한 기업들이 브랜드를 홍보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데 전용 폰트를 도입하는데 열의를 띄고 있다.

 

 

-영국 시장의 글씨, '러쉬체'

출처: 러쉬코리아

천연 재료를 사용해 전 제품을 핸드메이드로 생산하는 러쉬는 전용 서체 역시 핸드메이드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국 러쉬의 글로벌 크리에이터 디렉터이자 숍 디자인을 맡고 있는 케이티 타브람(Katie Tabaram)이 개발한 서체는 영국의 신선한 과일, 채소를 판매하는 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글씨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랙보드에 자연스럽게 흘려 쓴 글자를 보다 정갈하게 다듬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구상해 완성한 것이다. 이후 패키지나 사이니지뿐 아니라 매장 내 블랙보드에 빼곡히 적힌 전용 서체는 곧 러쉬의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러쉬코리아 역시 국내 론칭 후 숍 디자인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블랙보드 문구와 핸드라이팅 제작물을 구현하기 위해 한글 전용 서체를 개발했다. 러쉬코리아 디자인랩에서 약 6개월 동안 한 자 한 자 손으로 그려가며 한글을 완성했으며 현재는 디자인 출원까지 마쳐 재산권과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전 세계 러쉬코리아 매장에서는 블랙보드에 전용 서체 폰트와 핸드라이팅을 적절히 사용하며 벽면에 설치하는 블랙보드에는 직접 쓰는 손글씨 사용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모든 매장 내 VMD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핸드라이팅 교육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라이프 4사의 통합 서체, ‘유앤아이(Youandi)체’

출처:현대카드

지난 2003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고객(You)과 기업(I)을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툴이라는 뜻을 담아 유앤아이체(Youandi)를 공개했다. 모기업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이미지와 달리 금융업계에 걸맞게 젊고 모던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개발한 폰트를 만든 것이다.

유앤아이체는 자사의 특징을 녹여 카드 플레이트의 형태와 비율, 각도를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으며, 고딕의 글꼴에 카드사가 갖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여 정직과 신뢰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후 현대카드의 M시리즈 디자인부터 각종 TV 광고, 인쇄물, 명함 등 다양한 매체 전반에 일관성 있게 활용함으로써 자사가 꾀한 현대적이고 신뢰감 있는 아이덴티티를 완벽하게 구축해나가며 전용 폰트를 통한 브랜딩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네이버의 ‘나눔폰트’

출처:네이버

2008년 한글날, 네이버는 ‘한글한글 아름답게’라는 한글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늠고딕’과 ‘나눔명조’라는 자체 개발 폰트를 공개했다. 이후 공모전을 통해 실제 손글씨를 글꼴로 개발한 ‘나눔손글씨’, 환경을 생각해 잉크 사용을 줄이도록 한 ‘나눔글꼴에코’,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나눔바른고딕’, 한글의 옛 모습을 간직한 ‘옛한글’에 이르기까지 네이버는 매년 새로운 폰트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나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네이버 나눔폰트는 오픈 소스 라이선스로 책, 디자인용품, 홈페이지, 광고, 간판, 앱 등 전 영역의 매체에서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 시장체를 만들다, '배달의 민족체'

도현체. (출처: 우아한형제들)

영국 시장의 글씨가 러쉬체라면, 한국 시장의 글씨는 ‘배달의민족체’일 것이다.

2011년도에 설립된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의 김봉진 대표는 현대카드의 'YOU&I'폰트, 네이버의 '나눔글꼴'이 개발되고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폰트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12년 배달의민족 어플을 출시하면서 기업의 아이덴티티 확립 차원에서 폰트 개발에 착수하여 김봉진 대표의 딸이름을 딴 ‘한나체’와 ‘주아체’등 독특한 폰트를 개발하고 이를 무료 배포하였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한나체는 우아한 형제들이 가지는 키치하고 복고스러운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는 폰트로, 가장 처음 만들어진 폰트다. 2015년 4월에 폰트의 완성도를 높여 ‘한나는 열한살’체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또한 주아체는 붓으로 직접 그려서 만든 손글씨 간판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붓으로 그려 획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고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는 폰트로 옛날 간판의 푸근함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도현체는 배달의민족 구성원들의 자녀들 이름을 넣고 제비뽑기로 뽑히게 된 이름이다. 도현체의 특징은 자음과 모음의 획이 서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며, 한글 폰트의 최초로 ‘ㅅ,ㅈ,ㅎ’등의 모양이 옆에 어떠한 모음이 오느냐에 따라서 자동으로 달라지는 글리프를 적용하였다. 또한 연성체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시장 폰트로 제주도 호박엿 가판대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정형화되어있지는 않지만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쓴 붓글씨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는 폰트. 최근 세븐일레븐X배달의민족 의 콜라보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세븐일레븐)

기업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로 각광받고 있는 전용 폰트. 대중은 글꼴을 저작권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 및 이미지를 형성함과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나 기업의 자체 폰트가 이모티콘과 캐릭터 사업 외에 새로운 콘텐츠 마케팅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글꼴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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