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몇 천원 아끼기 위해 망설이지만 명품 스니커즈는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소비, 식사는 라면으로 때워도 비싼 호텔 디저트를 즐기는 소비.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소비는 2018년 국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심비를 추구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구입했을 때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구매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 2030세대에서 더 두드러지는 '가심비' 소비

(자료제공: 헤럴드경제)

 모바일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지난달 1일~31일 명품 스니커즈 매출은 전년도와 비교해 20대에서 150%, 30대에서 3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만원대 스니커즈는 물론 60만~8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값비싼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호텔 뷔페 매출은 같은 기간 20대 소비자가 31%, 30대가 21% 늘었다. 호텔뷔페 상품 전체 구매자 중 20~30대 비중이 무려 85%에 달했다.

 젊은 층의 여행 콘텐츠도 고급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1~31일 티몬에서 판매된 료칸여행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대에서 82%, 30대에서 무려 309% 매출이 늘었다. 료칸은 하루 평균 숙박비가 30만원 내외로 일반 호텔의 2~3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는 특히 2030세대에서 두드러진다. 경제적으로 아직 풍족하지 못한 상태로 인해 대체적으로 절약형 소비를 보이나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한 두 가지 고품질, 고가 제품을 선택 소비하는 ‘일점호화(一點豪華)’식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점호화식 소비에 선택되는 제품의 기준은 심리적 만족감이기 때문에 ‘가심비’가 중요한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 가심비 소비를 활용한 '롯데'와 '여기어때'의 시장 공략

송파구 문정동에 새로 입점한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2호점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여기어때'에서 출시한 레이트버드 서비스 (사진출처: 여기어때)

 

 

 2016년부터 롯데는 기존 유통 업체와는 차별화된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선보였다. 먹는 경험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정서와 가심비 트렌드를 결합해 고급 식재료를 통한 차별화된 경험 제공으로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였다. 8000여 가지 취급상품 중 5% 가량은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최상위 프리미엄 상품이다. 40% 가량은 고급 식품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프리미엄급 상품으로 구성했다. 기존 롯데 슈퍼를 리뉴얼한 매점들의 평균 매출 개선율이 30%를 웃돌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신규 개발 점포의 경우 일반 슈퍼마켓 대비 20%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가심비 소비라 해서 무조건 고가 전략을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면서 가격도 낮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종합숙박 O2O서비스인 ‘여기어때’의 ‘레이트버드(latebird)’ 서비스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레이트버드는 일반적인 호텔 체크인 시간보다 늦게 입살하는 것을 조건으로 숙소를 저렴하게 이용하는 서비스다. 저렴하면서도 풍성한 서비스를 즐기고 싶은 2030세대들의 심리를 충족시키면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심비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해당 상품으로부터 어떤 ‘경험’을 제공 받았는가 하는 주관적 판단이다. 때문에 소비자의 감정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제품과 서비스는 ‘자기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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