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를 뜻한다.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소가 잠시 쉬는 곳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 사이에 나만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나만의 케렌시아 만들기’가 유행이다. 바쁘고 팍팍한 일상에서 자신의 공간만큼은 편하게 느끼고 싶은 현대인들의 욕구가 투영된 현상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셀프 인테리어 문화와 휴식공간을 파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있다.

SNS상에 올라오는 데그크테리어 인증샷들 (사진출처: CBC뉴스)

 - 내 공간만큼은 편안하게, 셀프 인테리어와 데스크테리어

 나만의 안식처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집이다. 더욱이,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집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혼자만의 조용한 안식처가 되기에 훌륭하다. 최근 2030세대는 월·전세 집에 살아도 셀프 인테리어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페이스북의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한 페이지는 좋아요 수가 3.9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러한 인기의 원인은 집에서만큼은 제대로 휴식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심리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집을 나만의 케렌시아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케렌시아 만들기는 집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무실에서도  자신의 공간만큼은 안락하게 꾸며 심리적 위안을 얻는 ‘데스크테리어(deskterior)’족이 증가하고 있다. 데스크테리어족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를 원하는 데로 꾸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데스크테리어’는 사막 같은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만큼은 오아시스로 만들고 싶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강남역에 위치한 한 수면카페 (사진출처: 뉴스핌)
서울의 한 안마의자 카페(사진출처: 아시아경제)

 

- 휴식공간을 파는 새로운 서비스들

나만의 케렌시아 만들기가 인기를 끌면서, 휴식공간을 파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적의 환경에서 숙면을 제공해주는 수면카페, 안마의자를 일정시간 이용할 수 있는 안마의자 카페 등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들은 ‘패스트힐링’이라 명명된다. 패스드푸드처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빠르고 간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패스트힐링업계의 주 고객층이 20대라는 것이다. 신한카드 트렌드 연구소에 따르면 패스트힐링 서비스의 이용 고객 연령대는 63%가 20대로 절반 이상의 고객이 20대인 셈이다. 과도한 학업, 업무, 취업난, 경쟁 등에 시달리는데다 경제적으로 아직 여유롭지 않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패스트힐링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7년 전반기 수면카페 이용자 수가 2016년 대비 75%증가하면서 시장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세대 공략에 성공하면서 ‘패스트힐링’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힐링’으로 대표되는 ‘케렌시아’적 소비가 2018 소비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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