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GG 슈프림 블룸스 샌달, 사진출처 : Vogue Italia, 자체제작

온라인 명품 쇼핑몰 Lyst는 지난 1월, 2017년 가장 인기 있었던 명품 순위 TOP10을 공개했다. 놀랍게도 1위 제품은 가방이나 드레스가 아닌 구찌의 슈프림 블룸스 샌달이었다. 정가가 310달러에 불과한 이 슬리퍼가 고가의 인기 있는 가방과 옷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1위를 차지한 이 제품은 2016년 여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디자인도 간단하고 소재도 고무인 슬리퍼지만, 2017년 2분기에 가장 인기 있고 많이 팔린 명품 1위로 선정되었고,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검색된 명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승세의 원인을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와 Z 세대(Generation Z)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한다.

 

Lyst가 발표한 2017년 올해의 상품, 1위에 구찌 슬리퍼가 있다. 사진출처 : Lyst, BoF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이다. 이 세대의 특징은 인구가 많으며, 이들이 자라면서 디지털이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미디어나 디지털 기술과 친숙하고, 이를 매개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Z 세대는 그 이후의 세대로, 이들의 특징은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과 SNS를 접했기 때문에 인터넷상의 소통에 더욱 민감하다. 따라서 10대에서 30대에 걸친 이 두 세대는 SNS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구찌의 CEO 비자리(Marco Bizzari)는 30세 이하로 구성된 '밀레니얼 세대 고문 위원회'를 만들어 SNS상에서의 소통과 제품 노출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고안했다. 동시에 SNS를 통해 수석 디자이너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독특하고 미학적인 꽃무늬 디자인을 공유해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 Tribe Dynamics에 따르면 미켈레는 다른 명품 디자이너보다 SNS를 통해 잠재적인 고객과 소통하는 비율이 높았다. 한 해 동안 8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얻은 구찌는 다른 명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구찌의 공식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약 2100만명이다. 좌: 구찌의 공식 인스타그램 / 우: 미켈레의 인스타그램

 

특정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 외에도 저렴한 가격과 제품이 캐주얼이라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50만 원대가 넘는 명품을 그 이하의 가격으로 책정함으로써 다양한 나이의 고객층이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남녀 모두가 착용할 수 있으며, 비슷한 다른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저렴하다. 슬리퍼이기 때문에 휴양지로 놀러 갔을 때나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으로 얻은 인기가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이다. SNS 특성상 제품이나 브랜드의 인기가 지속되기 어려우며, 모든 업체가 디지털 마케팅에 뛰어들어 디지털 마케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켈레가 주도하는 꽃, 벌, 고양이 등 자연을 활용한 디자인은 약 2년 넘게 비슷한 패턴을 보여왔다. 구찌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략에서 벗어나 더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마케팅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구찌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만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을 선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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