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평가 김길환 발행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3가지를 말하라고 하면, 하나가 신상품개발입니다. 신상품개발을 제대로 안 하면 회사는 죽게 됩니다. 이것은 기업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입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시간이 갈수록 판매가는 내려가고 원가는 올라갑니다. 신상품개발을 하지 않으면 결국 고사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성장의 고비는 바로 신상품개발에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신시장개발입니다. 사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 중 하나가 사업자체의 크기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크기의 비즈니스 모델도 완성도를 높여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보통 100억 이하의 매출을 내는 사업아이템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취급됩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비슷한 조건의 시장이 전 세계에 50개정도 있다고 볼 때 100억짜리 사업은 5,000억 짜리 사업이 됩니다. 신시장 개발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런데 마케터에게 주어진 또 다른 미션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사업개발입니다. 신상품과 신시장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되는 경우에 고민해야 하는 이슈입니다. 신사업개발은 ‘새로운 가치’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신사업의 추진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기업경영자는 여러 종류의 사업제안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제의가 속된 얘기로, 똥인지 된장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들어오는 제안마다 담당자를 시켜서 사업을 검토시키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립니다. 최소 2주, 보통 한 달 이상 걸리기 일쑤이고 리서치 비용도 꽤나 많이 들어갑니다. 신사업 아이템을 검토 중인데 또 새로운 신사업 검토의 상황도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안들에 약간의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이게 될까?” 라는 의구심이 더 많이 들긴 하지만요. 이러한 신사업개발 이슈에 대하여 마케터가 판단해야 할 상황들은 참으로 애매하기 그지없습니다. 버릴 수도 없고, 그걸 다 조사하자니 물리적인 손실이 너무도 많은 것이지요. 하지만 경영자가 아랫사람들의 보고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문제를 구조화 시켜서 단계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출 해야 합니다. 신사업개발도 이러한 문제를 망라하는 체계적인 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신사업을 개발함에 있어 첫 번째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가치성'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공급자들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고객에게는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입니다. 고객이 없다고 하면 없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고객을 왕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무조건 고객의 말을 다 들어주라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유무를 결정하는 권한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가치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도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 트렌드를 종합해서 보면, 가치진화의 방향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고객을 편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고객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오늘날 가치의 절대적인 기준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치는 '니즈(Needs)'와 '원츠(Wants)'라고 이야기합니다. 니즈라고 하면 '배가 고프다는 것'이고, 원츠는 '간짜장을 먹고 싶다'는 것입니다. 간짜장을 원하는 사람에게 쟁반짜장을 갖다 주면 어떤 고객은 안먹기도 합니다. 그만큼 까다로워졌습니다. 니즈와 원츠에 더하여 고객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오늘날의 새로운 ‘가치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고객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고객이 편해진다는 것의 의미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고객이 혼자 하면 열 시간 걸리는데 이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제 고객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새로운 가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고객을 덜 힘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고객이 힘들게 하는 일을 여러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10분의 1정도로 쉬워지게끔 하는 겁니다. ‘고객을 덜 힘들게 해준다는 것’이 바로 고객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바로 ‘고객의 자긍심'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예전에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의 소비자들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고객이 ’상품(서비스)‘의 구매를 통하여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극대화됩니다. 고객의 시간을 벌어주고, 고객을 덜 힘들게 만들어주고, 고객이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 이것이 ’새로운 가치기준‘입니다.

 

두 번째는 '시장성'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시장만 있습니다. 하나는 '열리는 시장'이고 또 하나는 '닫히는 시장'입니다. 골퍼가 그린에서 내리막 경사인지 오르막 경사인지를 봅니다. 항상 둘 중에 하나겠죠. 그런데 이게 간단치 않습니다. 오르막인 것 같은데 실제 굴려보면 내리막인 경우도 있고 또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3년 전체로 보면 열리는 시장인데 6개월만 보면 닫히는 시장입니다. 이것을 헤아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찌되었든 가장 근본적인 컨셉은 이렇습니다. 어떤 시장이든지 인풋은 적어지고 아웃풋은 커지는 시장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시장도 있다는 겁니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게 마케팅 임원의 미션입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 받았을 때 이게 열리는 시장인지 닫히는 시장인지를 감각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시장성을 평가하는 데 고려해야하는 중요한 속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일은 하나 하나의 단위로만 보면 닫히는 시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투입공수는 느는데 아웃풋이 작아진다는 겁니다. ‘모든 사업이 속성상 작아지는 시장이라면 열리는 시장은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닫히는 시장을 열리는 시장으로 만드는 게 마케터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어떻게 만드느냐 하면 꾸러기로 꿰는 겁니다. A를 B와 연계시키고 B를 C로 연계시키는 것이지요. 정수기를 렌탈한 고객이 온수기를 렌탈하고 또 가습기를 렌탈하게끔 하 식입니다. ‘시장성’의 또 다른 관점은 '확대 재생산적 구조화'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2에서 계속)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