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의 야심찬, 그렇지만 처참한 실패로 돌아간 커피시장 공략, ‘강글리오’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세계는 하나의 고도화 된 시장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의 장벽은 없어지고 있으며, 국가 간 무역에 있어서 시간과 거리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될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국내시장의 경쟁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기업, 제품들과 경쟁을 하게 되었다. 각자의 강점을 중심으로 포지셔닝하여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것과 이 경쟁우위를 얼마나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각 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였고, 농심에서는 커피 시장을 공략하여 ‘강글리오’라는 커피를, 삼성은 새로운 디바이스인 ‘갤럭시 기어’를 만들어 냈다.

(농심이 처음으로 출시한 인스턴트 커피인 강글리오 / 사진제공 = 농심)

라면 시장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며 확고한 기반은 다진 농심은 자사의 제품군을 좀 더 확장하고자 하였다. 이에 농심은 커피 시장에 눈을 돌렸고, ‘강글리오’라는 제품을 출시하였다. 당시 커피 시장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독보적 1위 업체인 동서식품(맥심, 카누)을 비롯해 네슬레(네스카페), 남양유업(프렌치카페)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외에도 병입 음료의 대표주자 레쓰비(롯데), 커피우유(서울우유), 조지아 등 커피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하지만 농심은 자사만의 전략으로 커피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기존 인스턴트커피와 다른 자사만의 강점을 만들고자 하였다. 당시 국내 식품 시장은 다이어트와 웰빙 열풍이 불었다. 이에 착안해 농심은 ‘건강한 커피’라는 전략을 세웠다. 커피에 녹용, 녹골 등의 성분을 첨가하여 인스턴트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는 사람들의 생각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당시 기존 커피 시장에 진출해 있던 기업들은 이러한 농심의 행보에 긴장하였고, 2013년 1월 드디어 농심에서 만든 첫 커피 제품인 ‘강글리오’가 출시하였다.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사라진 강글리오 / 사진제공 =AC닐슨)

출시 직후 농심은 강글리오의 홍보를 위해 ‘프리미엄’, ‘기능성’, ‘건강에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영업력과 유통망을 통해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다. 광고 또한 당시 명성을 얻고 있던 영화배우 이범수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자신감에 차 있던 농심의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처참했다. 2013년 시장점유율 조사 기관인 AC닐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 비율에 강글리오는 ‘기타’에 포함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형마트 인스턴트커피의 매출 비율로 따져보아도 0.1%에 불과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였다.

(라면 스프를 떠올리게 하는 강글리오의 디자인 / 사진제공 = 농심)

강글리오의 실패 원인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커피를 가장 많이 즐기는 연령층은 20~30대이다. 이들은 인스턴트커피를 구매할 때 건강보다 가격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당시 봉지당 약 70원인 타제품에 비해 강글리오는 봉지당 약 130원에 판매되었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보다 두 배가량 비싼 제품을 구매하게 할 만큼의 매력을 끌지 못한 것이다. 특히 ‘녹용’의 성분은 보약의 핵심 재료로 ‘살이 찐다’라는 젊은층의 인식으로 인해 더욱 외면 받았다 라면스프를 연상하는 포장은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몸에 좋지 않은 느낌을 들게 하였다. 농심이 추구하였던 ‘건강한 인스턴트커피’와 정 반대되는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이 외에도 정확한 표적 시장 소비자들을 위한 광고와 마케팅의 실패, 신라면이나 과자 등 기존 농심의 제품과 함께 진열하는 ‘Place’의 문제점 등을 강글리오의 실패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 혁신을 일으킨 삼성의 갤럭시 기어, 초반에는 애플 워치에 고전 면치 못해....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기어S / 사진제공 = 삼성전자)

국내 대표적인 전자제품 기업인 삼성이 2013년 또 하나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였다. 바로 삼성 갤럭시 기어이다. 삼성 갤럭시 기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시계 형태를 띈 제품이다. 평소에는 시계의 기능을 하지만 핸드폰과 블루투스 통신망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고, 전화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였다. 현재 갤럭시 기어 S3의 큰 성공에 힘입어 S4의 출시를 앞둔 삼성이지만 초창기 시장성과는 처참하였다. 오히려 2015년 출시한 애플 워치의 출발이 전 세계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며 더욱 성공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S에 대하여 출시한 애플의 스마트워치 / 출처 = 애플)

갤럭시 기어를 출시할 당시 삼성은 포지셔닝 전략을 ‘새로운 기기의 출현’,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기계’로 세웠다. 하지만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보았을 때 ‘priming’이란 것을 한다. Priming이란 전형성의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즉, 한 범주를 제시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의 전략은 완전히 새로운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쉽게 체감할 수 없었고,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반면에 애플은 애플워치 출시 당시 전략을 이름에서도 엿 볼 수 있듯이 ‘시계’로 잡았다. 기존의 시계의 이미지에 핸드폰과 연결된다는 개념만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잘못된 포지셔닝을 고수한 농심의 신제품 / 사진제공 = 농심)

강글리오와 삼성 갤럭시 기어의 사례에서 보았듯 신제품 출시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셔닝이다. 물론 STP 과정 모두 중요하지만, 마지막 최종단계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서 시장 세분화, 타겟층 선정과정이 무위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농심은 이후에도 사과가 첨가된 강글리오를 출시하며 포지셔닝을 바꾸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삼성은 자신들의 잘못된 포지셔닝 전략을 깨닫고 애플과 같은 전략을 취함으로써 세계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탄생시켰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 탄생하고, 또 실패를 겪고 사라지기도 한다. 신제품을 출시한 후,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다른 중요한 점도 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제품의 개발, 제작, 판매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포지셔닝이다. 앞으로 새로운 제품의 마케팅 모습에서 해당 기업이 어떤 부분에 포지셔닝 하였는지 관찰하는 것도 좋은 관심거리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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