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자사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이미지 등을 경쟁사에 비해 가장 유리한 포지션에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포지셔닝의 실패는 판매량 부진으로 단종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대형 세단 ‘아슬란’ / 출처=현대차그룹

스스로 판 무덤에 빠지다, 현대차 아슬란

아슬란은 현대차에서 그랜저를 대신해 대형 세단 포지션에 맞게 출시한 기대작이었다. 신개념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출시 당시부터 판매량이 목표량에 한참 못 미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보였다. 품질이나 성능, 디자인 면에선 괜찮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차종에 비해 특화된 면이 없었다.

2016년 7월,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대형 세단 ‘G80’을, 11월에는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IG’ 출시 방침을 정하면서 아슬란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업계에선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 모델’로 불리면서 포지셔닝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판매량이 계속해서 감소하자, 제네시스 출시 이후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이 된 아슬란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현대차에서도 출시 3년 2개월 만에 단종을 결정하게 됐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그랜저IG 사이에 놓인 애매한 포지셔닝 문제를 현대차는 가격 할인으로 극복하려 했다”​면서 “​브랜드 가치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조금 더 내 제네시스 G80을 사는 게 낫고, 같은 값이면 그랜저IG를 사는 게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도요타 대형 세단 ‘아발론’ / 출처=한국도요타

애물단지로 전락한 도요타의 아발론

아발론은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도요타의 플래그십 모델로, 북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도요타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2013년 국내 도입 당시에도 큰 기대를 받으며 당시 판매 목표로 세운 월 30~40대가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도 받았지만, 국내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랭했다. 2015년 한 해 경쟁모델인 현대차 제네시스DH와 기아차 K7이 각각 3160대, 1446대를 판매한데 비해 아발론은 총 판매량이 52대에 그쳤다.

판매 실적이 저조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힌다. 미국에서 아발론 판매량의 20%를 차지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수입되지 않았고, 연비가 좋은 2.5리터 4기통 모델도 배제됐다. 최고급 사양 한 종류만 들어왔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와 비교해 크게 고급스럽지 않고, 연비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애초에 북미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모델로, 상대적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큰 특징이 없는 차로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아슬란과 아발론의 사례에서 보듯이 성공적인 제품으로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먼저 타겟이 되는 소비자를 잘 파악하고, 경쟁 제품과 구별되는 자사만의 뚜렷한 장점이 존재해야 한다. 해외에서 인기를 끈 제품도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환경과 소비자 욕구의 변화에 따라 목표 포지션을 재설정하여 리포지셔닝을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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