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란 자신의 기업, 제품, 서비스에 정체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름, 로고, 심볼, 디자인 등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아이덴티티를 구축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한 가치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소비자들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굉장한 도움을 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첫 번째로는 탄산음료에서도 가장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코카콜라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실패는 없었을까? 과연 성공의 길만을 달렸을까? 대답은 No다. 맛뿐만 아니라 매번 재미있고 감동적인 마케팅으로 사랑을 받던 코카콜라는 브랜드파워가 소비자의 선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를 겪게 되는데 바로 ‘뉴코크’의 개발이다.

1985년, 코카콜라 회사는 99년간 고수해온 전통적인 맛의 콜라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운 맛의 콜라를 생산하겠다고 중대 발표를 한다. 80년대에 들어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은 펩시로부터 위기감을 느낀 코카콜라는 그 해결책으로 ‘맛’의 변화를 시도한다. ‘뉴코크’라는 이름의 새로운 맛의 콜라는 기존의 코카콜라에 비하여 비교적 달고 부드러운 맛으로 만들어졌다. 코카콜라는 무려 2년 동안 약 4백만불을 들여 신제품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약 20만 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하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기존의 맛보다 새로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 60%, 펩시의 맛보다 코카콜라의 새로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52%로 드러났고 출시하게 되었다. 소비자들의 호감을 살 줄 알았던 뉴코크는 머지 않아 인기가 식고 부진한 판매실적과 더불어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쳐 오기 시작하였다. 그 불만은 78일 동안 40만 통의 전화와 항의 편지에 달하였다고 한다. 코카콜라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첫째로는 마케팅 조사가 단지 ‘맛’에만 초점을 뒀다는 것에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좋아하던 맛도 그것이 코카콜라의 상표를 달고 기존의 코카콜라를 대체할 때는 수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많은 미국 시민들은 자라면서 코카콜라를 마셨고, 코카콜라는 거의 그들 생활의 일부였다. 코카콜라의 마케팅조사는 코카콜라의 ‘상징적 의미’가 그 ‘맛’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코카콜라에 강한 ‘감정적 관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쳤다고 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 상한 소비자들은 진짜 코카콜라에 대한 강한 향수를 느끼고, 그들 생활의 일부가 훼손되었다고까지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를 빠르게 시행하기에 앞서 먼저 시범시행으로 일정기간동안 일정지역에서 먼저 시험 마케팅을 했어야 더 나았을 것이다. 또한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에 기존의 클래식 제품에 뉴코크를 추가하는 복수상표전략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소비자들은 코카콜라의 ‘맛’이 바뀐 것에 대해 단순히 그 사실 이상으로 코카콜라와 함께했던 그들의 유년시절과 추억까지 침범당했다라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코크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판매를 진행하기 시작하자 돌아온 코카콜라에 소비자는 환호했고 다시 고객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실 소비자의 95%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입으로 맛있는 것은 뉴코크지만 실제로 원하는 것은 오래된 코카콜라였다. 단순히 맛이 좋으면 더 잘 팔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소비자는 ‘이 제품이 (맛이) 좋다’고 인식하는 제품을 선택하며 자신의 선택을 적당히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먹어봐서 맛있는 콜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맛있는 콜라라고 알고 있는 것’을 선택해 맛있다고 느낀다. 브랜드가 맛인 것이다.

코카콜라의 브랜드파워를 알 수 있는 역사

이 사건을 통해서 코카콜라는 소비자는 제품을 맛 하나로 판단하지 않고 제품의 역사, 경험, 패키지 등의 여러 가지 심리적인 복합 요소를 통해서 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의 항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커다란 실패를 막았지만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물리적 특성 이상의 무엇인가를 의미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두 번째는 P&G의 크레스트 치약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치약시장은 굉장한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급증하고 그 제품군들은 더욱 다양해졌다.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치약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모습에 위기를 느끼게 된 P&G는 그들이 밀고 있던 불소함유 치약 대신 치석 억제 치약과 같은 변형된 제품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P&G의 치약 시장 점유율은 50%에서 25%로 떨어지게 된다.

 

두 기업은 고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존의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들의 마음이 아닌 신흥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였고 모든 고객들로부터 사랑받으려 한 결과, 참담한 결과를 맛보고 말았다. 마케팅에는 유명한 법칙이 있다. 바로 파레토의 법칙이다.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이 법칙의 이야기처럼 그들의 충성고객 20%가 기업의 매출 80%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들은 진심으로 그 브랜드를 응원하고 그 제품만을 이용하고 심지어 동일시까지 하기도 한다. ‘품질’보다는 ‘품질에 대한 지각’이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마케팅은 제품보다 제품에 대한 인식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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