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보면 의전 업무의 중요성에 관한 대목 중 ‘의전은 나라의 품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국가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국가 간에 지켜야 할 규범·형식이 의전이라면 기업·개인 간에는 매너와 에티켓이다.

‘기업은 좋은 비즈니스 매너를 통해 원하는 사업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그에 걸맞은 하드웨어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져야 할 게 소프트웨어적 요소인 비즈니스 매너이다. 어떤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인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비즈니스 매너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부분의 기업은 해외 진출에 앞서 상대방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주 실수하거나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 있다. 첫째는 식사에서 좌석 배치의 중요성이다. 참석자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수집해 배치하지 않으면 구설에 오를 위험이 있다. 참석자 각자가 왜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는지 합리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는 남녀를 섞어서 배치해야 한다. 같은 이유로 외국인끼리 나란히 앉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성을 끝에 앉히는 것도 매너가 아니다.

때로는 음주도 비즈니스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처음부터 못 마신다하고 시작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마신다 해놓고 중간에 빼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다. 러시아에서도 술을 건네받으면 거절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 인도 – 간단한 내용도 직접 만나 협의하라

인도인들은 빠른 성장에 대한 자부심과 중국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인도가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구성된 나라라는 것 외에 비즈니스를 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인도인의 자존심을 건드릴법한 대화 소재는 피해야 한다. 인도인들은 대화를 즐기는 편이라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잡담으로 회의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빈곤 문제, 열악한 인프라, 카스트 제도 등에 관한 얘기를 섣불리 꺼냈다가는 무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인도에서는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도 적절한 대화 소재가 아니다. 반면에 인도의 긴 역사, 인도가 한국전쟁을 지원한 20개 국가 중 하나였던 점 등은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겐 익숙치 않지만 국기에 가까운 크리켓도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대화거리이다.

인도인과 영어로 대화할 때 그들이 말하는 ‘no problem’을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안 된다. ‘사업상 문제 없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당신의 뜻을 이해했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인맥을 쌓으려면 직접 만나는 게 효과적이다. 인도인들은 e-메일로 간단히 협의할 수 있는 내용이어도 만나서 협의하는 것에 익숙하다. 전통적인 인사말은 ‘나마스테’다. 턱 아래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전통적 인사법을 알아두면 좋다. 하지만 상대가 힌두교도가 아니면 적절치 않다. 상대방의 종교를 파악할 수 없다면 차라리 영어 인사말을 쓰는 편이 안전하다. 접대를 한다면 사전에 메뉴를 알려주고 식성을 확인한 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인도인 상당수가 채식주의자인데, 철저하게 채식을 하는 경우 생선은 물론 달걀도 먹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이슬람권 –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화내지 마라

 

이슬람권에서는 왼손 악수는 금기시된다. 식사는 물론 사람들과의 접촉에서도 왼손을 쓰지 않는다. 글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나간다. 용변을 보고 물로 씻는데, 이 때 사용하는 손이 왼손이다. 무장을 하고 우물을 지켜야 했던 중동인들에게 손바닥을 보인 채 오른손을 내미는 것은 우호적인 제스처다.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다. 이슬람에는 성화가 없다. 창시자 무하마드도 계시를 전한 ‘인간’일 뿐이다. 우상이 될 만한 동물 등을 그린 그림도 거의 없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학이 그려진 선물은 적절치 않다.

마지막은 협상 태도다. 이슬람권에서는 흥정을 즐긴다. 낙타 등에 물건을 싣고 사막을 건너 시장에 도착하면 사흘은 쉬어가야 한다. 천천히 협상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또 가격 ‘지르기’는 이들의 문화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대해서도 화내지 않는 이유다. 시간이 걸려도 ‘눈맞춤’을 유지해야 한다.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는 중동인들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은 신뢰를 잃는 행동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본사에 전화를 건다는 건 더 깎을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중국 – 악수를 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예의

중국인과의 비즈니스에서는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이거나 초청·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는 건 상대의 면을 깎는 일이다.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정치, 공산당, 소수민족, 빈부격차를 소재로 삼았다가는 바로 ‘아웃’이다. 자존심을 세워주고 좋은 평가를 해줄 필요가 있다. 중국 전통문화에 조예가 깊다는 인상을 주면 도움이 된다. 중국 시를 한 수 외워두는 것도 방법이다. 한류에 대해 섣부르게 얘기를 꺼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화장품, 드라마의 인기 덕에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자랑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중국인과 대화할 때 제스처 사용을 자제하고, 어깨를 토닥이는 식의 스킨십도 피한다. 악수도 상대방이 청할 때까지 기다린다. 중국과의 사업에선 고위직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자와의 협상을 통해 잘 마무리됐다 해도 반드시 고위직과의 자리를 만드는 게 좋다. 첫 미팅 때는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첫 미팅 때는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통상 중국은 방문객에게 선물을 주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빈손으로 갔다가 선물을 받으면 결례가 될 수 있다. 포장은 붉은 색으로 하는 게 좋다.

 

● 중남미 - ‘다 됐다’는 말은 ‘준비 중’이라는 의미

중남미인은 정을 중시한다. 가격과 품질만 계산적으로 따져선 성과를 내기 어렵다. ‘사람 대 사람’으로 따뜻하게 접근해야 한다. 말하는 것을 좋아해 협상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흥정의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잘 활용하면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지만,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거래할 땐 반드시 정식 문서를 확보해야 한다. 구두계약을 믿는 건 위험하다. 대화할 때도 유의해야 한다. “생각해 보겠다”는 말은 “알았다”는 정도의 뜻일 때가 많다. “다 됐다”는 말도 그대로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준비 중”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남미인을 만나면 상대의 말과 더불어 대화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한다. 중남미인은 느긋하다. ‘빨리 빨리’를 요구하거나 언성을 높이면 협상이 틀어지기 쉽다.

 

중남미 대륙에는 여러 나라가 있다. 통상 ‘스페인어를 쓰는 가톨릭 국가’라고 일반화하기 쉽지만, 각국 나름의 특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는 한 섬을 동서로 나누고 있지만, 각각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아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크다. 국가 간의 미묘한 견제 심리도 있다. 섣불리 이웃나라를 언급하는 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각 국가만의 관습을 모를 때는 일반적인 서구식 매너만 잘 지켜도 충분하다. 중남미 국가엔 유럽 이민자가 상당히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개성이 넘치고 다양한 인종이함께 상생하는 사회이다. 그만큼 그들과의 문화도 다를 것이고 이것을 존중해줄 때 비로소 그 사람은 우리 기업의, 회사의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나 해외에서 살고 있는 인구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할 것이다. 오죽하면 현지화에 실패하여 돌아오는 기업들도 허다하다. 따라서, 해외에 먼저 진출하기 이전에 어떤 점을 보완해야하는지 그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사전조사가 따라야 할 것이며 현지화를 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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