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품질로 발전해나가야...안주하면 안돼

스카치테이프, 대일밴드, 딱풀, 햇반.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은 ‘고유명사’가 된 제품명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즉석밥’, ‘상품밥’이라는 명칭대신 통용되는 ‘햇반’은 연간 판매 3억 개를 돌파하며 우리의 식문화를 바꾸고 있는 현재진행형 제품이다.

출처: CJ제일제당

마케터들은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행동분석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브랜드와 제품들을 인지시킨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긍정적 태도를 산출하고, 환기상표군 중 자신들의 브랜드가 TOMA(Top-of-Mind Awareness)가 되도록 노력한다. 그렇기에, 마케터들에게 있어 브랜드들 자체가 ‘고유명사’가 되는 것은 무척 이상적인 상황이다.

이런 이상적인 상황에 놓이기까지, 햇반은 어떻게 상품밥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을까. 바로 '집밥' 같은 맛과 '포장기술'에 있다.

 

-압도적 R&D역량과 혁신기술 확보

CJ제일제당 측은 햇반의 이 같은 성공에 대해 압도적 R&D역량과 혁신기술 확보가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일 도정’은 쌀은 도정을 하는 순간부터 수분함량이 떨어지며 밥맛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햇반은 2010년부터 자체 도정 설비를 도입해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지어 엄마가 해주신 밥 보다 더 집밥 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자체 도정 설비를 통해 맛 품질뿐 아니라 쌀의 종류별 맞춤 도정도 가능해졌다. 쌀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도정 조건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균화 포장 기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무균화 포장이란 반도체 공정 수준의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이용해 밥을 포장하는 기술로 이 포장을 거친 완제품은 균이 전혀 없기 때문에 보존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도 장기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고 ‘갓 지은 최고의 밥맛’을 낼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먹는 밥'이라는 신개념의 제품에 막대한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초기 설비투자비만 최소 100억 원 이상이 필요했고 설비를 이용한 제품 확장 가능성 또한 낮았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보존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장기간 신선한 밥맛을 낼 수 있는 무균포장밥을 출시하기로 했다. 품질을 타협하면 지난 실패를 반복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햇반’의 끝없는 성장, 대한민국 대표 집밥으로 ‘우뚝’서

그리고 그 투자는 충분히 가치 있었다. 초기 출시 당시만 해도 시장은 물론 CJ제일제당 내부에서조차 ‘맨밥을 누가 사먹겠느냐’며 물음표가 달렸던 햇반은, ‘신혼부부들이 밥솥대신 햇반을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문화를 바꾼 혁신제품이 되었다.

출처: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올해 7월까지 햇반의 누적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올해 누적 판매량 또한 2억 개를 훌쩍 뛰어넘어, 이를 나누면 국민 1인당 4개 이상의 햇반을 먹은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대비 25% 이상 성장했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햇반의 연 매출은 4000억원, 총 누적매출은 1조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같은 제품군 중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햇반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햇반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억개를 돌파한 데 이어 2015년에는 2억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연간 판매량도 3억 개를 넘어서며 2년 만에 1억 개 이상 늘어났다. 매출성과에 힘입어 상온 즉석밥 시장 내 '초격차 1위' 지위도 확고히 했다. 햇반은 시장점유율 70%대까지 올라서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한층 더 벌렸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상품밥 시장에서 지난해 대비 6.7%P 상승한 76.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브랜드명품 덕... 나머지 제품도 승승장구

‘햇반’의 막강한 브랜드력과 한끼 식사가 되는 다양한 메뉴 확대 전략에 힘입어, 2015년 4월에 출시된 ‘햇반컵반’은 덕분에 빠르게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했다. 혼밥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가정식 1인 식당’, ‘가정식 1인 맛집’ 등의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진행했다.

출처: CJ제일제당

이에 따라 3년 만에 시장규모는 3배 이상 증가하며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햇반컵반’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을 미뤄볼 때 전체 시장은 1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어린 시절부터 햇반 이용 경험이 있는 세대가 주요 소비계층 대열에 합류하며 타깃 고객층도 출시 초기 35~45세 주부에서 미혼의 젊은 직장인, 싱글족, 딩크족(무자녀 부부) 등 조금 더 어린 세대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보다 간편한 컵밥이 선호되며 ‘햇반 컵반’ 연매출이 800억원대로 성장했다”고 귀띔했다.

 

-끊임없는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백조의 필사적 발놀림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사업체였다고 해서 그 영광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가리키는 ‘코닥 모먼트’(Kodak Moment)라는 말이 널리 쓰였을 정도로 유명했던 필름의 대명사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음에도 기존의 아날로그 필름 시장에 집착하다 일본 카메라 회사의 거센 추격을 받고 파산까지 하게 되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과거에 안주하다가 파산한 코닥을 인용해 "코닥이 되다(Being kodaked, 옛것만 고집하다 망하다)"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지금은 대화에 쓰일 정도로 유명한 제품들 또한 언젠가는 이름이 잊히거나, 코닥처럼 안 좋은 상징으로 그 의미가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대비하고 더 나은 품질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햇반컵반 누적판매 1억개 돌파 기념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7종. (출처: CJ제일제당)

하지만 햇반은, 자신들의 둥지에 만족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노력한다. '햇반컵반(국밥류)' 출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성공에 멈추지 않고, 또다시 '햇반'으로 밥의 맛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 국밥류에 이어 , 덮밥과 비빔밥 등 각 메뉴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재료 각각의 맛을 살리는 차별화된 전처리 공법을 적용, 상온에서도 야채의 식감을 그대로 살려 맛 품질을 높여 ‘마파두부덮밥'과 '고추장나물비빔밥' 등을 출시했다.


김병규 CJ제일제당 편의식 마케팅 담당 부장은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고 시장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트렌드를 리딩하는 ‘대한민국 대표 집밥’ 브랜드로 육성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면서 “햇반이 20년 넘게 추구해 온 ‘집밥보다 맛있는 밥’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앞으로도 맛과 건강, 편리함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국민 브랜드’의 위상을 지켜나갈 것”고 말했다. 과연 앞으로의 햇반이 어떤 행보를 걸으며 끊임없이 이 판도를 유지할 것인 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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