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heritage, 유산) 마케팅이란 기업과 제품의 오랜 전통 및 역사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복고 마케팅 또는 레트로 마케팅으로도 표현한다. 레트로 마케팅은 과거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현재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재해석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략을 뜻한다. 복고는 오래된 것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당시를 향유하던 세대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반가움과 위로를 줄 수 있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듯한 신선함을 줄 수 있다. 복고 마케팅은 단순히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그대로 다시 파는 방식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과거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금 이 시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재해석해서 선보이는 스포츠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

 

그 중 FILA(이하 휠라)는 레트로 트렌드에 자사의 헤리티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근 3-4년 전만해도 휠라는 거의 잊혀져가는 브랜드였다. 동네에 있던 휠라 매장도 어느 순간 문을 닫았고, 휠라 속옷 매장의 주 고객층도 30-50대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1020세대의 젊은 층에게 휠라가 핫한 브랜드로 각광받고 있다. 100년이 넘는 자사의 브랜드 역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를 대표하는 정체성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 활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먼저 휠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비했다. 스포츠, 캐주얼,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컨셉을 모두 잡으려 했던 휠라는 가장 핵심인 스포츠 전문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집중했다. 스포츠와 안 맞는 캐주얼한 스웨터, 액세서리 등의 출시를 중지했다.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건설했다. 휠라는 1020대를 집중 공략하는 젊은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를 위해 제품을 세분화했고, 매장의 컨셉, 로고 등을 개선했다. 로고는 기존보다 날렵해진 각과 폰트 디자인으로 모던함을 강조, 더 깔끔하며 기억하기 쉽고, 매력적인 디자인 로고로 바꾸었다. 의류, 가방, 신발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F박스 로고와 화이트와 네이비, 레드 색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헤리티지 전략이 고객들에게 무척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예로, 휠라에서 지난해 출시했던 테니스 코트화인 '코트디럭스'는 테니스화에서 영감을 얻은 고전적인 디자인에 휠라의 상징인 화이트와 네이비 색을 적용해 좋은 판매 실적을 올렸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와 맞게, 가격대를 젊은 층에 맞게 낮추었다. 10대-50대 고객을 모두 아우르려 했던 휠라는 지갑이 얇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었다. 이와 맞게 젊은 층이 다가오기 쉽도록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광고 모델 또한 아역 배우 출신인 김유정을 선정했다. 휠라의 주 고객층과 어울리는 젊고 통통 튀는 매력을 강조했고, 다가가기 쉬우며 친근한 캐릭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20대를 공략해 이태원 플래그쉽 스토어를 개점했고, 운동화에 열광하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이벤트를 열어, 참가자 전원에게 운동화를 선물해 휠라 열풍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휠라 매장의 인테리어 컨셉도 새로워졌다. 기존에는 대표 색 (화이트, 네이비, 레드)로 차분하게 연출했지만 현재는 더 스타일리쉬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위해 천연나무, 크리스탈, 아크릴 소재로 가구와 설치물을 제작해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휠라의 요즘 인기는 패션 유행의 업앤다운에 잘 편승했기 때문일 뿐 복고 열풍이 끝나면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계속 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동종 업계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비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휠라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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