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마케팅은 무엇인가?

남성 화장실의 소변기 앞엔 오줌을 소변기 밖으로 흘리지 말자는 계몽 표어가 붙어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은 아니다”는 식의 유머성 표어도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 했다.

반면, 화장실 관리자가 고심 끝에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더니,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의 80퍼센트가 줄어들었다.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조준 사격’을 하는 재미로 파리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집필한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에 나오는 이야기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뜻이다. 탈러와 선스타인은 이 단어를 격상시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정의를 새로 내렸다.

탈러와 선스타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하고 작은 요소라 해도 사람들의 행동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 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단지 박스의 그림을 바꿨을 뿐인데...

반무프(VanMoof) 회사의 자전거 포장 박스

그를 가장 잘 활용한 기업 중 하나는 반무프라는 회사다. 반무프(VanMoof)는 내비게이션이 부착된 자전거, 도난을 당해도 GPS를 통해 추적이 가능한 자전거 등 고가의 자전거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자전거 전문 제조업체로, 배송 도중 발생하는 파손 문제로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회사는 일부 포장재를 바꾸고 운송 회사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자 궁여지책으로 포장 박스의 그림을 바꿔보기로 했다. 기존의 박스에 인쇄된 자전거 대신 평면 TV를 그려 넣는 것이었다. 박스 크기가 평면 TV와 비슷하기도 했고, 자전거보다 훨씬 고가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단지 박스의 그림을 바꿨을 뿐인데, 운송 과정의 손상으로 인한 반품율이 무려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 (Don’t mess with Texas!)

Don’t mess with Texas!

그렇다면 넛지가 기업에만 국한되는 마케팅 기법일까? 그렇지 않다. 딱딱하고 강압적인 법 분야에서도 넛지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사고나 갈등을 법적 다툼까지 벌이며 해결하지 않고, 그 전에 넛지를 통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주는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요란한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누가 그걸 몰라서 쓰레기를 버리나? 아무 효과가 없었다. 사람들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자신이 계몽이나 훈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몹시 싫어한다. 그래서 하라고 하면 더 안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려는 청개구리 심보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

텍사스 주 당국은 발상의 전환을 했다. 인기 풋볼팀인 댈러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선수들을 참여시켜 그들이 쓰레기를 줍고 맨손으로 맥주 캔을 찌그러뜨리며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Don’t mess with Texas!)”라고 으르렁대는 텔레비전 광고를 제작했다. 캠페인 1년 만에 쓰레기는 29퍼센트나 줄었고, 6년 후에는 72퍼센트나 감소했다. 텍사스 주민의 95퍼센트가 이 표어를 알고 있으며, 2006년에는 이 표어가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표어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뉴욕 시 메디슨 거리를 행진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거나 직접적인 마케팅에 대한 비용을 크게 투자하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비용도 적게 들고, 직접적으로 마케팅 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마음속 거리낌까지 줄이고, 심지어 효과까지 크다면 일석삼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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