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이 소비자를 사로잡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찬 인물 (사진 출처 : 이원코리아 홈페이지)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추고, 12시의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지인과의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시험시간 내에 문제를 전부 풀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 일분 일초, 우리는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분단위를 넘어 초단위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각을 확인하는 시계는 필수품이 되었다.

 

 허나, 만약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눈이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시간은 흘러간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곤란하다. 그렇다면 시각대신 다른 감각을 활용해서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가 있으면 되지 않을까? 이러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시계가 있다.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시계, 브래들리 타임피스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시계바늘 대신 ‘분’과 ‘시’를 나타내는 구슬 두 개를 이용하여 시각을 나타내는 시계이다. 구슬은 시계 내부의 자석으로 고정되어있고, 구슬이 떨어질 때는 손목을 살짝 흔들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구슬의 움직임을 촉각 혹은 시각으로 확인하여 시각을 표현하는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 만들어졌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의 유무나 성별, 연령, 국적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으로,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세련된 외관과 시각, 촉각으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을 통해 시각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계이다. 꼭 눈으로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와치(watch)’가 아닌 ‘타임피스(timepiece)’라는 이름이 붙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탄생시킨 김형수 대표 (사진출처 : 이원코리아 홈페이지)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탄생시킨 김형수 대표는 MIT 경영대학원 재학 중 시각장애인 학생이 손목시계를 차고도 시각을 물어본 일을 계기로 유니버설 디자인 시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시각장애인 학생이 차고 있던 시계는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시각장애인용 시계였는데, 수업 중에는 시각 알림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에 그 학생이 김 대표에게 시각을 물어본 것이었다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촉각을 통해 시각을 알 수 있는 시계’ 연구를 시작한 김 대표는 처음에는 점자 시계를 만들었지만, 점자를 아는 시각장애인이 많지 않고, 시각장애인이 본인이 장애인임을 드러내는 것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연구 방향을 ‘시각장애인 전용이 아닌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시계’로 바꾸었다고 한다.

 2013년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최초로 선보이자마자 여섯 시간만에 목표 금액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전 세계 65개국에서 약 60만 달러 상당 선주문을 받는 등 ‘만지는 시계’인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성공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4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스티비 원더가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차고 노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더더욱 화제가 되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불리는 독일의 레드닷 어워드(2016), iF 디자인 어워드(2016) 등 다수의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실용적일 뿐 아니라 세련되고 우수한 디자인으로도 인정받은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각장애인 역시 제품의 색상이나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비장애인도 촉각으로 시각을 확인할 수 있고 감각적 디자인을 갖춘 시계에 관심을 보이리라는 김 대표의 생각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래들리 타임피스처럼,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유니버설 디자인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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