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진출처: 이데일리)

 지난 해 6월 국내 담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제품이 출시 됐다. 그 주인공은 ‘아이코스’로 대표되는 연초를 찌워 피는 궐련형 전자담배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출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해 8000만갑을 팔며 국내 담배 시장에 2.2% 점유율을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과 금연 그림 부착으로 인해 기존 담배 시장의 총 판매량이 전년도 대비 3.8%(1억 1천만 갑)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실적은 실로 놀라운 수치다. 더욱이 KT&G 역시 2017년 말에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 가세하면서 담배업계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2018년 연말까지 8~12%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금연에 대한 중요성과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있고,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없는 것
궐련형 전자담배 이전에 먼저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진출처: 위키트리)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의 주요 인기 요인으로는 일반 연초보다 담배 냄새가 적다는 점과 판매 초기 일반 연초보다 위험물질 양이 90%이상 적다는 홍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 것이 꼽힌다. 하지만, 흡연자라면 적은 담배 냄새와 낮은 유해성을 가진 제품이 새로울 것은 없었다. 궐련형 전자 담배 이전에 같은 특징을 가진 액상형 전자담배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액상형 전자 담배는 출시 직후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그 인기를 지속하는데 실패했다. 두 전자 담배는 공통적으로 연초의 중독성을 대체할 수 있는 니코틴을 포함하면서 냄새와 유해성은 적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성패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엔 없고 궐련형 전자 담배엔 있는 것, 바로 흡연 경험의 유사성이 두 제품의 상반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담배에 중독되게 하는 성분은 니코틴이지만 니코틴의 맛을 아는 흡연자는 없다. 흡연자들이 인식하는 담배 맛은 니코틴 맛이 아닌 목을 매캐하게 넘어가는 느낌이다. 기존 연초의 대체제로 출시 되었던 니코틴 패치, 액상형 전자담배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흡연자가 느끼는 담배의 맛은 무시한 채, 단순히 니코틴을 넣으면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의 목 넘김을 어느정도 구현하기는 했으나 흡연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금까지 출시된 어떤 대체제품보다 담배 맛을 유사하게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기존 담배가 제공해주는 경험을 비슷하게 구현한 것이 성패를 가른 것이다.

 담배 뿐만 아니라 매년 기존제품을 대체할 신제품은 모든 영역에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액상형 전자담배처럼 기존 제품을 뛰어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기존 제품의 가치는 무시한 채 단점만 보완하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소비하게 만드는 제품의 경험과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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