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착한 소비를 유도해내는 착한 기업

지금 당신이 신발을 사는데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고 가정하자하나는 당신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빈민지역의 아이들에게도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할 수 있고다른 하나는 그냥 당신의 신발 한 켤레만을 구매하는 것이다신발의 가격디자인 등 다른 구매 조건이 같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번째 선택권을 택할 것이다자신은 단지 필요한 제품을 구매했을 뿐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공익에도 기여하게 되니 매력적인 소비가 아닐 수 없다소비와 선행의 행복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는 마케팅이것이 바로 일명 착한 마케팅이라 불리는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다.

코즈 마케팅의 ‘Cause’는 우리말로 대의(大義)’를 의미한다즉 기업이 경영 활동과 사회 이슈를 연계시켜 기업의 사익과 사회적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바로 코즈 마케팅의 핵심이다수익 추구와는 별개로 일방적인 기부나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 판매와 기부를 연결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코즈 마케팅의 실천 방법이다이처럼 마케팅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코즈 마케팅의 목표이다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구매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같은 소비 조건이라면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공익에 기여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따라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공익에 확실하게 기여한다는 점을 인위적이지 않게 보여주어야 성공적인 코즈 마케팅을 실현할 수 있다.

최초의 코즈 마케팅은 1984년 미국 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진행한 마케팅이다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고객이 자사의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신규 가입 시에는 1달러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을 위해 성금으로 기부하였다이후에도 코즈 마케팅은 핵심적인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며 다양한 프로젝트로 실현되었다.

'탐스 슈즈'의 코즈 마케팅 사례 'One for one' 캠페인

가장 대표적인 코즈 마케팅 성공 사례는 신발 브랜드 탐스슈즈(Tomsshose)’의 ‘One for one’이다. ‘Shoes for TOMorrow’를 의미하는 탐스는 그 창립 자체가 맨발로 걸어다니는 아르헨티나의 아이들을 보고 시작되었을 만큼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한 기업이다탐스와 100곳이 넘는 기빙파트너가 함께 진행하는 코즈 마케팅 ‘One for one’은 일대일 기부 공식으로 알려져 있다탐스 신발을 한 켤레 사면 빈민가의 아이들에게도 방한부츠슬립온방수 슬립온스포츠 신발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신발이 기부되는 캠페인으로 현재까지 약 6,000만 켤레의 신발이 기부되었다더불어 탐스의 신발 기부는 기부 진행 국가에서 기부 물품을 현지 생산하도록 하여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신발뿐 아니라 탐스에서 제작하는 안경커피가방을 구매하면 각각 시력회복을 위한 수술 지원 및 안경 처방식수 공급산모 출산 지원을 실천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탐스의 마케팅 이후 약 200만명의 어린이들이 구충 감염을 피할 수 있었으며 자녀를 둔 엄마들의 보건 교육 프로그램 참여율이 42% 증가하고 20여곳이 넘는 사회 지원 단체가 설립되는 등의 공익적 성과가 나타났으며 사익 차원에서도 창립 초기 목표였던 200켤레 기부를 훨씬 뛰어넘는 3,500만 켤레의 신발을 판매 및 기부할 수 있었다.

탐스에서는 신발과 더불어 안경과 같은 아이웨어 기부도 진행하고 있다.

탐스의 코즈 마케팅이 가장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기부 시스템이 눈에 드러나면서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One for one’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물품이 어디에 어떻게 기부되는지가 확실하게 드러나있다이는 단순하게 특정 액수의 돈이 기부된다는 사실 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크게 와닿으며 작위적이게 다가오지 않는 자연스러운 기부 방식이다이러한 마케팅을 창립 초기부터 진행해온 탐스는 확고하면서도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되어 기업 차원에서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결국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고 사회 공익에의 기여에 까지 이어져 선순환적 마케팅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코즈 마케팅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일례로 대표적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날드(McDonals)’에서 진행한 어린이 비만 퇴치 운동이 있다. 1990년대 초반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퍼지자 맥도날드는 캠페인을 통해 위기 속에서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를 시도했다그러나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를 판매하는 맥도날드의 모순적인 행보에 더욱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오히려 불매 운동과 슬로푸드 운동이 확대되는 역효과를 낳았다이는 기업이 자사의 정체성에 반하는 무리한 공익적 캠페인을 진행하여 코즈 마케팅이 실패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레일이 사회적 약자에게 기차 여행을 제공하는 해피 트레인’ 캠페인을 진행하였지만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였다민영화를 둘러싼 노사간의 충돌노동자 대량 해고 등 코레일의 기업적 배경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사회적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즉 기업의 코즈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 혹은 서비스 제공의 차원에서만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이미지배경적 차원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여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코즈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투여되어야 한다사회적 공익을 위한 순수한 의도의 마케팅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기업의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소비자들은 기업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기업은 사회적 공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면서도 사익 추구를 실천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만이 효과적인 코즈 마케팅과 확실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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