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고라 하면 흔히 영화의 명장면들이 짧게 나오는 ‘트레일러(trailer)’를 떠올리곤 한다. 최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광고가 있다. 바로 ‘데드풀2’의 홍보 영상이다. ‘데드풀2’의 홍보영상들은 대체로 영화 속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새로운 장면들로 ‘데드풀’ 캐릭터의 특징을 재치 있게 보여준다.

  • 슈퍼맨 패러디와 배컴
첫 공개된 '데드풀2' 홍보영상, 영화 '슈퍼맨'을 재치있게 패러디 했다.

 영화가 개봉되기 1년 전인 2017년 ‘데드풀2’은 영화 ‘슈퍼맨’ 패러디 영상을 통해 첫 홍보 영상을 선보였다. 홍보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괴한에게 습격 당한 행인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은 히어로 유니폼을 입으려 공중전화 박스로 서둘러 들어간다. 그러나 몸에 딱 맞는 유니폼과 좁은 공간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도중 행인은 결국 사망하고 만다. 행인의 시체 위에 누워 태연히 행인이 들고 있던 음식을 먹는 데드풀, 이때 화면에 “데드풀, 시간이 좀 걸린다”는 내용의 자막이 올라온다. 영화의 개봉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데드풀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 재치 있게 표현했다.

개본 전 화제가 되었던 배컴 사과 홍보 영상

 데드풀 홍보영상으로 큰 화제가 된 ‘배컴’영상은 ‘데드풀’ 1편에서 나온 배컴의 목소리 대한 조롱을 사과하는 형식의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서는 배컴이 데드풀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필모그래피를 조롱하는 모습이 담겨 더 큰 재미를 주고 있다.

 이처럼 ‘데드풀2’ 홍보 영상들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닌 데드풀이 실제 현실에 존재한다면 있을 법한 일들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더욱이 데드풀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경력 디스를 통해 배우와 캐릭터를 동일화하여 데드풀이 마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물로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 ‘제4의 벽’을 넘은 광고
'데드풀'의 원래 제작사 였던 Fox가 Disney에 인수되자 이를 SNS에 재치있게 표현한 라이언 래이놀즈

 광고의 홍수 시대에서 광고들은 저마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전략을 펼친다. 그 중 각광받는 기법은 수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전략이다. 수용자가 광고를 보는 것만이 아닌 광고에 직접 참가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광고의 종류와 광고물의 특성에 따라 ‘인터랙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화 광고는 실존하지 않는 영상이라는 점과 수용자들이 이미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제4의 벽’을 갖는 특성상 ‘인터랙티브’ 효과를 내기가 힘든 영역이다.

 그러나 ‘데드풀2’는 나름의 방식을 통해 ‘제 4의 벽’을 허물고 ‘인터랙티브’한 광고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수용자가 광고에 참여하는 형식이 아닌 영화 속 캐릭터가 현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존 영화 광고들이 갖던 제한들을 극복했다. 수용자들을 광고에 참여시켜야만 ‘인터랙티브’가 완성된다는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은 기발한 전략이었다.

 ‘데드풀2’는 이러한 홍보영상에 힘입어 상영 전부터SNS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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