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공익성을 갖춘 마케터, 공익 광고 일변도

대구의 한 거리에 표지판이 걸려있다. 사람들이 놀라다가 자세히 보고 웃기 시작한다. 누더기를 걸치고 더벅머리를 한 사람이 표지판을 망치로 내리치고 있다. 표지판엔 대구선사유적공원이 적혀있다. 선사시대 유적지를 보존해 놓은 공원의 광고다. 기발하다. 이제석은 위와 같은 창의적인 광고로 명성을 얻고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제석은 대구 계명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 스쿨오브비쥬얼아트에서 다시 한 번 시각디자인 학위를 딴다. 그는 국내외를 막론한 가장 주목받는 마케터로, 광고 전문가로 떠올랐다.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던 요인은 창의성과 공익성, 두 가지다.

 

이제석의 광고는 창의적이다. 그의 유명한 광고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지하철 계단에 에베레스트 산이 그려져 있고, 한 가지 간단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누군가에겐 그저 계단이지만, 누군가에겐 이것이 에베레스트 산일 수 있다.” 관객의 머리와 가슴을 울리고 파고든다. 건물 옥상 굴뚝엔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고, 그 밑 건물 외벽엔 권총 모양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 포스터 속 권총의 총구는 굴뚝으로 이어져 나온다. 대기에 총을 쏜다는 환경오염 경고 포스터이다. 이제석의 광고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굉장히 창의적이고, 효과적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관중의 마음에 깊숙이 파고든다. 때문에, 그의 광고는 강력한 파급력과 흡수력을 갖는다.

 

광고 천재의 또 다른 장점은 공익성이다. 그의 광고가 연이어 성공하자,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그를 마케팅 전문가로 모셔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구소를 세웠고, 공익 광고만을 전문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광고색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이나, 환경 파괴를 방지하는 등의 공익성을 짙게 띄었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그를 그저 실력 있는 광고 전문가로 남지 않고, 사회와 지구를 위한 한 차원 높은 마케터로 자리 잡게 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그것은 평범한 세계 속 시민들에겐 그저 동 떨어진 일일 수 있었다. 재력과 권력을 갖춘 사람들만의 특권 아닌 특권이었다. 그러나 이제석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관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는 그의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지 않고, 그 능력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그의 겸손하지만 위대한 재능 기부를 통해,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문화가 바뀐다면? 그는 역사적인 마케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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