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새로운 트렌드, 소확행

2017년을 강타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 열풍은 ‘내가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2030세대의 의지를 반영했다. 2018년은 욜로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의 삶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대한민국 예상 키워드를 제시해 온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팀은 ‘트렌드 코리아 2018’를 통해 ‘소확행(小確幸)’이라는 키워드를 내놓았다. 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등장했다. 하루키는 소확행에 대해 사소하고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라고 설명한다. 갓 나온 빵을 손으로 찢어 먹기, 또는 새로 산 하얀 면 셔츠를 입을 때의 기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난도 교수팀의 '트렌드코리아2018' (출처=미래의창 공식 블로그)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살기 팍팍한 사회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 현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속된 경기 침체에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어버렸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게 됐고, 물질적 성공보다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자전거, 산책 등 작고 일상적인 일들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가령, 예전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값비싼 레스토랑에 갔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편의점 도시락을 맥주 한 캔과 함께 먹는다. 레스토랑에 갈 수 없어 좌절하기보다 실리적인 선택으로 행복을 얻는 것이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에서도 변화의 낌새가 나타나고 있다. 돈을 모아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보단 가까운 곳으로, 자주 떠나는 여행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말을 이용해 집 근처로 휴가를 떠나는 ‘위켄드 겟어웨이(weekend getaway)’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 현상을 겨냥한 숙박 상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집 근처 호텔에서 1박을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상품은 긴 휴가를 갈 수 없다면 짧은 휴가를 자주 가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다.

TVN 삼시세끼 (출처=TVN 홈페이지)

TV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tvN의 ‘삼시세끼’이다. 이 프로의 출연자들은 온종일 놀고 일하고 먹는다. 매우 평범하다. 이걸 무슨 재미로 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평범한 일상은 직장인들의 입장에선 꿈같은 얘기다. 이러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결국 삼시세끼는 '소확행'의 삶을 살기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를 인기프로그램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일상에서 몸과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삶의 방식을 가리켜 ‘오캄(Au calme)’라 부른다. 덴마크에서는 ‘휘게(Hygge)’라는 단어를 쓴다. 이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덴마크인의 삶을 일컫는다. 또한 미국에서는 자연 속에서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하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삶을 ‘킨포크(Kinfolk)라고 부른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소확행 열풍은 다원화되고 복잡해진 세상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가 불러일으킨 것이다. 행복을 성취하는 데 있어 소확행만이 꼭 옳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조차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도, 꼭 소박한 행복만을 추구하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꿈을 찾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 맞이하는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다. 따라서 작은 행복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소확행의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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